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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김병기 ‘필향만리’] 毋意 毋必 毋固 毋我(무의 무필 무고 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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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절사(絶四)’라는 말이 있다. ‘끊을 절(絶)’을 쓰는 ‘절사’는 공자께서 ‘뚝 끊으신 네 가지’ 즉 무의(毋意), 무필(毋必), 무고(毋固), 무아(毋我)를 일컫는 말이다. ‘어미 모(母)’와 완전히 다른 글자인 ‘毋’는 ‘말 무’라고 훈독하는데, 뭔가를 강하게 금지함을 뜻하는 글자다. ‘意(뜻 의)’ ‘必(반드시 필)’ ‘固(굳을 고)’ ‘我(나 아)’, 이 네 가지를 하지 말자는 ‘절사’를 우리말로 번역하기가 쉽지 않다. 성균관대 전광진 교수는 “억측하지 말 것, 독단하지 말 것, 고집하지 말 것, 자만하지 말 것”이라고 풀이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억측하여 독단하고, 독단을 끝까지 고집하면서도 자신이 최고라고 자만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독소 덩어리’이다. 독소는 끊어내야 한다. 그래서 공자도 절사를 말한 것이다.

중앙일보

毋: 말(없을) 무, 意: 뜻 의, 必: 반드시 필, 固: 굳을 고, 我: 나 아. 억측하지 말 것, 독단하지 말 것, 고집하지 말 것, 자만하지 말 것. 35x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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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당단부단 반수기란(當斷不斷 反受其亂)”이란 말을 한 적이 있다. “응당 끊어야 할 것을 끊지 않으면, 도리어 난(재앙)을 당하게 된다”는 뜻이다. 자신의 억측과 독단과 고집과 자만은 끊으려 하지 않고 남 탓만 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다. 절사! 재앙을 되받은 후에야 후회하지 말고 끊어내야 할 것은 지금 당장 끊어내자.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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