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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국민株’였던 네이버 어쩌다… [스페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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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네이버 분당 사옥. (매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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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 사태’로 네이버 해외 사업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주력 사업에서도 경고등이 켜졌다.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검색, 커머스 등 사업 영역에서는 점유율과 거래액이 역성장으로 돌아섰다.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사업도 글로벌 빅테크와 직접 경쟁을 해야 해 결과를 낙관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다수다. 사업 난맥상이 부각되면서 네이버 주가는 신저가로 곤두박질쳤다. 공교롭게도 네이버는 올 상반기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 임원들이 보유 주식을 줄줄이 매도해 주가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개인 투자자 사이에선 ‘네이버가 국민 배신주(株)가 됐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는다. 네이버를 둘러싼 위기 요인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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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기반 ‘흔들’

‘제2이마트’ 우려 확산

‘IT 공룡’ 네이버가 흔들린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연일 급락한다. 주력 사업에서는 정체·역성장 징후가 뚜렷한 데다, AI 등 신사업에선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는 인식 탓에 성장 불확실성이 확대된 결과로 분석된다.

네이버는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네이버의 올 2분기 매출은 2조6501억원, 영업이익은 4348억원으로 예상된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약 10%, 영업이익은 17% 증가한 수준이다. 네이버웹툰 미국 나스닥 상장에 따른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에도 불구하고 역대 2분기 기준 최고 실적이 예상된다.

호실적에도 주가는 속절없이 고꾸라진다. 특히, 네이버 일부 경영진이 주식 매도에 나선 것을 두고 날 선 비판이 잇따른다. 통상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기업 임원의 자사주 매도는 주가 하락의 전조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라인야후 사태가 심화한 시점인 지난 4월과 6월 사이 네이버 리더급(상무·전무) 이상 임원 총 25명은 20억5140만원 규모 자사주를 팔았다. 7월 들어서도 네이버 임원의 보유 지분 매도가 이어진다. 호실적에도 주가가 맥을 못 추는 것은 미래 실적이 ‘피크아웃’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탓으로 풀이된다. 네이버 정체성을 상징하는 검색은 물론 전체 매출의 30%에 육박하는 커머스에서 기세가 꺾일 것이라는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숫자를 뜯어보면 전체적으로는 성장 추세를 보이지만 문제는 ‘기울기’다.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 기울기가 꺾였다는 우려가 들불처럼 확산하면서, 시장 일각에선 ‘제2의 이마트’가 될 것이라는 비관론도 고개를 든다.

네이버 매출 뼈대는 광고(검색+디스플레이)와 커머스다. 광고 매출은 검색과 디스플레이로 나뉜다. 검색 광고는 특정 상품을 검색했을 때 검색 결과로 관련 판매 링크를 줄줄이 보여주는 식이다. 디스플레이 광고는 ‘배너 광고’로 보면 된다. 검색 사이트를 찾은 불특정 다수 사용자 행태 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배너나 이미지를 띄운다. 최근 수년간 커머스의 가파른 성장으로 광고 매출과 비중 격차는 크지 않다. 2020년 50%를 웃돌던 검색·디스플레이 광고 매출 비중은 최근 30%대로 줄었다. 이 기간 커머스 매출 비중은 크게 늘어 최근에는 30%에 근접한다.

검색 부문에서는 네이버의 확고한 입지가 흔들리는 모습이 엿보인다. 네이버 검색 점유율은 시간이 갈수록 하락 추세다. 2022년 말(64%), 지난해 말(60%)에 이어 최근 점유율은 60% 선이 무너졌다.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웹 검색 엔진 점유율은 지난 1월 1일 62%에서 지난 6월 25일 56.5%로 약 6개월 사이 5.5%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구글은 28.3%에서 35.3%로, MS(마이크로소프트) ‘빙’은 1.8%에서 3.3%로 상승했다.

물론 국내 검색 과반 점유율을 낮다고 볼 순 없다. 문제는 글로벌 빅테크 구글과 격차가 갈수록 좁혀진다는 데 있다. 구글 점유율은 2022년 말 26%, 2023년 말 29%에서 올 들어 30% 중반까지 뛰었다. 네이버와 구글 격차는 약 21%포인트다. 2022년 말 38%포인트 넘게 벌어졌던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IT업계에서는 네이버 검색 점유율 하락을 두고 여러 해석을 내놓는다.

무엇보다 인터넷 이용 패턴 자체가 바뀌었다. 텍스트 기반 검색보다 유튜브 등 영상 기반 검색으로 패러다임이 이미 넘어갔다는 게 다수 전문가 진단이다. 이런 추세를 타고 네이버는 사용 시간 정체 국면을 지나 감소세로 돌아섰고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커진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전 한국인은 유튜브를 월 400억~500억분가량 봤지만, 지난해부터 1000억분을 돌파했다. 지난해 230억분을 넘었던 네이버 월 사용 시간은 올 들어 200억분 안팎으로 줄었다. 총선 등 대형 정치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검색을 찾지 않았다는 의미다.

포털 광고 시장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기업 등 대형 광고주의 예산 삭감 기조가 여전한 데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로 예산 집행이 분산되고 있다. 현재 네이버 디스플레이 맞춤형 광고의 경우, 사용자 소비 심리가 약해 실제 구매 의사 결정으로 이어질 확률이 낮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장기적으로는 AI 성장과 맞물려 인터넷 생태계 판도가 바뀌면서 검색 의존도가 높은 포털부터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네이버를 불안에 떨게 한다. 현재 인터넷 검색 생태계에서는 이용자가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포털이 적합도와 시의성 등을 반영한 알고리즘에 따라 검색 결과 링크를 이용자에게 보여준다. 이용자는 이 링크를 눌러 외부 사이트로 이동한다. 포털은 검색 결과를 보여주고 콘텐츠를 제공한 웹사이트는 트래픽을 받는 게 작금의 검색 생태계 구조다.

생성형 AI는 검색 링크를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링크를 읽어 답을 내놓는 식으로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한다. 트래픽을 유발하는 방식이 아닌 셈. 검색 결과를 클릭해 외부 사이트로 이동하지 않고 생성형 AI 문답만으로 정보 수요가 충족된다면 외부 사이트로 유입되는 트래픽은 급감할 수 있다. 이 탓에 IT 전문 매체 가트너는 생성형 AI 확산으로 검색 포털에서 사이트로 유입되는 트래픽이 2026년까지 25% 줄어들 것으로 봤다. 결국 검색 포털은 트래픽 감소와 이에 따른 광고 매출 하락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8호 (2024.07.10~2024.07.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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