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참석 3명 중 1명 작고, 2명은 개인사정으로 불참
"앞으로는 참전용사 가족 중심으로 행사 진행될 듯"
처음으로 생존 참존용사 없이 열린 남아공 한국전쟁 참전용사 추모식 |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올해가 직접 참석하는 마지막 추모식이 될 것 같다"는 마이크 물러(94)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공군참모총장의 작년 행사장 발언은 결국 현실로 이뤄졌다.
26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 외곽 남아공공군기념관에서 열린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식에 참석한 남아공 생존 용사는 한 명도 없었다.
작년 행사에 참석한 3명 중 물러 총장은 건강이 안 좋아져 요양원에 들어가 행사에 못 왔다.
'올해가 마지막'이라던 물러 총장에게 "나는 앞으로 몇 년은 더 참석할 것"이라고 대꾸했던 피트 피세르 씨는 작년 11월 9일 92번째 생일잔치를 잘 치르고서 나흘 뒤 고인이 됐다고 유족들이 전했다.
동부 콰줄루나탈주의 하우윅에 사는 아이반 홀스하우젠(94) 씨는 건강에 큰 이상은 없지만 개인 사정으로 올해는 불참했다.
작년 11월 작고한 남아공 한국전 참전용사 부인 |
826명의 남아공 참전용사 가운데 한국전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겪은 고초의 후유증으로 귀국 후 11개월 만에 숨진 1명을 포함해 전사 또는 사고로 숨지거나 실종된 용사는 37명이다.
나머지는 무사히 귀국했으나 세월이 많이 흘러 현재까지 살아 있는 참전용사는 남쪽 케이프타운과 영국에 각각 거주해 이날 불참한 용사 2명을 포함해 4명뿐이다.
주남아공 한국대사관과 한인회가 매년 생존 참전용사에게 식사를 대접하던 연례행사를 2010년 남아공 공군과 함께하는 추모식으로 확대한 이래 생존 참전용사가 불참한 것은 코로나19로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된 2020·2021년을 빼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대신 고 피세르 씨의 부인 자네트(87) 씨와 딸 제니비 펀허트(66) 씨를 비롯한 참전용사 유족과 후손, 공군과 외교단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전사자들의 넋을 기렸다.
군목의 기도로 시작된 행사에서는 남아공 공군의 과거 전투기이자 현재 훈련기인 '하버드'가 행사장 상공을 낮게 지나가는 추모 비행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인근 공군 장교회관에서 이어진 2부 행사에서는 한식을 포함한 오찬과 함께 참전용사 후손에 대한 장학금 수여식 등이 진행됐다.
더크 러우 남아공한국전참전용사협회장은 이 자리에서 전사자 등 37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했고, 양동한 주남아공 한국 대사는 "대한민국 국민은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의 고귀한 희생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자네트 씨는 "(남편 사후에도) 잊지 않고 초대해줘서 고맙다"면서 "피트가 하늘에서 함께 보고 있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박철우 국방무관은 "생존 참전용사들이 하나둘씩 돌아가시고 건강이 안 좋아진 경우도 있다"며 "이제 앞으로는 참전용사 가족들이 주인공이 되는 이런 방식으로 행사가 대부분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남아공 한국전 참전용사 장학금 수여식 |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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