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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기자수첩] '우주 1등'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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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세계 최대 우주과학 학술대회 '코스파'(COSPAR·Committee On Space Research)가 지난 21일 막을 내렸다. 행사가 시작된 지난주 벡스코에 마련된 전시부스 중 비교적 작은 규모에도 관람객이 유난히 몰린 곳이 있었다. 멀리서도 부스 주인이 누군지 단번에 알 수 있는 파란 '미트볼'(완자) 모양의 로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었다.

NASA 관계자는 부스에서 성큼성큼 나오더니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천체 사진을 보라"는 깔끔한 한 마디로 사람을 끌어모았다. 기관 소개도, 제임스웹에 대한 부연설명도 없었다. '누구나 나를 알고 누구나 나를 원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인지한 듯했다. 구구절절한 설명이 없는 '세계 1등' 우주기구의 자신감에 압도된 듯 관람객은 너나 할 것 없이 NASA 부스에 자리잡았다.

다음날 서울 모처에서 팸 멀로이 NASA 부국장을 만났다. '우주 1등'과의 국제협력에서 일말의 긍정적 가능성이라도 캐내기 위해 짧은 시간에도 '구구절절한'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코스파에서 확인한 우주항공청과의 협력 가능성을 묻자 멀로이 부국장은 "한국은 통신, 기계, 첨단제조분야가 뛰어나다"며 "'달에서 화성까지(M2M) 프로젝트' 등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긍정적 신호일까. 앞서 코스파 현장에서 만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관계자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JAXA가 보유한 기술이 NASA와 어떤 점에서 다른지 끊임없이 강조했다. 함께 화성을 탐사하더라도 NASA가 대형 탐사로봇을 개발한다면 JAXA는 작고 민첩한 탐사로봇을 개발하는 식이다. JAXA는 1등 NASA의 압도적 자신감 앞에서 오히려 서로를 필요로 하는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이다.

결국 우주항공청이 찾아야 할 답이지만 좌중의 누군가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한국과 어떤 분야에서 함께하겠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멀로이 부국장은 "우선 우주항공청이 인력충원을 마치고 자리를 잡는다면"이라는 말로 답을 대신하며 웃었다. 우주항공청이 문을 연 지 두 달가량 지났지만 핵심 보직인 임무본부 산하 4개 부문장은 아직 공석이다.

머니투데이

박건희 정보미디어과학부 기자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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