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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 (일)

일본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강제노역' 쓰라린 한국도 동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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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日 "韓 노동자들 진심으로 추모…관련 전시시설 사도섬 현장에 설치"
전시시설엔 '강제노역 피해' 사실 담겨…외교부 "전체 역사 반영돼 세계유산 등재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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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조선인 약 2000명이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린 '일본 사도광산'이 2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 사진=머니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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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조선인 약 2000명이 강제노역에 시달린 '일본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은 우리 정부에도 막대한 부담이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21개 회원국 전원 합의로 이뤄지는 데 찬성할 경우 국내적 비판을 면하기 어렵고 반대할 경우 각종 외교적 부담을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일본이 사도광산에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고 촉구했고 일본이 조선인 추모시설 등을 마련하면서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했다.

27일 외교부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회의를 열고 일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지난달 한국의 요구 등을 반영해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고 보류·권고한 이후 한 달여만에 나온 결정이다.


日 "한국인 노동자들 진심으로 추모…고난 기리는 전시물 이미 현장에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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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가 27일 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일본 사도광산의 세계 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사진은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전시장. / 사진=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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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노 타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대사 이날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해석과 전시 시설 등을 개발할 것"이라며 "사도광산의 모든 노동자, 특히 한국인 노동자를 진심으로 추모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정부는 그동안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채택된 모든 관련 결정과 이에 관한 일본의 약속들을 명심할(bearing in mind) 것"이라며 "앞으로도 한국과 긴밀한 협의 하에 해석과 전시시설 등을 계속 개선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약속 이행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일본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처했던 가혹한 노동환경과 그들의 고난을 기리기 위한 새로운 전시물을 사도광산 현장에 이미 설치했다"며 "향후 사도광산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을 매년 사도섬에서 개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이 사도광산 내 설치한 추모 전시시설 등에는 일제강점기 국가총동원법, 국민징용령 등의 한반도 시행을 인정하는 문구가 담겼다. 사실상 강제동원을 인정하는 내용이다. 전시물에는 조선총독부의 관여 하에 강제동원 모집과 알선이 순차 시행됐고 1944년 9월부터 '징용'이 시행돼 노동자들에게 의무 작업이 부여된 내용이 담겼다. 작업 위반자는 수감되거나 벌금을 받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한국인 노동자들의 바위 뚫기, 버팀목 설치, 운반과 같이 갱내 위험한 작업을 더 많이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외에도 △노동 조건에 대한 분쟁 △식량 부족 △사망 사고 기록 △한국인 노동자의 한 달 평균 노동일(28일) △한국인 노동자들의 탈출과 수감 기록 등도 전시시설에 포함됐다.


외교부 "日, 일부 역사 제외 수용 못해…'전체 역사' 반영돼 세계유산 등재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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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가 27일 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일본 사도광산의 세계 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7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회의를 열고 일본 사도 광산의 세계 유산 등재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노동자 생활 내용을 담은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전시물. / 사진=외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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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는 우리 정부의 동의도 있었다. 일본은 당초 태평양 전쟁 시기를 아예 등재 대상에서 제외하려 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세계유산 등록을 위해선 일본이 조선인 강제노역 등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조건부 찬성' 입장을 견지했다.

한국이 끝까지 사도광산 등재에 반대하면 장시간 토론 후 표결을 해야 한다. 표결에서 위원국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등재가 이뤄지고 우리가 등재를 막으려면 3분의1 이상 반대를 얻어야 한다. 일본이 유네스코에 많은 자금을 지원하는 주요기여국 중 하나란 점을 고려할 때 외교적 부담이 상당한 일이었다. 결국 양국은 강제노역 등 '전체 역사'를 반영하는 방식의 절충안에 합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일부 역사를 제외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으며 반드시 '전체 역사'가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지속적으로 ICOMOS에 관련 자료를 제공해 왔다"며 "ICOMOS의 권고와 WHC의 결정을 일본이 성실히 이행할 것과 이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을 전제로 등재 결정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도광산 관련 시설 중 일본 내 유명한 시설로서 상당수의 한국 노동자들이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기타자와 산업시설이 에도시대와 관계 없는 근대의 산업시설이라는 이유로 이번에 등재된 세계유산의 범위에서 제외된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정부는 일본이 이번에 사도광산에서 선제적으로 이행 조치를 취하기로 한 취지를 살려 사도광산 전시 약속을 계속 이행하고 도쿄 산업유산정보센터 전시의 미흡한 부분에 대한 개선 등을 해나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일본은 2015년 강제징용 현장이었던 나가사키현 군함도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강제징용을 인정하면서 관련 후속 조치로 희생자 추모시설을 설치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일본은 군함도와 1000㎞ 이상 떨어진 도쿄에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세웠고 '차별은 없었다'는 왜곡된 내용 등만을 반영해 결과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와 달리 이번엔 추모 시설물이 사도섬 내에 설치됐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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