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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주말에도 이어진 ‘곡소리’…티몬에선 ‘을의 싸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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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부터 티몬엔 200여명 지하 점거

먼저 온 이들과 아닌 이들 구별, 말싸움도

티몬 추가 환불 중단 방침에 폭발한 소비자들

구영배는 큐익스프레스 CEO 사임, 거취 오리무중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먼저 기다렸던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어요.”, “아니면 이전부터 들어와 있다는 사진 같은 증거를 보여주세요.”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로 환불과 정산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과 판매자(셀러)들의 곡소리는 주말까지 이어졌다. 특히 서울 신사동 티몬 입주사옥은 27일 새벽 사측의 추가 환불 중단 방침 이후에도 약 200명의 소비자들이 모여 있었다.

전날부터 기다렸던 소비자들과 새로 환불을 알아보러 온 소비자들간 말싸움이 벌어지는 등 티메프 사태로 애꿎은 ‘을’들의 싸움만 이어지는 모습이다. 현장엔 경찰 인력들이 만일의 사태를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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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11시께 강남 신사동 티몬 입주 사옥 지하층엔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지하 티몬 사무실에 들어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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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전에도 티몬엔 피해자 북적, 무력감 커져

이날 오전 11시께 티몬 사옥 지하엔 200여명의 소비자들이 운집해 있었다. 이들은 지하 한 층에 모여 피해 소비자들끼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환불을 알아보려 이날 처음 티몬 사옥에 온 소비자들은 문 앞에서 기존부터 기다렸던 다른 소비자들에게 제지 당하기도 했다.

제지 당한 소비자들은 티몬 사옥 앞에서 별도의 줄을 서고 있다. 사옥 앞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어제부터 기다렸던 사람들 위주로 지하층에 들어갈 수 있다더라”며 “억울하지만 모두가 다 피해자니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하층은 문이 굳게 닫혀 있지만 간간히 화장실을 오가는 소비자들을 볼 수 있었는데, ‘먼저 온’ 이들을 식별하는 건 안에서 먹었던 종이컵이었다. 해당 종이컵을 들고 문 앞에 가면 문을 지키고 있던 한 소비자가 체크해 들여보내는 식이었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이들의 표정엔 무력감과 좌절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앞서 티몬은 이날 새벽 사실상 추가 환불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대표가 전화를 안받고 있어 더 이상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당초 티몬은 사내 유보금 중 약 30억원을 환불에 사용하려고 했고 이날 오전까지 총 260명 정도에 8억~9억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티몬 대표이사가 나머지 자금을 직원 월급 명목으로 묶으면서 더 이상의 환불이 어렵게 됐다.

앞서 티몬과 위메프는 전날 오후 홈페이지를 통해 “환불지연 해소 방안에 대해 안내해 드린다”며 “각 카드사에 신용카드 이용대금 이의를 제기하거나 할부계약 철회 및 항변권 신청을 하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현장 환불이 막혔으니 카드사를 통해 해결하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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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소비자들이 들어간 지하 층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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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소비자들 “구영배가 손절하면 어쩌나” 우려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구영배 큐텐 대표의 책임론이 점차 거세지는 형국이다. 티몬 현장에서 만난 경기도 고양시에서 온 40대 주부 김 모씨는 “피해자들은 이렇게 울고 있는데 돈도 못 돌려준다고 하고 대표는 코빼기도 안 비치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구영배 대표가 직접 나서 사과를 하든 돈을 풀든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구영배 대표는 아무런 입장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전날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 최고경영자(CEO)를 사임했다는 소식만 들려왔다. 자신에게 향한 사태 책임을 경감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티메프 피해자들 사이에선 “구영배 대표가 국내법인들을 다 손절하는 거면 사실상 환불은 절망적인 거 아니냐”는 불안감도 싹트고 있다.

또한 구영배 대표의 최측근이자 티몬의 수장인 류광진 대표도 사태가 불거진 지 5일 이상이 지났지만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애꿎은 티메프 직원들만 쫓기듯 사무실에서 도망가는 촌극이 발생하고 있다. 큐익스프레스도 이달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는 등 전반적인 자금 사정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더욱이 소비자 환불 조차 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6만여명의 셀러 대금 지급은 본격적으로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다. 특히 용산 PC 업종, 가전기기 유통 등 상품 단가가 높은 셀러들은 거액이 묶이면서 줄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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