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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권혁재의 사람사진] 퓰리처상 받은 사진가 김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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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보다 마음의 눈이 먼저"



중앙일보

권혁재의 사람사진/ 김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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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진 한 장이 ‘세기의 사진’으로 주목받았다.

AP의 에번 부치가 찍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후 사진이다.

이 사진을 보자마자

“사진 한 장이 세계적인 파문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 사진이 사회를 바꾸는 힘이 있는 걸 실감했습니다”라고 한 이가 떠올랐다.

그는 2019년 퓰리처상 사진 부문을 수상한 로이터통신의 김경훈 기자다.

김 기자는 2018년 11월 멕시코 티후아나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최루탄을 피해 절박하게 도망가는 엄마와 아이들을 포착했다.

그중 한 아이는 기저귀를 찬 채였다.

이 한 장의 사진은 세계적은 주목과 함께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전 세계 언론이 다투어 그 가족을 취재했으며,

각계의 도움으로 결국 3주 만에 그 가족은 미국 난민 신청이 수용됐다.

그의 말처럼 사진 한 장이 일으킨 파문이 세상의 틀을 바꾼 터였다.

퓰리처상을 받은 지 3년이 지난 2022년 서울에서 그를 만났다.

그가 『인생은 우연이 아닙니다』라는 책을 출간한 이유로 만난 터였다.

분명 인터뷰용 사진을 찍어야 하건만, 그는 카메라 없이 빈손인 채였다.

중앙일보

사람을 만날 때 카메라 없이 휴대전화만 들고 다니는 김경훈 기자는 꼭 사진을 찍어야 할 일이 생기면 휴대전화로 찍으면 된다고 했다. 이는 중요한 건 화질이 아니라 이야기며 메시지라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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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수상자가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는 이유를 그에게 물었다.

“카메라를 들여다보느라 앞사람과 대화를 자꾸 끊는 게 미안해서요.

긴급한 일, 꼭 찍어야 할 일이 있으면 휴대전화로 찍으면 되고요.”

결국 ‘기자와 사람’보다 ‘사람과 사람’ 관계가 우선이라는 의미였다.

이어 그는 '사람과 사람’ 관계에 관한 일화를 들려줬다.

“절박하게 도망가던 사진 속의 그 가족을 꼭 한번은 만나고 싶더라고요.

결국 후속 취재차 만나게 되었어요.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물었더니 KFC 치킨을 사달라더라고요.

그렇게 가족들과 KFC 치킨을 먹었습니다.

지금은 볼티모어에 정착해서 사는데 가끔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사진 속 그 엄마가 꼭 한번 볼티모어로 오라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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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을 받은 김경훈 기자는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보는 눈을 가졌다. 이는 마음을 읽고 보고 헤아리는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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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찍은 사진이 이렇듯 사람과 사람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결국 사진이 일으킨 파문이 세상의 선한 영향력이 됨을 그가 증명한 게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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