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일수 1973∼1982년 평균 2.1일→2013∼2022년 6.4일 3배로 늘어
용천수에 풍덩, 모래찜질로 이열치열…제주만의 이색 여름나기
더위를 피해 찾는 곳이라지만 제주도 역시 과거보다 폭염과 열대야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등 밤낮없는 더위가 심화하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일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을 때 폭염이 나타났다고 한다. 폭염일수는 견디기 힘든 더위가 나타난 날이 얼마나 있었는지 헤아려볼 수 있는 지표가 된다.
정말 더위가 심해지고 있는 것인지, 폭염일수 기록 등으로 짚어본다.
폭염경보 내려진 제주 |
◇ 폭염·열대야 나란히 증가…폭염 5∼6월에도 종종, 올해도 이미 평년값 넘어
27일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제주도 4개 지점(제주,서귀포, 성산, 고산)의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은 날의 평균값인 폭염일수(1991∼2020년 평균)는 3.9일(7월 1.5일, 8월 2.3일, 9월 0.1일)이다.
지점별로는 제주(북부) 8.8일, 서귀포(남부) 3일, 성산(동부) 2.5일, 고산(서부) 1.4일로 한라산 북쪽 지역에서 특히 폭염이 자주 나타난다.
제주 북부에서는 갓 여름에 접어든 6월에도 종종 이른 폭염이 찾아온다.
2022년에는 제주(북부) 지점에서 6월에만 폭염이 5일이나 발생했다. 2019년에는 5월 24일 낮 최고기온이 33.1도까지 올라 이 지점에서 1923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첫 '5월 폭염'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무더위에 그늘막 아래 서있는 시민들 |
그렇다면 정말 폭염이 늘어나고 있을까.
기상청에서 전국적으로 기상관측망을 확충한 1973년부터 지난 2022년까지 50년간 제주도의 폭염일수 추이를 보자.
1973∼1982년 평균 2.1일이던 제주도의 폭염일수는 1983∼1992년 2.3일, 1993∼2002년 2.8일, 2003∼2012년 3.5일, 2013∼2022년 6.4일로 2000년대 들어 급격히 늘어났다.
또한 제주도의 폭염일수가 많았던 해는 1위 2013년(13.5일), 2위 2017년(11.8일), 3위 2022년(9.3일), 4위 2018년(9일), 5위 2016년(8.3일) 등이다. 모두 2010년대 이후에 몰려있다.
반면 1980년과 1999년에는 폭염일수가 0일이었다.
열대야 잊게 해주는 분수 물놀이 |
낮 동안 오른 기온이 밤에도 좀처럼 식지 않는 열대야(오후 6시 1분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 25도 이상) 역시 늘어나고 있다.
1973년 이후 50년간 추이를 보면 제주도 열대야 일수는 1973∼1982년 평균 16.1일에서 1983∼1992년 20.5일, 1993∼2002년 21.3일, 2003∼2012년 26.8일, 2013∼2022년 31.5일로 늘었다.
열대야 일수가 많았던 해는 1위 2013년(44.5일), 2위 2022년(42.5일), 3위 2010년(41.8일), 4윌 2017년(41.5일), 5위 2023년(38.3일) 등이다. 폭염과 마찬가지로 2010년대 이후에 몰려있다.
2014년 5월 27일에는 푄 현상으로 한라산 북쪽 지역 기온이 오르며 제주(북부) 지점에서 열대야가 발생, 관측 이래 첫 '5월 열대야'로 기록됐다.
폭염경보 내려진 제주의 하늘과 바다 |
올해 역시 7월에 접어든 뒤로 밤낮없이 더위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중순 이후 전국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때 제주도에는 정체전선 영향으로 장맛비가 내리면서 폭염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7월 들어 남부, 중부지방에 장맛비가 내리는 동안 제주도에는 폭염이 이어졌다.
