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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더운 밤, 산책이 상책…열대야엔 떠나볼까 밤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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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나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열대야다. 에어컨 없이 버티기 힘든 밤, 잠은 쉽사리 오지 않고 시간은 더디 간다. 이럴 땐 여름밤을 만끽하러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 전국 지자체는 여름 야경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코스를 선보이고 있다. 전국 야경 여행지를 한국관광공사 추천을 받아 소개한다.

경주
고즈넉한 호수에 비친 찬란한 천년고도 풍경

경향신문

신라 왕실 별궁터였던 경주 동궁과 월지에 어둠이 깔리자 연못에 풍경이 비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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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연꽃, 밤엔 달빛…경주 동궁과 월지

천년고도 경주의 여름은 낮과 밤이 모두 찬란하다. 신라 왕실 별궁터였던 동궁과 월지는 여름 여행의 정점으로 꼽힌다. 인근 대규모 연꽃단지가 옛 왕궁터 주변을 알록달록 꽃으로 물들이며 장관을 연출한다. 경주시가 이곳에 연꽃을 심기 시작한 건 20여년 전부터다. 꽃피는 봄과 단풍 드는 가을에만 관광객들이 몰리자 여름 꽃인 연꽃 단지를 조성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 여름이면 관광객은 물론 꽃잔치를 담으려는 사진작가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경주는 낭만의 도시로 변신한다. ‘신라 왕자들의 거처’ 동궁과 ‘달이 비치는 연못’ 월지가 조명을 받아 빛나기 시작한다. 원래 이곳은 오랜 기간 ‘안압지’로 불려왔다. 신라가 멸망한 뒤 폐허가 되자 시인 묵객들이 “화려했던 궁궐은 간데없고 기러기와 오리만 날아든다”는 시를 읊조리며 기러기(안·雁)와 오리(압·鴨)를 뜻하는 한자를 붙인 것이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발굴조사를 통해 ‘월지(月池)’ 글자가 새겨진 토기 파편이 발굴되면서 ‘달이 비치는 연못’이라는 뜻의 이름을 되찾았다. 신라시대 크고 작은 건물터 26곳 중 건물 3채와 월지를 복원했고, 2011년엔 안압지에서 경주 동궁과 월지로 명칭을 변경했다. 특히 해가 저물면 월지에 건물과 조명이 반사돼 마치 달빛을 그득 담은 연못처럼 반짝인다. 입장료는 성인 3000원이며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대전
퍼레이드·버스킹·연극제…매일이 페스티벌

경향신문

지난해 대전 0시 축제장에 시민들이 모여들고 있다. 대전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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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도시→꿀잼도시…잠들지 않는 대전 ‘0시 축제’

‘노잼도시’ 타이틀을 벗고 ‘꿀잼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대전은 여름밤을 즐기는 ‘0시 축제’를 기획했다. 8월9일부터 17일까지 9일간 대전 원도심 전역이 축제장으로 변한다. 주제는 ‘잠들지 않는 대전, 꺼지지 않는 재미’다. 한때 토종 빵집 ‘성심당’을 빼면 가거나 즐길 곳이 적어 노잼도시로까지 불렸지만, 이제 화려한 볼거리와 다채로운 즐길거리를 무장해 여름밤 축제 명소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0시 축제는 이장우 대전시장이 2009년 동구청장 시절 개최했다가 지난해 14년 만에 부활시킨 축제다. 일주일간 개최된 2023년 축제에는 무려 110만명이 참여했다. 올해 축제는 대전역~옛 충남도청 1㎞ 구간 중앙로 일대에서 펼쳐진다. 매일 오후 2시부터 자정까지 행사장 차량을 전면 통제하고 길거리 퍼레이드, 버스킹, 공연, 전시회, 연극제 등이 열린다.

축제는 대전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꾸려진다. 대전시 관계자는 “1905년 개통한 대전역을 관문으로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며 ‘개척자들이 성장시킨 도시’ 대전의 변화상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증기기관차·수소트램·우주선 소재의 퍼레이드카가 축제 기간 ‘시간 여행’을 펼친다. 과거존에서는 기차 멀티쇼, 무성영화, 레트로 코미디언쇼 등을 볼 수 있다. 현재존에는 길거리 퍼레이드, 공연, 체험 등을 만날 수 있다. 미래존에서는 ‘과학수도’ 대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무인자동차·누리호발사체·로봇·대덕특구 연구성과물을 선보인다.

