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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허웅 전 여친 "돈 안 주면 임신 폭로"…공갈인지 모호하다고? [이용해 변호사의 엔터Law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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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검찰이 유튜버 쯔양의 과거 이력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은 유튜버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당사자 중 하나인 유튜버 구제역(이준희)은 지난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자진 출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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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0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먹방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이 다른 유튜버들로부터 공갈 협박 피해를 당한 사건이 화제가 되고 있다. 쯔양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남자친구에게 4년간 지속적인 폭행과 협박을 당했다고 밝혔고, 이를 폭로하겠다며 자신을 협박한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유명인과 스타를 상대로 한 공갈은 사실 그 역사가 꽤 오래됐다. 유명인 등을 둘러싸고 공갈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이들이 언론과 대중의 큰 관심을 받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조직폭력배 등이 연예인과 유흥업소를 상대로 소위 보호비 명목으로 갈취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2000년대 이후 일부 인터넷 언론사를 중심으로 사생활이나 비밀 폭로를 무기로 연예인이나 기업인 등에 대한 공갈 협박을 일삼는 사례가 생겨났고, 최근에는 쯔양의 경우처럼 사이버 렉카를 중심으로 유명인을 표적으로 삼아 사생활을 캐고 협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런데 논란이 된 사례 중에는 공갈인지 모호한 경우도 있다. 농구선수 허웅과 전 여자친구의 사례가 그렇다. 협박을 수단으로 한 공갈죄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부당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해악을 고지한 경우에만 성립한다. 따라서 만약 전 여자친구가 ‘요구한 돈을 주지 않으면 언론 등을 통해 사생활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고 그런 협박이 허웅이 겁을 먹게 할 정도로 진지한 것이었다면, 전 여자친구의 공갈이 문제될 수 있다. 반면 단순히 임신중절 대가 등으로 금전 지급이 논의되었다거나, 허웅 본인이 사생활이 알려지면 명예가 실추될 것을 염려하여 먼저 금전 지급을 제안한 경우라면 공갈로 보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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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에 시달리는 유명인 일러스트. AI가 그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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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씨의 사례는 조금 더 복잡하다. 유소년 선수에 대한 폭언과 체벌이 아동학대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면, 피해를 받은 선수의 부모는 배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으므로 그 요구 자체를 공갈로 평가할 수는 없다. 당사자가 생각하는 적정한 배상은 본래 주관적이기 때문에, 요구한 금액이 다소 과도한 경우에도 역시 공갈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요구한 돈을 주지 않으면 언론 등을 통해 학대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한 경우라면 공갈죄가 될 수 있다. 권리실현의 수단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기 때문이다.

위의 두 논란 모두 온라인에서 떠들썩하다. 이처럼 유명인의 사생활과 비밀은 사소한 것이라도 대중에게 알려지면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유명인의 높은 수입과 자산은 공갈범의 협박 동기가 되고, 당장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이어진다면 금전으로 입막음을 선택하기 쉽다. 하지만 빠르고 손쉬운 해결책으로 생각했던 이런 대응이 추가 공갈로 이어지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결국 유명인 등이 공갈 협박을 피하려면 스스로 사생활 등을 조심할 필요도 있겠지만, 비록 감추고 싶은 과거가 있더라도 좀 더 떳떳해지고 강해지는 것, 부당한 협박에 맞서 용기 내는 것도 중요하다. 대중들도 이들이 가진 약점이나 실수에 대해 좀 더 따뜻한 포용력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고, 쯔양처럼 그런 약점이나 실수가 생길 수밖에 없었던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에 대한 격려도 공갈범죄 방지에 도움이 된다.

현재 공갈죄의 양형에는 재산상 피해액이 최우선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런데 공갈로 인한 재산상 피해는 크지 않더라도, 타인의 약점을 잡아 지속적으로 괴롭히거나 협박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피해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발생시키고 때로 회복하기 어려운 트라우마로 남기도 한다. 따라서 재산상 피해가 중한 경우 뿐만 아니라, 범행 방법이 불량한 경우에 대한 처벌도 더욱 강화하여 범죄의 억지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 필자소개

중앙일보

[이용해 변호사의 엔터 Law 이슈]


이용해 변호사는 서울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SBS PD와 제작사 대표로서 ‘좋은 친구들’, ‘이홍렬 쇼’, ‘불새’, ‘행진’ 등 다수의 인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후 법무법인 화우의 파트너 변호사 및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팀장으로서 넷플릭스·아마존스튜디오·JTBC스튜디오 등의 프로덕션 법률 및 자문 업무를 수행해왔다. 현재 콘텐트 기업들에 법률 자문과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는 YH&CO의 대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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