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지통신은 23일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처한 정치적 상황의 유사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 결단으로 일본 정계에 작은 물결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에 대한 거취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단 얘기다. 통신에 따르면 한 각료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대한 영향을 주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내각 지지율은 총재 선거가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온 현재 퇴진 위기 수준인 20%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럼에도 기시다 총리는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데 자민당 내에선 불출마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교도통신에 따르면 총재 선거 출마 의사를 공공연히 밝혀온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전인 지난 20일 니가타 현을 방문한 자리에서 “‘호보토라(ほぼトラ·거의 트럼프 당선)’에서 ‘카쿠토라(確トラ· 확실히 트럼프 당선)’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모테기 간사장은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을 ‘터프하다’라고 호의적으로 평가한 사실을 어필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가 11월 대선까지 3개월간 미·일 동맹의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문은 “정부 내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레임덕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불안한 목소리가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빈틈이 생길 경우 흔들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신문은 “일본은 이번 대선에서 어느 쪽이 승리해도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며 지난 4월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가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나 방위비 증액 등을 설명한 사례를 언급했다.
중국은 공식 반응은 자제하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중국 때리기’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했다. 중국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은 지난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 후보 사퇴에 대해 “미국 대선은 미국의 내정이며 논평하지 않겠다”고만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경쟁 차원에서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가혹하게 중국을 공격할 수 있다”는 선딩리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의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후보 수락 연설에서 중국산 자동차에 100~200%의 관세를 부과해 사실상 미국에서 팔지 못하게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SCMP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그간 중국의 특별 행정구인 홍콩과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 문제는 물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대만 지원,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대응에서 항상 강공을 주문해왔다. 또 2022년 1월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라이칭더 현 대만 총통(당시엔 부총통)을 만났고, 같은 해 9월 대만의 자체 방어력 확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도쿄·베이징=김현예·신경진 특파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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