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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제자로 인정 못해" 교수들 수업 거부 움직임…'빅5' 충원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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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모집 시작됐지만 교수들 보이콧 우려

연대 교수 비대위 "제자로 받아들일 수 없어"

권역 제한 풀어 빅5 등 지원 가능하게 했으나

"지원하지 말라는 압력"…응시 쉽지 않을 듯

뉴시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의정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모집 관련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 2024.07.22. scch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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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이 시작됐지만 '빅5' 병원 소속 의대 교수들은 충원된 전공의들을 제자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전공의 모집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빅5 병원으로 지방 전공의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반기 수련 권역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교수들과 동료들이 배척하는 상황에서 전공의들이 모집에 응시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소속 병원 교수들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대한 비판 성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2일 입장문을 통해 "병원은 내년 이후 전공의들이 돌아올 수 있는 자리(정원)를 유지하기 위해 하반기 가을 턴으로 정원을 신청했지만 이 자리는 세브란스 전공의를 위한 자리임을 분명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병원이 사직 처리된 전공의들의 자리를 현재 세브란스와 전혀 상관 없는 이들로 채용하게 된다면 그것은 정부가 병원의 근로자를 고용한 것일 뿐"이라며 "작금의 고난이 종결된 후 지원한다면 이들을 새로운 세브란스인으로 환영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자랑스러운 학풍을 함께 할 제자와 동료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도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진료과 교수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모집인원이 신청된 것은 보건복지부의 강압적 행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며 정부에 일방적 의료 정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다른 '빅5' 병원인 서울성모병원 등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중앙의료원 소속 9개 진료과 교수들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거부하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도 하반기 모집에 반대하는 교수들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들의 반발은 정부가 9월 수련을 위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절차를 강행하자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사직서 수리 여부와 사직 처리 시점 등을 두고 전공의와 대립하는 상황에서 하반기 모집 일정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결원을 확정하지 않으면 내년도 정원을 감축할 수 있다는 복지부의 압박에 수련병원들은 복지부가 제시한 시한 18일까지 전공의 총 7648명을 사직 처리하고 7707명의 모집인원을 신청했다. 모집 일정은 22일 개시됐다.

올해 2월 사직한 전공의들은 원래대로라면 '사직 후 1년 내 동일 연차·전공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하반기 모집에 응시할 수 없지만, 정부가 이번에 한해 특례를 적용하면서 응시가 가능해졌다.

정부는 하반기 모집 지원시 권역 제한도 두지 않았다. 지방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수도권으로 지원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두고 빅5병원 등 수도권 쏠림 현상이 우려됐지만 정부는 지역이 어디든 전공의들이 돌아오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을 5:5로 맞추는 계획을 고려해 전공의 정원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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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9월부터 수련을 시작하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24.07.22. scch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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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병원 전공의 복귀율에 특히나 관심이 쏠린 건 이 병원들이 중환자 진료나 야간·휴일 응급환자 진료, 수술 보조 등을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빅5병원 전공의는 전체 전공의 중 21%(약 1만3000명 중 2745명)를 차지하고, 빅5병원의 전체 의사 중에선 비중이 37%에 달한다.

이번 하반기 모집 중 빅5 병원이 신청한 인원은 서울대병원 191명, 세브란스병원 729명, 서울아산병원 423명, 삼성서울병원 521명이었다. 서울성모병원 등 8개 병원이 포함된 가톨릭중앙의료원은 1019명이었다. 전체 신청인원 7707명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셈이다.

그러나 의대교수들이 타 수련병원 전공의들에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전공의들이 빅5 병원에 응시하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장은 "(전공의들에게) 지원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교수 밑에서 배워야 하는데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면 누가 버틸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전공의들 사이에선 복귀하는 동료들의 이름과 소속 등 신상이 담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는 등 복귀 전공의들을 배신자로 낙인찍는 분위기도 만연하다.

전공의들은 물론 교수들까지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며 정부는 불리한 상황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전공의 갈라치기, 지역의료 위기 심화 우려라는 비판을 감수하며 내놓은 대책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교수들의 움직임에 대해 "특별히 새로운 입장은 없다"며 하반기 모집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ram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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