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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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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12살 학대 사망' 계모, 아동학대살해 고의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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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살해죄 무죄로 본 원심 파기환송

대법 "아동학대살해의 미필적 고의 있었다"

형량 늘어날 듯…남편은 징역 3년형 확정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12살 의붓아들을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계모에 대해 대법원이 아동학대살해의 고의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지난 2021년 3월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으로 도입된 아동학대살해죄에 대해 아동학대살해의 고의를 인정할 기준을 밝혔다.

이데일리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A(44)씨에게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남편 B(41)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은 수긍하고 확정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계모 A씨는 2022년 3월 9일부터 작년 2월 7일까지 11개월간 인천 남동구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C(12)군을 반복해서 때리는 등 50차례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씨는 드럼 채로 C군의 종아리를 때리고 욕설했으며, 방에서 못 나오게 하거나 벌을 주는 등 신체적·정서적 학대행위를 반복했다. 뿐만 아니라 이른바 ‘홈스쿨링’을 시킨다는 명목으로 학교에 보내지 않아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게 방임했고, C군이 즉시 병원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인데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사망할 때까지 방치했다.

특히 장기간의 학대와 방임으로 C군의 신체 기능이 쇠약해져 학대가 지속될 경우 C군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도 학대를 멈추지 않아 C군이 사망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친부 B씨도 2021년 4월부터 작년 1월까지 드럼 채로 아들 C군을 폭행하는 등 15차례 학대하고 아내 A씨의 학대를 알고도 방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C군이 A씨의 지속적인 학대행위에 노출돼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는데도 A씨를 제지하거나 C군에 대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10살 때 38㎏이던 C군의 몸무게는 장기간 반복적으로 학대를 당하면서 사망 당일에는 29.5㎏으로 줄었고, 사망 당시 온몸에서 멍과 상처가 발견됐다.

1심은 A씨의 아동학대치사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아동학대살해의 고의는 부정해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부분은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계모 A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80시간, 취업제한 10년, 몰수를 명령했다. 친부 B씨에는 징역 3년, 아동학대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80시간, 취업제한 10년을 내렸다.

2심에서도 1심의 판단이 유지됐다. 이에 B씨와 검사가 불목해 상고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쟁점인 ▲계모 A씨에게 아동학대살해의 고의가 인정되는지 여부 ▲친부 B씨가 피해아동 C군을 유기·방임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그 결과 A씨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A씨의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무죄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B씨의 상고는 기각했다.

대법원은 “A씨는 자신의 행위가 C군의 건강이나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고 그 피해가 C군에게 점점 누적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A씨에게 적어도 아동학대살해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시했다.

이어 “B씨의 경우 항소심에서 양형부당만 주장했으므로 원심판결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 이유가 되지 못한다”며 상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은 “아동학대살해죄에서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해의 고의는 없고 아동학대의 고의만 있었다고 다투는 경우에는 피고인과 피해아동의 관계, 피해아동의 나이·발달정도와 건강상태, 피고인 및 피해아동의 체격과 힘의 차이, 학대행위의 내용과 정도 및 반복성 등에 관한 객관적인 사정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학대행위가 지속적·반복적으로 가해진 경우 그로 인해 피해아동의 건강상태가 불량하게 변경돼 생활기능의 장애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지 등 범행 전후의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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