올해 제주도 4개 지점의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은 날의 평균값인 폭염일수는 현재 4일로, 이미 평년값(3.9일)을 넘어섰다.
제주(북부) 지점의 경우 지난 2일 올해 첫 폭염을 시작으로 지난 25일까지 폭염일수가 15일에 달한다. 지난 16일부터 25일 사이에는 열흘 중 단 하루를 제외하고 9일간 폭염이 나타나기도 했다.
열대야 일수도 지난 25일까지 제주 20일, 서귀포 14일, 성산 14일, 고산 8일로 시민들이 더위에 밤잠을 설치는 날이 늘고 있다.
기상청 1개월 전망을 보면 제주도는 8월 5일∼9월 1일 사이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0∼60%로, 더위의 기세는 쉽게 누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더위가 계속되며 제주에서는 올해 들어 지난 24일까지 온열질환자가 46명 발생했다.
최근 5년간 제주도 온열질환자는 2019년 45명, 2020년 66명, 2021년 65명, 2022년 93명, 2023년 98명 등 367명으로 연평균 73.4명 발생했다.
특히 제주는 지난해 기준 인구 10만명 당 온열질환자가 14.5명으로 전국 최고 수준을 보이기도 했다.
제주 소정방폭포의 여름나기 |
◇ 폭포수 맞고 용천수에 풍덩, 모래찜질까지…여름나기 방식도 다양
제주도 사람들은 어떻게 더위를 이겨낼까.
냉방기기도 없던 과거부터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제주만의 여름나기 방법들을 살펴보면, 우선 사면이 바다인 섬의 특성상 육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원한 바다를 찾아 해수욕하는 이들이 많다.
바닷물마저 미지근해지는 한여름에는 연중 18도 안팎을 유지하는 용천수로 더위를 식힌다.
제주시 도두동 오래물, 삼양동의 샛도리물, 곽지해수욕장의 과물, 서귀포시 예래동 논짓물 등 용천수 노천탕의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면 순식간에 더위를 잊을 수 있다.
뼈가 시릴 정도로 물이 차가워서 1분 이상 버티기도 힘들다. 용천수에 몸을 담그면 몸에 땀띠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삼양동 용천수 샛도리물에서 물놀이 |
제주에는 백중날(음력 7월 15일) 폭포수를 맞는 '물맞이' 풍속도 있다.
물맞이가 위병, 허리병, 열병을 비롯한 속병까지 고쳐 준다는 속설이 있다. 심지어 '백중물은 약물(藥水)'이라 해서 사람들은 한라산에서 흘러 내려와 바다로 떨어지는 물을 받아먹기도 했다.
요즘도 서귀포시 소정방폭포에는 쏟아지는 폭포수를 맞으며 무더위를 날리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시원한 폭포수 웅덩이에 몸을 담글 수 있는 데다가 경관도 수려한 돈내코계곡 원앙폭포도 관광객과 도민에게 인기가 많다.
삼양해수욕장 검은모래로 모래찜질 |
'이열치열' 피서법도 있다.
제주만의 특이한 피서법으로 알려진 '모살뜸'(모래찜질)이다.
검은 모래로 유명한 제주시 삼양해수욕장에서 특히 모래찜질을 많이 한다.
삼양의 검은 모래는 철분이 함유돼 찜질하면 신경통, 관절염, 피부염 등에 효능이 있으며 스트레스 해소와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여름철 삼양해수욕장 모래밭 한편에서는 한여름 땡볕에 뜨겁게 달궈진 모래에 몸을 파묻고 파라솔 아래 그늘에서 얼굴만 빼꼼 내놓은 채로 찜질하며 몸에 쌓인 피로를 푸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삼양해수욕장과 이호테우해수욕장은 한여름 야간 개장으로 오후 8시까지 운영해 일몰 후에도 물놀이하거나 모래밭에서 맨발 걷기를 하며 바닷바람을 쐬는 피서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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