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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차려 사망' 중대장, 유족에게 "선착순 안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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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가해 사실 숨기고 축소 진술"

"거짓말로 훈련병 사망에 여러 영향 끼쳐"

훈련병에게 군기 훈련(얼차려)을 지시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 A씨가 사고 발생 당시 유족에게 훈련 강도를 축소해 설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진행, 사망한 박태인 훈련병이 쓰러진 후 다음 날인 지난 5월24일 유가족과 A씨 사이 이뤄진 대화 녹취 내용을 공개했다.

연병장을 몇 바퀴 돌게 했냐는 유가족의 질문에 A씨는 "제가 지시한 것은 세 바퀴"라며 "두 바퀴를 돌다가 세 바퀴 돌 때쯤, 그러니까 한 바퀴, 두 바퀴를 한 50m 갔을 때 쓰러졌다"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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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을 실시한 혐의로 중대장이 지난달 21일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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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은 "그러면 빠른 속도로 선착순처럼 돌렸나"라고 묻자 중대장은 "아닙니다"라며 "쓰러질 당시 선착순 이런 걸 시키지 않았다. 열을 맞춰 제대로 같이 뛰어라, 이렇게 얘기했다" "속도 같은 거 통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A씨는 훈련병들에게 완전군장 상태로 연병장을 선착순 뜀걸음 1바퀴를 실시했고, 팔굽혀펴기와 뜀걸음 세 바퀴를 잇달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센터는 "적어도 중대장은 유족에게 상황 설명을 한 시점까지 자신의 가해 사실을 숨기고 축소 진술했을 것"이라며 "유가족 앞에서까지 스스럼없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아 사고 발생 직후 소대장이나 군의관에게 가해 사실을 소상히 얘기했을 가능성이 작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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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하는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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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런 중대장의 거짓말은 군의관에게도 똑같이 전달됐을 것"이라며 "군의관은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국군의무사령부 의료종합상황센터에 환자 상황을 보고해 후송 지침을 하달받았을 것이고, 속초의료원 의사, 강릉아산병원 의사도 왜곡된 정보에 근거해 환자 발생 상황을 알려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중대장은 유가족을 기만하면서까지 자기 죄를 숨기려고 했을 뿐 아니라 그 결과로 의료인의 판단에 혼선을 빚고 초기 환자 후송에 악영향을 주는 등 훈련병의 사망에 여러 영향 요인을 끼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대장 A씨와 부중대장(25·중위)은 지난 5월23일 강원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군기 훈련을 시키는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하고 쓰러진 박 훈련병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학대치사·직권남용가혹행위)로 지난 15일 구속기소됐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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