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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 (토)

[필동정담] 또 비온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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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사회인야구 팀원이 1회 말 공격에서 인생 첫 만루 홈런을 쳤다. 덕분에 1회부터 10점 차, 승기도 잡았다. 그의 날아갈 것 같은 기분도 잠시, 비가 오기 시작했다. 우천 취소가 될 경우 팀의 승리는 물론 홈런 기록도 없던 일이 된다. 빗방울은 점차 굵어졌고, 결국 게임이 취소됐다. 이날은 주초부터 비 예고에도 불구하고 맑은 날씨가 이어졌지만, 마지막 우리 팀 게임만 오후 7시께 취소된 것이다.

기상청 날씨누리가 제공하는 초단기예측 서비스에는 당시 시간당 1~3㎜ 내외의 초록색 구름이 표시됐지만, 실제 비는 태풍 '힌남노' 때를 방불케 했다.

이어진 일요일. 아이들과 집 근처 시 산하기관에서 운영하는 물놀이터에 갔다. 햇볕이 따가울 정도인데 물놀이터는 문을 닫고 있었다. 담당 공무원은 "시 담당자가 폭우 일기 예보를 보고 안전을 위해 폐장을 지시했다"고 답했다. 헛걸음한 가족들 여럿이 차를 돌렸다.

최근 아침마다 일기 예보를 보면 늘 우산, 비가 예고돼 있다. 심하면 일주일 내내 비가 올 것으로 예측되지만 실제 당일 하늘엔 햇빛이 쨍쨍한 경우가 다반사다. 기상청 예보는 뒷북이기 십상이다. 기상 예보가 아니라 기상 중계라는 비판도 나온다. 수백억 원이 투자된 기상청 슈퍼컴퓨터의 결과라지만 허무하기 일쑤다.

기상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고 틀릴 수도 있는 문제다. 잠시 불편으로 그친다면 다행이지만, 날씨 예보에 생업이 걸린 사람들도 있다. 시 외곽의 펜션이나 캠핑장, 각종 식당, 카페 등 소규모 자영업자를 비롯해 대형 골프장이나 놀이공원, 동물원까지 날씨 예보에 손님 수가 좌우되고, 그날의 매출이 걸려 있다.

지난해 기상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강수 예보 적중률은 80%에 육박하며 가까운 일본보다 뛰어나다고 한다. 가깝다지만 기상 변동이 많은 섬나라와 비교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단기 예보 국민 만족도가 2018년 73%에서 2022년 66.8%로 낮아졌다. 생계가 걸린 사람들의 불만은 그 이상 늘어난 듯하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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