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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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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어르신 일자리 날로 느는데… 안전사고 1년 새 86%나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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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일자리’ 사고 현황 분석

2023년 101만명 고용 전년比 4.6%↑

안전사고는 3086건… 1400건 껑충

사고 절반 이상 골절 1850건 최다

복지부 “보험사 경쟁·보장 강화 탓”

전문가 “원인 파악 대책 마련 시급”

사망 18건 중 보고서 67%나 누락

정부, 2024년부터 보고서 제출 의무화

‘노인 인구 1000만 시대’를 맞아 정부가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노인일자리’에서 지난해 사고를 당한 이들이 80%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일자리의 양적 확대를 넘어 안전사고 등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보건복지부가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일자리 안전사고는 3086건을 기록했다. 전년의 1658건과 비교하면 86.1% 늘었다. 지난 5년간 노인일자리 안전사고 현황을 보면 △2019년 1448건 △2020년 1350년 △2021년 1762건 △2022년 1658건으로 연간 최대 30% 등락을 반복했지만, 80% 이상 늘어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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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이 구직신청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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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노인일자리가 97만1475명에서 101만5683명으로 4.6%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안전사고 증가율은 훨씬 가파르다. 안전사고 유형별로 보면 골절이 1850건으로 가장 많았고, 사망사고도 18건 발생했다. 각각 전년 대비 2배, 3배로 늘었다.

복지부는 “지난해 노인일자리 사업 보험사를 기존 2곳에서 3곳으로 늘리면서 보험사 간 경쟁이 심화하고 보장성이 강화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출퇴근길에 넘어져 부상한 경우도 보장해주는 등 보험사가 안전사고를 폭넓게 인정하다 보니 수치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현장 담당자들을 면담한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도 “최근 안전사고 상해보험 가입을 강화하면서 작은 사고도 보험을 청구하고 투명하게 보고하게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다만 남 교수는 “보험 보장성을 강화한 건 좋지만, 사고를 막기 위한 장치가 취약한 건 문제”라고 덧붙였다. 안전사고에 대한 보험료를 지급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사고 자체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도 “(사고 증가에도) 정부가 안전사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명확한 한계”라면서 “노인들에게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고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예방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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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도 같은 비판이 나왔다.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3 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보건복지위원회)’ 보고서에서 “지난해 안전사고 건수 급증 사유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향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고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복지부는 노인일자리의 양적 확대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안전대책을 수립하는 등 사업의 질적 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도 “윤석열정부가 노인일자리의 양적 증가라는 가시적인 성과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늘어난 일자리의 양만큼 일터에서의 안전 관리와 전담인력 처우 개선 등 질적 관리에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일자리의 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안전사고 발생 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지금은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보험사가 조사에 나서긴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노인일자리업무시스템에 유형별로 간략하게 분류해 입력만 하는 상황이다. 가장 중한 사고인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수행기관으로부터 ‘사망사고 발생현황 보고서’를 제출받아 문제를 파악하는데, 정부는 이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인일자리 지원사업 운영지침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수행기관은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고발생경위, 조치사항, 향후계획 등을 담은 보고서를 지자체 또는 복지부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수행기관이 제출한 사망사고 보고서는 6건에 그쳤다. 노인일자리 사망사고는 18건 발생했는데, 12건(67%)은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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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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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부터 올 6월까지로 넓혀서 보면 복지부에 제출된 보고서는 총 31건으로 사망사고(52건)의 60%에 불과했다.

복지부는 “올해부터 사망사고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보고서 누락 시 수행기관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는 11월부터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안전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예산을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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