K팝 가수는 물론 대전 시립예술단의 연주와 해외 우호 도시인 일본 삿포로, 대만 가오슝, 베트남 빈증성, 헝가리 부다페스트 예술단체의 공연도 만날 수 있다. 개막일인 9일엔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축하 에어쇼를, 폐막일인 17일엔 시민과 합창단이 ‘1000인 대전부르스’를 부른다.

인천
반짝이는 빌딩숲 아래…오색빛깔 조각배 ‘동동’

경향신문

해가 진 송도 센트럴파크 수로에서 시민들이 수상 레저를 즐기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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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야경 보러 ‘밤마다 인천’

인천은 노을 맛집으로 꼽힌다. 인천시는 아예 ‘밤마다 인천’ 슬로건을 내걸고 인천 노을·야경 명소를 알리고 각종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인천관광공사는 지난 5월 1만명 온라인 투표를 통해 지역 노을·야경 명소 10곳을 선정했다. 최종 선정된 명소 10선은 갈산유수지 굴포빛누리 공간, 강화 동막해변, 경인아라뱃길(정서진·아라마루 전망대·계양아라온 빛의거리), 계양산, 소래습지생태공원, 송도 센트럴파크, 수봉(공원) 별마루, 월미도·개항장거리(차이나타운), 장화리 일몰조망지, 청라호수공원이다.

인천시티투어를 이용하면 차 없이도 인천 명소를 여행할 수 있다. 주요 노선의 기점과 종점은 송도 센트럴파크다. 송도 고층빌딩 숲 사이에 자리한 송도 센트럴파크는 야경이 아름다워 밤에 산책하기 좋다.

노을과 야경만 즐길 수 있는 노선도 있다. 매주 금·토요일 오후 5시40분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출발하는 노을야경투어 노선이다. 인천대교를 지나 왕산마리나를 돌아보며 서쪽바다를 물들이는 노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인천레트로노선을 타면 인천의 역사 중심지와 관광 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낡은 곡물창고를 리모델링해 복합 문화관광시설로 탈바꿈한 ‘상상플랫폼’을 비롯해 인천아트플랫폼(하버파크호텔), 송도컨벤시아현대프리미엄아울렛 등이 노선에 포함됐다.

부산
밤바다 위에서 ‘크루즈 위 인생샷’ 찍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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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미드나잇 디너 크루즈가 부산 바다 야경 명소를 지나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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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 수놓는 드론쇼·유람선 위에서 만나는 야경

부산의 밤은 화려하다. 부산시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야간관광자원 ‘대한민국 밤밤곡곡 100선’에 광역시 중 제일 많은 8곳이 선정된 곳이다. 광복로 빛축제, 용두산공원 부산타워, 광안리 드론라이트쇼, 다대포 낙조분수, 달빛갈맷길걷기, 미드나잇 디너크루즈, 부산불꽃축제, 서면빛축제, 전포카페거리투어, 해운대빛축제가 뽑혔다.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매주 다채로운 주제의 드론쇼가 열린다. 부산 수영구는 매주 토요일 오후 8시와 10시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상설 드론쇼를 기존 600대에서 700대 규모로 늘려 개최하고 있다. 27일에는 2024 파리 올림픽 기간에 맞춰 대한민국 선수단을 응원하는 국민의 염원이 드론으로 표현될 계획이다.

미드나잇 디너 크루즈는 강과 바다를 모두 볼 수 있는 도심형 유람선을 타고 수영강과 바다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체험이다. 도시락, 무알코올 음료 등을 제공한다. 노을과 야경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집 주변에서 밤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대한민국 밤밤곡곡 100’ 홈페이지에는 전국 야간관광 명소가 상세하게 소개돼 있다.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운 지역 명소에서 추억을 쌓아보는 건 어떨까.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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