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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우리 감독님이 선수로…‘직관’하며 배우다 [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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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 21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한국풋살연맹 주최 에프케이컵 대회에서 감독님이 선수로 뛰고 있는 ‘서울엠5풋살클럽’이 ‘대구북구대구에프에스’와 경기 종료 뒤 인사를 하고 있다. 장은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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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풋살연맹이 주최하는 에프케이(FK)컵 대회가 시작됐다. 강원도 춘천에서 지난 20일 시작해 8일간 이어지는 이 대회는 국내 최대 규모의 풋살 대회로 남자리그는 슈퍼리그 6팀, 드림리그 7팀, 생활체육팀 16팀 총 29팀이 단판 토너먼트를 진행한다. 여자리그는 1·2부로 나뉘어 총 9팀이 각 부에서 승부를 겨루게 된다.





낯설기만 한 ‘수척해진 얼굴’





우리 팀 감독님은 한국의 풋살리그가 생길 때부터 활동한 선수로 올해 초까지도 남성 풋살팀 노원에프에스(FS)에서 다수의 우승컵을 들어올린 선수다. 오랜 기간 풋살 국가대표로도 활약했기에 우리 팀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감독님은 올해 초 오래 몸담았던 팀을 나와 새 팀으로 옮겼다. 과거에 서울 광진구를 기반으로 하던 풋살팀에서 운동했던 이들이 의기투합해 올해 5월에 창단한 ‘서울엠(M)5풋살클럽’이 새로운 둥지다.



에프케이컵 대회는 생활체육팀이 도전자로서 토너먼트의 가장 아랫단에서 올라가고, 그 위에 2부 리그 팀, 또 그 위에 1부 리그 팀이 배정돼 진행된다. 늘 챔피언을 다투던 팀에서 나와 도전자가 된 감독님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기 위해 우리 팀 주장인 은비와 함께 춘천으로 향했다.



감독님의 소속 팀은 전날 이미 다른 팀을 7 대 3으로 크게 이기고 올라온 참이었다. 이날 경기는 재미있게도 신생팀 대결이었다. 상대인 ‘대구북구대구에프에스’ 또한 대구에서 시민구단으로 새롭게 창단돼 첫 대회에 나서게 된 팀이다. 두 팀 모두 신생팀이지만 국가대표 출신부터 다년간의 프로 경력을 가진 선수들이 포진돼 있었다.



휘슬이 울렸다. 시작부터 양 팀은 서로 강하게 압박했다. 처음 풋살 경기를 ‘직관’하던 날, 생각보다 훨씬 거칠어서 놀란 기억이 있다. 내가 하던 건 풋살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몸을 강하게 부딪치고 버티면서 볼을 소유하는 모습. 이날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시작부터 거칠게 압박하며 공을 뺏고 뺏기는 양상이 이어졌다. 공수가 빠르게 전환되니 경기 템포는 어찌나 빠른지, 눈앞에서 이쪽저쪽으로 내달리는 선수들을 보고 있자니 덩달아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감독님의 플레이를 직접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감독님도 나와 같은 픽소(최후방에서 수비와 볼을 배급하는 포지션)를 맡고 있기 때문에 움직임이나 패스 방식, 수비 위치 등을 유심히 보려 노력했다. 특히 감독님은 볼을 소유하고 경기 템포를 조절하는 데 능해서 그가 볼을 가지고 있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 예측하며 보는 재미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일대일 돌파가 필요한 상황에서 치고 나가는 타이밍과 기술이 특히 눈에 들어왔다. 그건 아무래도 내가 요즘 약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여서 그런 것 같았다.



