아동학대 ‘치사→살해’죄…계모 형량 무거워지나
“더 학대하면 치명적…알 수 있었다”
1‧2심, 고의성 인정 않고 징역 17년
인천에서 초등학교 5학년인 11세 의붓아들을 신체적‧정신적으로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계모에 대해 대법원이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서울고법에 파기‧환송했다.
이에 따라 계모에게는 2021년 3월 16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으로 도입된 아동학대살해죄 적용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의붓아들(당시 11세)을 잔혹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계모 A(44) 씨에게 “‘미필적 고의’로서 살해의 범의(犯意)가 인정된다”고 22일 판시했다. A 씨는 아동학대‘살해’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가 적용돼 1심과 2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아동학대 살해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기 행위로 아동의 ‘사망’ 가능성이나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 씨는 3일에 걸쳐 아이를 폭행하고 결박해 회복이 힘들 정도로 건강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계속 학대하면 치명적 결과를 낳는다는 걸 인식 또는 예상할 수 있었지만 무시했고, 아무런 조치도 안 했다”고 질타했다.
대법원은 상습 아동학대 혐의로 A 씨와 함께 기소돼 징역 3년을 받은 친부 B(41) 씨의 상고는 기각했다.
초등학교 5학년인 11세 의붓아들을 잔혹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계모(왼쪽)와 친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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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2022년 3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1개월 동안 인천 남동구 논현동 자택 아파트에서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이던 의붓아들 C 군을 때리는 등 50여 차례에 걸쳐 잔혹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2월 7일 오후 1시께 자택에서 숨졌을 때 C 군은 두 다리 상처만 232개에 달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키 148㎝에 몸무게 29.5㎏, 체중이 또래(평균 45㎏)의 3분의 2밖에 안 됐다.
학교에 보내지도 않았다. 2022년 11월 24일부터 2개월 넘게 학교를 결석시켜 집중 관리대상이 되면서 학교에서 연락이 오자 A 씨 부부는 집에서 가르치는 ‘홈스쿨링’을 하겠다고 안내를 거부했다.
친모(35)가 아들을 보여 달라는 정당한 요청까지 거절했다. 친모는 2018년 4월 B 씨와 이혼하고 C 군의 양육권을 빼앗긴 뒤 정기적으로 아들 C 군을 만날 수 있는 면접 교섭권을 신청했지만 A 씨 부부는 이를 대부분 거부했다.
1심 법원은 계모 A 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하면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는 검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친부 B 씨에겐 “학대 정도가 심하다고 볼 수 없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C 군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은 법정에 출석해 “계속된 둔력으로 인한 손상이 쌓여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속적으로 몸이 손상돼 아이가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2심 재판부 역시 A 씨와 B 씨의 1심 형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원심 재판부 또한 살해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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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법원은 이 같은 1심과 2심 법원 판결을 모두 뒤집고 계모 A 씨에게 살해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해 아동은 사망 무렵 몸무게가 29.5㎏으로까지 감소해 소아표준성장도표상 하위 3~5%이고, 체질량지수 역시 하위 0.2%일 정도로 극도로 쇠약해졌을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매우 피폐하여 신속한 치료와 구호가 필요한 상태였고, 체격과 힘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성인 여성인 계모의 학대나 폭력을 더 이상 감내하거나 버티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대법원은 “계모 A 씨는 피해 아동의 사망 직전 활력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서도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하거나 직접 119에 신고하는 등 실효적인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친부에게 여러 차례 전화하여 귀가할 것을 재촉하고 집안에 설치된 홈 캠을 휴지통에 버리는 등 기존의 학대행위 정황이 담긴 증거를 삭제하려고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
[이투데이/박일경 기자 (ekpark@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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