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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제다이 이정재’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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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애콜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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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애콜라이트’에서 이정재는 제다이 마스터 솔로 등장한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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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제다이 기사단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핵심입니다.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이라 불리는 <새로운 희망>(1977), <제국의 역습>(1980), <제다이의 귀환>(1983)은 결국 젊은 제다이 루크 스카이워커와 그의 아버지이자 타락한 제다이 다스베이더의 대결로 압축됩니다. 이후 수많은 스타워즈 영화와 실사 시리즈, 애니메이션에서도 제다이는 시리즈의 세계관 중심에 자리하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제다이지만, 대부분 작품에서는 개별 제다이의 활약에 초점이 맞춰졌을 뿐 제다이 기사단의 성격이 탐구된 적은 드뭅니다.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는 8부작 시리즈 <애콜라이트>는 현명하고 정의로운 이미지를 갖고 있던 제다이 기사단의 성격을 새로 해석합니다.

<애콜라이트> 1화는 영화 <매트릭스>의 트리니티로 유명한 캐리 앤 모스가 연기한 제다이 마스터 인다라가 의문의 자객과 격렬하게 싸우다 살해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인다라의 죽음을 시작으로 제다이 연쇄살인사건이 이어지자 마스터 솔(이정재)은 동료들과 함께 사건의 배후를 추적합니다. 솔은 과거 자신의 제자였던 오샤(아만들라 스텐버그)가 사건에 연루됐다고 판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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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콜라이트’ 속 제다이 마스터 솔의 훈련에는 명상, 허리 굽히는 인사 등 동양적인 요소가 포함됐다. 월트디즈니 코리아 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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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이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가는 과정은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관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오해받은 용의자, 실제 범인의 정체, 범인의 배후에 있는 더 거대한 악당, 그리고 사건을 좇던 솔도 사건의 원인에 연루돼있다는 자각 등이죠. 제다이 연쇄살인의 시발점은 16년 전 브렌도크라는 외딴 행성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인다라와 솔 등 제다이들은 이 행성의 생태를 탐구하며 포스의 근원을 찾는 중이었죠. 그러다가 미지의 마녀 집단과 이들이 기르던 쌍둥이 자매 오샤, 메이와 마주칩니다. 강력한 포스를 가진 자매 중 오샤는 제다이가 되길 원하고, 메이는 남길 원합니다. 이 과정에서 비극이 벌어집니다.

솔은 현명하고 자애로운 사람입니다. 제자들을 가르칠 땐 엄격하지만, 근원에는 제자들에 대한 큰 사랑이 있습니다. 솔의 교육 장면은 옛 무협영화의 엄격하면서도 인지한 스승을 떠올리게 합니다. 솔은 메이와 대결할 때 한 손을 뒤로 한 채 어렵지 않게 대응하는데, 마치 <와호장룡> 속 주윤발(저우룬파)과 장쯔이의 대결을 연상케 합니다.

이처럼 제다이 개개인은 현명하고 용감하고 선의에 가득 찬 사람이지만, 제다이 집단도 그럴까요. <애콜라이트>는 이 대목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브렌도크에 파견된 제다이들이 마녀 집단을 대하는 태도는 어쩌면 ‘선량한 제국주의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선의에 가득 찬 제다이들은 자신들의 눈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마녀 집단에서 양육되는 어린 소녀들을 구원하려 하지만, 정작 마녀들과 쌍둥이 소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깊게 알아보려 하지 않습니다. <애콜라이트> 속 제다이는 종교적 구원 혹은 문명 전파의 사명을 갖고 제 3세계에 접근하는 18~19세기 유럽인들을 닮았습니다. 집단의 선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은 ‘외부’에 대한 적대의식으로도 나타납니다. 제다이 지도자 버네스트라 로가 제다이도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원에 적극적으로 맞서면서 제다이의 잘못을 숨기는 대목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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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콜라이트’에서 제다이 마스터 솔과 제다이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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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다이에 대한 이런 해석에 일부 팬들은 반발합니다. 25일 기준 로튼토마토 전문가 평점 80%, 관객 평점 17%라는 극심한 양극화는 제다이의 선량함, 영웅성을 간직하고 싶은 팬들의 실망감을 대변하는 듯합니다.

<애콜라이트>는 한국 남성 이정재, 흑인 여성 아만들라 스텐버그, 필리핀계 캐나다인 남성 마누엘 루이스 자신토가 주요 배역을 맡는 등 ‘백인 남성’ 중심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정재의 감정 연기, 액션 연기에 대해서는 호평이 많습니다. <애콜라이트>는 새로운 악의 부상과 함께 끝납니다. 못다 한 이야기를 남겨둔 채 마무리되지만, 시즌 2 제작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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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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