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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주말 내내 전국이 ‘습식 사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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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도까지 오르고 습도는 최고 95%… 열풍까지 불어

조선일보

26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터미널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소나기가 내리자 손과 가방으로 비를 막으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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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 전국이 ‘습식 사우나’에 들어간 듯 푹푹 찔 전망이다. 햇볕은 강하고, 습도가 높을 뿐 아니라 뜨거운 바람까지 불어 들어와 극한 더위를 만드는 삼박자가 모두 갖춰지기 때문이다. 낮엔 폭염, 밤엔 열대야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26일 현재 우리나라 대기 상층에는 북쪽에서 내려온 티베트고기압, 하층에는 남쪽에서 올라온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넓히고 있다. 두 고기압이 한반도를 두 겹의 이불처럼 덮으면서 뜨거운 열기가 빠져나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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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26일 기준 특보 구역으로 지정된 전국 183곳 중 176곳에 폭염 특보가 발효 중이다. 최고 체감기온이 35도 이상일 때 내려지는 폭염경보가 118곳, 33도 이상인 폭염주의보가 58곳이다. 27일 낮 최고기온은 30~34도로 예보됐다. 28일은 이보다 오른 31~35도의 분포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습도도 기온을 올리고 있다. 남부와 중부를 차례로 강타한 장마전선이 지난 24일 북한으로 올라간 이후에도 내륙에 강한 소나기가 자주 내리고 있다. 지표가 마를 새 없이 축축하게 계속 젖어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전국 평균 습도는 84%로 7월 평년(80%)보다 높다. 습도가 55%에서 10%포인트 오를 때마다 체감기온은 1도씩 올라간다. 현재 습도면 실제 기온보다 체감 온도는 3도 정도 높다는 뜻이다. 이번 주말에도 서울의 최고 습도가 90%를 기록하는 등 중부지방 최고 80~90%, 남부지방 최고 85~95%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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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보통 해가 떨어지면 온도가 내려가지만, 요즘엔 습도가 높아 밤에도 열대야가 나타나고 있다. 습기는 열을 머금고 있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이달 24일까지 밤에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 올라가는 열대야가 나타난 날이 전국 평균 4.4일이었다. 예년 같은 기간 발생일(1.7일) 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제주도는 올해만 열대야가 20일 발생했다.

주말에도 내륙에 소나기가 예보돼 습도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나기가 내리는 것은 낮 동안 지표가 지나치게 달궈지기 때문이다. 대기 하층의 공기가 뜨거워진 채로 상승해 상층의 차가운 공기와 부딪히며 비구름대를 만들고,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소나기와 함께 천둥·번개가 치게 된다.

중국 내륙에서 북진 중인 3호 태풍 ‘개미’도 더위를 부추기고 있다. 거대한 저기압인 태풍과 북태평양고기압 사이로 한반도를 향하는 ‘바람 길’이 생기며 고온다습한 남풍이 불어오고 있다. 결국 한반도가 고기압 이불을 덮은 상황에서 뜨거운 바람까지 더해지며 한증막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남풍은 평지로 가면 기온을 상승하는 데 그치지만, 높은 산지와 부딪히면 비구름대가 만들어져 비를 뿌리게 된다. 이에 27일 아침까지 제주와 전남·경남권에는 각각 80~150㎜, 30~80㎜의 비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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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성규


앞으로 폭염의 변수는 태풍 ‘개미’다. ‘개미’는 27일 밤 중국 산양 부근까지 올라간 후 점점 약화해 28일 전후 소멸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풍은 소멸과 동시에 거대한 수증기를 남긴다. 이때 수증기가 비구름대를 형성해 한반도로 들어와 상공에 자리한 고기압을 잠시 밀어내고 비를 뿌리면 열기를 식힐 수 있다. 반대로 수증기가 중국 내륙에서 비로 바로 소진되면 우리나라는 고기압의 확장 속도가 빨라지며 폭염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저기압이 들어오지 않는 한 열기를 크게 해소시켜줄 요인이 없기 때문에 ‘더위의 탑’이 쌓이는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이다.

이번 주말 같은 극한 더위에는 가능한 한 낮 시간대 바깥 활동을 줄이는 것이 좋다. 일사병, 열사병 등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이다.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밝고 헐렁한 옷을 입고, 챙이 넓은 모자를 챙기면 좋다.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음주는 체온을 높이고, 커피나 탄산음료는 이뇨작용으로 탈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가장 더운 시간인 오전 11시~오후 3시 사이 야외 활동을 최대한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야외 활동 중 어지럼증이나 메스꺼움 등 온열질환 증상이 나타나면 곧장 서늘한 곳으로 이동하고, 심할 경우에는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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