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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MCU 맛 갔다” 터지는 자학 개그…데드풀+울버린 “이래도 안 웃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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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마블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24일 개봉
멀티버스로 망한 MCU 비판에 패러디까지
상극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웃음 돋보여

엄숙, 근엄, 진지는 아예 없다. 시작부터 그렇다.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마블 영화 로고송을 따라 부른다. ‘19금 슈퍼히어로’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이다. 그는 “로건(울버린)의 추억을 더럽히지 않고 어떻게 찍지”라고 사뭇 진지한 척 너스레를 떤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울버린(휴 잭맨)과 호흡을 맞춰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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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은 자신이 속한 세계를 구하기 위해 울버린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해 다중우주를 떠돌며 그를 찾아 나선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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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울버린이 나온다고? 울버린은 영화 ‘로건’(2017)에서 장렬하게 숨을 거뒀다(게다가 배우 휴 잭맨은 더 이상 울버린을 연기하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했다). 시간적 배경은 2018년이다. 로건이 숨진 지 1년이 지난 시점이다. 데드풀이 ‘파묘’까지 감행하며 울버린을 애타게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데드풀이 어벤져스에 퇴짜 맞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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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과 울버린은 서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함께 모험을 겪게 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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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은 슈퍼히어로 집단 ‘어벤져스’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는 어벤져스 리더 아이언맨을 만나지도 못하고 면접에서 낙방해 낙심한다. 데드풀은 슈퍼히어로의 삶을 포기하고 중고차 판매상으로 살아간다.

상스러운 말이 입에 붙은 데드풀이 세일즈맨으로 성공할 리는 없다. 그런 그에게 시간변동관리국(TVA)이라는 기묘한 기관의 간부 패러독스(매슈 맥퍼딘)가 나타나 뜻밖의 사실을 알린다. 울버린의 죽음으로 데드풀이 살고 있는 세상이 곧 종말을 맞을 거라고. 데드풀은 사랑하는 주변 지인들(모두 ‘엑스맨’ 시리즈 캐릭터다)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울버린을 되살리거나 다중우주 속 또 다른 울버린을 찾아내야 한다. 매사 장난스러운 데드풀과 항상 진지한 울버린은 그렇게 예상치 않게 만나 서로 좌충우돌한다.

영화는 스크린 안과 밖을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낸다.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마블 캐릭터들에 대한 지식과 할리우드에 대한 정보가 약간씩 필요하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마블코믹스가 탄생시킨 캐릭터이지만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마블 캐릭터들로 만들어낸 영화적 세계)’에 낀 적이 없다. 울버린을 포함한 ‘엑스맨’ 시리즈 캐릭터들과 데드풀은 ‘소속사’가 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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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 헐크 등 MCU에서 활약하는 캐릭터들은 마블스튜디오가 영상화 판권을 지니고 있다. 반면 ‘엑스맨’ 시리즈 등장인물들과 데드풀 등의 영상화 판권은 20세기폭스에 속했다. 데드풀과 캡틴 아메리카 등은 만화 속에서 만날 수 있으나 화면에서는 마주칠 수 없는 운명이었다. 2019년 월트디즈니컴퍼니(마블스튜디오 모회사)와 20세기폭스가 합병하기 전까지 일이다. 영화 속 데드풀이 2018년 어벤져스 가입 퇴짜를 맞는 건 당연. 그가 “내가 마블 예수다”라며 호들갑 떠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학과 B급 뒤섞인 웃음 대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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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과 울버린'에는 새로운 빌런 카산드라 노바(에마 코린)가 등장한다. '엑스맨' 시리즈 속 찰스 자비에의 쌍둥이 여동생이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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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은 MCU에서 자유로워서일까. “MCU가 요즘 맛이 갔지만”이라고 비꼬거나 "멀티버스는 그만하면 안 돼? 하기만 하면 실패하잖아!"라며 MCU를 통렬히 비판한다. MCU는 멀티버스 남발, 드라마와 영화를 잇는 혼란스러운 이야기 전개 등으로 최근 인기를 잃었다는 평을 듣는다. 20세기폭스로부터 ‘데드풀’ 시리즈를 이어받아 ‘데드풀과 울버린’을 만들게 된 마블스튜디오로서는 데드풀의 입을 통해 자학 개그를 하는 셈이다.

데드풀의 독설은 MCU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폭스 XX들아, 나 디즈니랜드 간다"며 20세기폭스를 조롱하기도 한다. 영화에는 캡틴 아메리카로 유명한 배우 크리스 에번스가 등장하는데, 20세기폭스가 망친 마블 캐릭터 휴먼 터치를 희화화하기 위해서다. 데드풀과 울버린이 떨어지는 황량한 공간 ‘보이드’에는 거대한 20세기폭스 로고가 부서진 채 등장한다. 영화는 ‘보이드’를 통해 ‘퓨리오사: 매드맥스 이야기’(2024)를 패러디하기도 한다.

B급 유머와 자학 개그가 객석에 웃음의 파도를 만들어내기 충분하다. 데드풀의 속사포 입담이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로 쏟아진다. 웃음이 넘실거릴 수 있으나 ‘폭소 쓰나미’까지는 힘들 듯하다. 데드풀과 울버린이 빚어내는 액션은 밀도가 떨어지고, 시각적 쾌감을 주는 장면이 딱히 없기도 하다. 데드풀의 다른 면모 100가지가량을 보여주는 장면이 눈길을 끌기는 하나 무릎을 치게 할 정도는 아니다.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와 ‘리얼 스틸’(2011), ‘프리 가이’(2021) 등의 숀 레비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레이놀즈는 제작과 각본 작업에까지 참여했다. 24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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