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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왜 바이든은 꼭 집어 ‘한국 전략사령부’의 발목을 잡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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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26일(현지시각)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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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연합방위태세에 한국의 모든 역량을 적용할 것임을 확인하였다. 이는 한국의 새로운 전략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간의 역량 및 기획 활동을 긴밀히 연결하기 위해 견고히 협력하는 것을 포함한다. ”



지난해 4월26일(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워싱턴 선언’의 일부다. ‘워싱턴 선언’은 한-미 정상 차원에서 확장억제 운영 방안을 적시한 최초의 합의 문서다. 당시 국내에서는 온통 확장억제에 관심이 쏠려 이 대목은 눈여겨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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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새로운 전략사령부’는 올해 후반기 창설될 예정이다. 전략사령부(전략사)가 뭐길래 세계에서 가장 바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군 부대도 아니고, 당시 기준으로 1년 반 뒤에야 만들어질 한국의 부대 창설에 관심을 가졌을까. 전략사가 한-미연합방위체계, 곧 한-미동맹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략사 창설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뒤 처음 제기됐다. 당시 전략사 논의에 관여한 인사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연계해 한국군의 북핵 주도 사령부로서 전략사 창설 아이디어가 처음 나왔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애초 ‘한반도 전쟁수행구조 차원’에서 전략사 창설 논의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1994년 한국이 평시 작전통제권을 찾아왔지만 여전히 전작권은 한-미연합사령부에 있다. 지금같은 ‘데프콘 4’ 상황에서는 한국군이 작전통제권을 행사하지만, 한반도 위기가 높아져 ‘데프콘 3’이 되면 한국군 작전통제권이 한-미연합사로 넘어간다. 데프콘은 한반도에서 `적의 도발에 대한 방어준비 태세'를 뜻하는데,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4→3→2→1 순으로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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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3000t급 잠수함 신채호함 모습. 방위사업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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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프콘 3 상황부터는 수도방위사령부, 제2작전사 등을 뺀 대부분 한국군 전력은 한-미연합사령부 밑으로 간다. 긴장이 더 격화돼 한반도가 핵 전쟁 임박 국면으로 가면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전략사령부도 개입한다. 박근혜 정부 때 전략사 창설 논의에 참여한 인사는 “한반도 유사시 전쟁 주도권이 미국에 있고 전작권이 없는 한국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이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전략사 창설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말했다. 전략사를 새로 만들어 한-미연합사 지휘체계 밖에 두고 한반도 유사시 독자적 전쟁 발언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사 창설을 국정과제로 선정했고, 지난 6월21일 ‘전략사령부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전략사는 북핵·미사일 위협 대비하는 3축 체계(킬 체인·한국형 미사일방어·대량응징보복) 관련 무기들을 통합적으로 지휘·운용할 예정이다. 전략사가 통제할 무기들은 육군의 현무계열 탄도미사일(사거리 1000㎞ 이상·탄두 중량 2t 이상), 공군의 F-35 스텔스 전투기, 해군의 3000t급 잠수함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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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전투기가 지난 24일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공군 F-5 2대, KF-16 2대, 미 해병대 F-35B 2대. 공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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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한국 전략사가 한-미연합사 지휘체계 밖에서 단독으로 킬 체인 작전을 수행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킬 체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지휘·발사·지원체계와 이동식발사대(TEL) 등 핵심 표적을 신속·정확히 탐지해 사용 징후가 명백한 경우 발사 전 제거하는 체계다. 한국이 북한을 선제타격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주한미군도 연루된다.



미국 입장에서 ‘한반도 전쟁 억제’는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도 포함된다. 미국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2009년 한 논문에서 “작전통제권이라는 ‘엄청난 국가주권’을 침해한 이유는 한-미 연합전투력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였을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항해 한국이 호전적 성격의 일방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해 4월 ‘워싱턴 선언’에 ‘한국 전략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간의 역량 및 기획 활동을 긴밀히 연결하기 위해 견고히 협력’이란 문구를 넣어, 한국 전략사가 한-미연합사(미국) 통제를 벗어나는 독자 행동(선제 타격)을 하지 않겠다는 공개적 약속을 문서로 받았다. 미국 처지에선 원치 않는 전쟁을 연루되지 않을 안전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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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각) 미 전략사령부에서 진영승 합동참모본부 전략사창설추진단장(오른쪽)과 앤서니 코튼 미 전략사령관이 동맹의 전략적 억제능력을 주도적으로 강화해 나가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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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지난 6월21일 ‘전략사령부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김선호 국방부차관은 지난 18일 안보·군사 전문가를 대상으로 전략사령부에 대한 정책설명회를 열어 “전략사는 한-미 핵협의그룹(NCG) 운용과 연계해 핵·재래식 통합작전 개념 및 방안 발전과 우주·사이버·전자기스펙트럼 등 신영역에서 전투발전을 주도하는 부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략사가 연합방위체계 안에서 미국의 재래식-핵 통합운용(CNI)을 돕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에 전략사가 연합사 지휘체계 안에 들어가면 전략사 예하 전력도 모두 연합사로 전환돼, 8년 전 박근혜 정부가 ‘한국군 북핵주도 사령부’ 차원에서 시작한 전략사 창설 취지가 퇴색한다.



한 예비역 장성은 “전략사 창설은 한국군 군 구조와 한-미연합방위체제(한미동맹)의 변화를 요구하는 중요한 국방정책이고, 박근혜 정부 때부터 군 내부에서 찬반이 팽팽히 맞서온 쟁점이다. 전략사 창설은 문재인 정부 때도 국정과제였지만 해·공군의 반대 등으로 접었다. 전략사 창설이 군 내부 설득과 군 외부와의 소통, 국민 공감대 형성없이 비공개로 추진돼 지난 6월 ‘전략사령부령 제정안’ 입법예고까지 왔다”고 말했다. 밀실·불통이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방식이 전략사 창설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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