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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1000만 영화' 두 편 나왔는데…곡소리 나는 영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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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극장가 매출 6103억원, 전년과 비슷

'파묘'·'범죄도시 4' 1000만 관객 돌파

흥행 양극화 심화…상영 점유율 82% 달하기도

"스크린 독과점 제한, 법으로 강제해야"

'1000만 영화'가 두 편이나 나왔지만, 영화인 대다수는 웃지 못했다. 오히려 흥행 양극화에 허덕였다. 올 상반기 국내 극장가의 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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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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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상반기 극장가 매출액은 6103억 원, 관객 수는 6293만 명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0.4%(24억 원)와 7.8%(454만 명) 증가했다. 팬데믹 이전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2017~2019년 상반기 평균 매출액은 8390억 원, 평균 관객 수는 1억99만 명이다.

평균 영화 관람 요금도 9698원에 그쳤다. 3년 만에 1만 원 밑으로 떨어졌다. 티켓 가격이 높은 아이맥스(IMAX), 4DX(오감 체험 특별상영) 등의 매출액이 줄어든 탓이다. 특수 환경에 최적화된 할리우드 영화들의 부진이 평균 관람 요금 감소로 이어졌다.

상반기 외국영화 매출액은 2520억 원. 2017~2019년 상반기 평균인 4461억 원의 56.5% 수준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도 36.3%(1436억 원) 줄었다. 관객 수 또한 2562만 명으로, 2017~2019년 상반기 평균인 5317만 명에 한참 못 미쳤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도 31.4%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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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관계자는 "'웡카(353만1717명)'와 '인사이드 아웃 2(808만6331명)'를 제외하면 매출액 300억 원 또는 관객 수 300만 명을 넘긴 외국영화가 없었다"며 "지난해 할리우드 파업에 따른 블록버스터 기대작들의 개봉 연기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흥행 양극화다. 한국영화는 사상 처음으로 상반기에 개봉한 두 편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파묘(1191만3264명)'와 '범죄도시 4(1150만870명)'다. 전체 매출액은 3583억 원. 2017~2019년 상반기 평균인 3929억 원을 91.2%까지 회복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무려 68.8%(1460억 원) 늘었다. 관객 수 또한 3731만 명으로, 77.3%(1626만 명) 증가했다. 4년 만에 매출액(58.7%)과 관객 수(59.3%)에서 모두 외국영화를 압도했다.

그러나 빛나는 성과의 이면에는 심각한 문제가 숨어있었다. '파묘'와 '범죄도시 4'를 제외하고 매출액 200억 원이나 관객 수 200만 명을 넘긴 한국영화가 전무했다. 팬데믹 전부터 불거졌던 상영 배정 편중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예컨대 '범죄도시 4'는 개봉 나흘째인 4월 27일 상영 점유율이 82%에 달했다. 영진위 집계상 역대 최고치였다. 좌석 점유율은 이보다 높은 85.9%였다. 개봉일인 4월 24일부터 5월 14일까지 스무하루 동안 상영 점유율과 좌석 점유율 모두 50%를 넘었다. '파묘'도 열엿새 동안 같은 지위를 누려 흥행에 탄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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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점유율은 일정 기간 국내 극장의 전체 상영 횟수 중 특정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을 가리키는 수치다. 영화계에선 통상 50%를 넘으면 스크린 독과점에 해당한다고 간주한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다른 영화들이 충분한 상영 기회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영화들이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상영 점유율이 50%를 넘은 영화는 2022년 '범죄도시 2'를 포함해 열 편에 달했지만 지난해 네 편으로 줄었다. 그러나 올 상반기에만 '범죄도시 4', '파묘', '인사이드 아웃 2', '쿵푸팬더' 등 네 편이나 돼 다시 증가하는 양상이다.

이하영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운영위원은 지난 16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토론회 '스크린 독과점 문제와 대안 마련'에서 "(스크린을 독식하는 영화의) 상영 점유율은 점점 높아지는데,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며 규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배장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사도 "2011년 한국영화동반성장협의회가 (스크린의 합리적 배정을 포함해)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합의를 끌어냈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다"며 "이제는 (스크린 독과점 제한을)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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