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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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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발목 절단…80분 병원 ‘뺑뺑이’ 돌다 70대 환자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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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발목이 절단되는 등 중상을 입은 70대 환자가 응급수술할 병원을 찾지 못해 1시간20여분 만에 숨져 보건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지역에서는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진 부족 등 의료시스템이 붕괴된 상황이 낳은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달 18일 오전 11시55분쯤 전북 익산시 여산면의 한 도로에서 차를 몰던 운전자 A(70대)씨가 단독 교통사고가 나 크게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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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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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그는 사고로 차량이 전복되면서 밖으로 튕겨 나왔다. 이 충격으로 발목이 절단되고 머리, 허리 등도 크게 다쳐 다발성 손상이 발생한 상황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원들은 A씨의 상태가 위중하다고 판단해 전북 지역에서 권역외상센터를 운영 중인 대학병원 두 곳에 다급히 연락해 긴급 수술 가능 여부를 물었다.

하지만, 두 대학병원에서는 모두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익산에 위치한 원광대병원은 발목 접합 수술을 할 전문의가 전날 당직 근무한 뒤 퇴근해 수술할 수 있는 의료진이 없다고 안내했다. 전주에 자리한 전북대병원에서도 해당 전문의가 현재 수술 중이어서 즉각적인 환자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상황을 전했다.

이에 소방대원들은 A씨를 태운 엠블런스를 몰고 사고 장소에서 35㎞가량 떨어진 전주의 한 접합수술 가능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송에만 40여분이 소요됐다.

그러나, 해당 병원에서는 종합병원으로 이송할 것을 권했다. 접합수술 외에도 다발성 손상이 발생해 해당 병원에서 수술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결국 소방대원들은 A씨를 다시 이 병원에서 3㎞ 정도 떨어진 전주예수병원으로 이송했다. 환자는 이날 오후 1시19분쯤 예수병원에 도착했으나, 제대로 수술받지 못해 결국 숨을 거뒀다. 예수병원은 당시 수술할 수 있는 전문의가 있었으나, 환자 상태가 매우 위중해 인공호흡 등 응급처치밖에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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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병원 응급실 대기실에 환자 및 보호자 등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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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지역 의료계 등에서는 “최근 정부의 의사 증원 방침으로 불거진 의정 갈등이 의료진 부족 사태를 불러왔기 때문”이라며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지역의료체계는 붕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북의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전북의 전공의들이 수련하기 서울 지역 대형병원으로 떠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남아있는 의료진마저 피로도가 누적돼 버티기 힘들게 돼 결국 지역 의료시스템 붕괴가 가속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대병원 한 의료진은 “지역의료를 살리지 못할 경우 도민들이 응급실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태가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의정 갈등으로 촉발된 전공의 사직 등 의료대란이 장기화하면서 현재 원광대병원은 사직서 제출 전공의 90명 전원이 복귀하지 않고 있다. 전북대병원은 전체 전공의 156명 중 7명, 전주예수병원은 80명 중 22명만 복귀한 상태다. 의료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은 개인 전문 병원에서 수련하거나 군 입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 파악에 나선 전북도 보건당국은 “의정 갈등에 따른 지역 의료 인력 부족 상태 등이 환자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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