감독님 팀의 수월한 승리를 예상했건만, 경기는 예상외의 접전이었다. 그러다 전반 12분께 상대 팀이 먼저 득점했고, 감독님의 팀은 선취점을 내주고 따라가지 못한 채 전반전이 끝났다. 하프타임 동안 감독님이 잠시 객석 쪽으로 왔는데 처음 보는 수척함이 느껴져서 낯설었다. 훈련 땐 우리만 수척해져 가고 감독님은 늘 뽀송뽀송했는데, 감독님이 이렇게 진심으로 뛰는 모습을 볼 일이 별로 없으니 그 낯선 모습에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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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들썩, 심장이 벌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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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에 가족과 제자들이 있는 관객석을 찾아온 알레그리아에프에스 감독이자 서울엠5풋살클럽 선수 박하늘씨. 장은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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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이 시작됐다. 한점 차는 언제든 따라잡을 수 있는 점수니까 보는 입장에서도 크게 긴장되지 않았다. 전날 경기에서도 점수를 내주고 쫓아가다가 큰 점수 차로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그런데 후반 시작 1분이 겨우 넘은 시점에 상대 팀 대구에프에스의 추가 골이 터졌다. 으악!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때부턴 도무지 앉아서만 볼 수 없었다. 서울엠5가 상대 골대 가까이 가기만 해도 엉덩이가 들썩들썩,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피치 위 분위기도 점점 뜨거워졌다. 전반에도 양 팀은 팀 파울 5개를 꽉 채웠는데(누적 파울이 6개가 되면 직접 프리킥), 후반 초반부터 골이 들어가서인지 더욱 거칠어지는 듯했다. 양 팀이 빠르게 슈팅을 주고받다가 결국 서울엠5가 한 골을 만회했다. 후방에서 전방의 피보(전방 공격수)에게 길게 보낸 패스를 한 번의 터치로 연결한 통쾌하고 멋진 골이었다. 골키퍼가 나온 틈을 타 키를 살짝 넘기게 볼을 톡 건드린 센스가 아주 기가 막혔다. 이제 스코어는 2 대 1, 시간은 넉넉하다!



위기에서 역습으로, 공격에서 수비로 양 팀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기회를 만들었지만 쉽게 골로 연결되진 않았다.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졌나 싶으면 또 엄청난 태클로 막아냈다. 나이스! 멋진 태클 후 포효하는 선수를 향해 외쳐줬다. 그러나 골이 필요한 때다. 부디 한 점 더 따라붙을 수 있기를! 선수들은 공격 기회가 오면 전력을 다했다. 그러다 피치 위에 내동댕이치듯 넘어지면 충격음과 함께 살이 체육관 바닥에 쓸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긴장감이 극에 달했는지 가슴을 부여잡고 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몇번의 결정적인 동점 골 기회에서 골망을 흔들지 못한 채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종료 3초 전까지 마지막 공격 기회를 쥐어짜 보았지만 상대편 골키퍼가 볼을 잡아냈고 종료 휘슬이 울렸다. 한점 차이 아쉬운 패배였다. 하프라인 때 모습의 몇 배로 수척해진 감독님이 옷을 갈아입고 객석으로 왔다. 이렇게 아쉬운 패배 후엔 인사말을 고르기가 어렵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에 그저 고생하셨다 말씀드렸다.



우리가 대회에 나갔을 땐 감정의 동요 없이 늘 우리를 다독이던 감독님이 크게 아쉬움을 표현했다. 모든 체력을 쏟아부어 축 처진 채로 아쉬움을 표하는 걸 보니 감독님이 진심으로 뜨거워지는 순간을 목격한 것 같아 반가웠다. 감독님의 새로운 도전의 시작을 응원할 수 있어 기뻤다. 풋살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대회가 열리는 경기장을 찾아 꼭 한 번 ‘직관’해보시기를!



글·사진 장은선 콘텐츠 제작자





온라인 매체 ‘닷페이스’에서 사회적 이슈를 담은 쇼트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현재는 영상 제작사 ‘두마땐필름’을 운영한다. 3년 전 풋살을 시작한 뒤로 인스타그램 @futsallog에 풋살 성장기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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