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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서초포럼] 미국 독주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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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차기 대통령 윤곽이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럼에도 만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미국의 힘에 도전하던 국가들이 고전하며 다시 미국 주도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흐름은 미국이 해온 역할을 축소하면서 나타나게 된다.

지금까지 미국은 세 가지 역할을 했다. 하나는 거대시장의 역할이다. 이런 이유로 어떤 나라도 경제를 살리려면 미국과 관계를 맺어야 했다. 중국이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른 가장 큰 이유도 미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어서다. 두 번째는 세계경찰 역할이다. 미국은 전 세계 150여개국에 병력을 주둔시키거나 무관을 파견하고 있다. 또 웬만한 국제분쟁에 직간접적으로 간섭했다. 베트남 전쟁,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간섭하고 있다. 세 번째는 기술제공 역할이다. 20~21세기에 걸쳐 미국은 첨단기술을 발명하고 이를 세계에 보급했다. TV·냉장고 등 전자기술, 제약기술, 원자력기술, 반도체기술 등이 미국에서 보급된 것들이다. 이들 세 가지 역할을 통해 미국은 세계를 주도할 수 있었다.

이 역할에 미국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거대시장 제공의 결과로 미국은 막대한 무역적자에 시달렸고, 일자리만 잃었다고 회상한다. 세계경찰을 자처하다 보니 미국이 아닌 엉뚱한 곳에 돈을 써 재정적자만 천문학적으로 늘었다고 푸념한다. 그리고 기술은 미국이 만들었는데 정작 혜택은 다른 나라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처음으로 정치이슈화한 사람이 트럼프다. 그는 지금까지 미국의 역할과 정반대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관세를 통한 미국시장 보호, 세계경찰 역할 축소, 미국의 핵심기술 보호다. 이것을 압축한 표현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다. 한마디로 미국시장을 극단적으로 보호하고, 미국 밖에서 헛돈을 쓰지 않으며, 미국의 기술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거다. 이런 생각이 실행될 경우 미국은 세계를 다시 움켜쥘 가능성이 높다.

첫째, 고관세를 통해 미국시장을 확실히 잠그면 각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보조금을 주며 미국에 공장을 짓게 했다. 트럼프는 미국에서 사업하려면 알아서 공장을 지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둘째, 미국의 보호를 받으려면 많은 돈을 내야 한다. 트럼프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 중 대만도 방위비를 내라고 했다. 대만은 얼마든지 내겠다고 즉각 반응했다.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태도다. 이런 일은 대만에만 일어나지 않는다. 미국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나라들은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셋째, 미국의 첨단기술을 조금이라도 사용했다면 수출 때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로 인해 내로라하는 각국 거대 기술기업들이 움찔하고 있다.

과거의 미국 주도 시대는 미국이 글로벌 역할을 확장한 결과다. '역할 확장적 미국 주도 시대'로 표현할 수 있다. 트럼프 이후 시대는 반대다. 역할을 줄임으로써 나타난다. '역할 축소적 미국 주도 시대'가 열린다. 이 시대가 되면 중국의 부상, 중동에서의 페트로 달러 약세, 러시아의 재도전, 유럽과 미국의 간극 확대 등으로 약화된 미국의 힘이 오히려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정말 어려워진다. 고관세로 미국시장에서 퇴출되고 미국 기술 취득이 더 힘들어져 치명상을 입게 된다. G2 유지가 매우 어렵다. 미국과 각을 세웠던 유럽은 미국에 밀착해야 한다. 당장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멈추면 유럽은 난리가 난다. 일본은 더 납작 엎드릴 것이다. 환율조작하지 말라는 경고에 돈 풀어 엔저를 막고 있을 정도니 트럼프 당선 후 모습은 불 보듯 뻔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자신을 추스르기도 어렵다. 종합하면, 미국에 도전하던 나라들의 힘이 빠지며 미국 독주 시대가 다시 열리는 것이다. 한국도 미국과 더 밀착하지 않을 수 없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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