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31 (목)

[광화문]상생과 배신, 타이밍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배민 앱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타이밍(timing)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타이밍이란 사전적으로 △특정한 일·계획이 있는 시기 선택 △행동의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도록 속도를 맞추는·적기를 포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첫 번째 의미인 시기 선택을 잘한 대표적 인물로는 역시 강태공이 떠오른다. 중국 주나라 초기 정치가인 강태공은 빈 낚싯대를 던져놓고 세월을 낚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일생은 나이 80세에 등용되면서 주나라를 세우고 영화롭게 80년을 더 살았다(窮八十達八十).

두 번째 의미인 타이밍을 잘 맞춘 인물은 충무공 이순신이 대표적이다. 1597년 9월 정유재란 때 이순신은 함선 12척으로 명량해협에서 일본 수군의 함선 133척을 격퇴했다. 이 명량대첩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 중 하나가 밀물과 썰물을 고려한 타이밍이다. 적을 좁은 해협(울돌목)으로 유인한 때는 밀물이었고 적선 30여척이 완파되며 적이 후퇴할 때는 썰물이었다. 썰물로 수많은 시체와 파손된 배들이 일본군 본진으로 떠내려가며 일본 수군이 공포를 느끼고 줄행랑을 쳤다고 한다.

이같이 타이밍은 강태공처럼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있고 이순신처럼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타이밍을 고려하지 않고 명분만 가지고 일을 추진하다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거나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도 있다. 요즘 플랫폼업계가 그렇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다음달부터 정률형 요금제 '배민1플러스' 중개 이용료율을 기존 음식값의 6.8%에서 9.8%로 3%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수료 인상의 배경으로 경쟁사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현실화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심하자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배달원을 고용하는 것보다 비용절감에 더 유리하다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연구결과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앱 운영사를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나서는 등 상황은 악화일로를 거듭한다. 우아한형제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들이 인상한 수수료가 타사보다 많지 않은 데다 배달플랫폼 수수료가 점주의 부담을 늘리는 주범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우아한형제들의 주장대로 자영업자들이 지불하는 중개수수료는 전체 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들이 인상안을 내놓은 타이밍은 안타깝다.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999억원, 당기순이익은 5336억원에 달했는데 최대주주 딜리버리히어로(DH)가 4127억원의 배당을 챙겼다. 그리고 DH 측 인사인 피테얀 반데피트는 임시대표로 선임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수수료 인상을 단행했다.

반면 자영업자들은 지난해 금융위기 수준의 어려움을 겪었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을 접고 폐업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6487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86만7292명)보다 11만9195명 증가한 것으로 2006년부터 관련통계를 집계한 후 가장 많았다. 폐업사유로는 '사업부진'이 48만2183명으로 가장 많았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48만8792명) 이후 역대 두 번째 수준이다.

국내 1등 배달플랫폼의 지위는 그동안 상생을 외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수료로 이들의 무거움을 덜어준 결과일 수 있다. 그런데 어려운 시기에 대다수 자영업자가 이용하는 플랫폼에서 수수료를 인상하면 일부 자영업자 입장에선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임계점을 넘을 수 있다. 폐업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는 얘기다. '상생의 배민'에서 '배신의 배민'이 될 수 있는 이유다.

김봉진 창업자는 지분을 모두 DH에 팔았다. 이제 우아한형제들은 외국 기업일까.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국내에 본사를 두고 국내에서 영리활동을 하며 임직원은 대부분 내국인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당연히 국내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그간 구축한 '상생'기업의 이미지도 그대로 이어가길 바란다. 지금은 상생의 길을 계속 가야 할 타이밍이다.

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 yunew@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