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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7 (화)

조태열, 러시아 외교장관과 회동…리영철 북한 대사는 무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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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 참석 계기

약식 회동 개최…주요 현안 및 한반도 상황 논의

조태열, 러·북 군사협력 강화에 엄중한 입장 전달

리영철 북한 대사에 대화 시도했으나 눈길도 안줘

경향신문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27일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약식 회동을 하고 주요 현안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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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27일 라오스에서 만나 주요 현안 등을 논의했다. 조 장관은 전날 리영철 북한 주라오스 대사와 대화를 시도했으나, 리 대사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조 장관은 이날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라브로프 장관과 약식 회동을 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두 장관의 회동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 회의 직후 이뤄졌다. 조 장관이 라브로프 장관과 별도로 만난 건 지난 1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조태열 취임 후 첫 한·러 외교장관 소통


두 장관은 이날 주요 현안 및 한반도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 양측은 앞으로 대화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조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최근 북·러 군사협력 강화 등에 대한 엄중한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이 어떤 언급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 장관이 먼저 회담을 요청했다며 “그가 아마 할 말이 있어서 회의를 요청했기 때문에 나는 그의 말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 쪽에서는 한국이 점점 더 깊이 (미국에) 끌려들어 가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우리의 평가를 공개적으로 전달할 것”이라며 “이는 다른 무엇보다도 북한을 고립시키고 벌을 주려는 목적을 가진 미국의 한반도 책략 탓”이라고 말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월 19일 북한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개최한 뒤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체결한 바 있다. 조약에는 ‘유사시 지체없이 상호 군사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을 비롯해 군사·경제 등 전방위적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한국 정부는 향후 러시아의 행동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압박했고, 러시아는 그런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정부는 국내외에서 여러 계기에 러시아와 북한의 조약 체결에 따른 협력 강화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북한 리영철, 뒷짐 쥔 채 무시


EAS 이후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는 북한의 리영철 주라오스 대사가 참석했다.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역내 다자 안보 협의체다. 이번 ARF에는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참석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결국 불참했다. 북한은 2019년부터 잇달아 외무상을 파견하지 않고 있다.

리 대사는 이날 회의장에 들어선 뒤 옆자리에 있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2~3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ARF에는 아세안 소속 10개국과 동티모르(옵서버), 한·중·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28개 국이 참여했다. 리 대사는 이날 회의장에 입장하기 전 최선의 외무상의 불참과 남측을 향한 오물풍선 등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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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철 주라오스 북한대사가 27일(현지시간) 오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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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조태열 장관은 지난 26일 저녁 리영철 북한 주라오스 대사와 조우했지만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조 장관은 NCC에서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 계기로 개최된 라오스(의장국) 주최 갈라만찬에 참석했다. 조 장관이 만찬장에 먼저 입장했고, 리 대사가 약 5분 뒤 들어섰다. 리 대사는 조 장관을 뒤를 지나면서 조 장관을 흘깃 쳐다보면서 그의 자리로 향했다.

조 장관이 리 대사를 인지하고 리 대사에게 다가가 팔을 만지며 말을 걸었다. 그러나 리 대사는 뒷짐을 진 채 눈길도 주지 않았다. 조 장관은 리 대사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약 3초 만에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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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장관(오른쪽)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오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만찬에 참석해 리영철 주라오스 북한 대사에게 다가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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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대사의 이런 무반응은 남측과 관계를 완전히 단절한다는 북한의 대남 정책 기조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남측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남북관계나 통일을 연상하는 용어를 통제하고 있다. 또 남북을 잇단 육로에 지뢰를 설치하거나 철도 철거에 나서는 등 물리적 단절 조치도 시행하고 있다.

앞서 2022년 8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된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 계기 환영 만찬 때는 북측이 남측과 인사 정도는 나눴다. 당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안광일 북한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만나 “남북 간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안 대사는 “대화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사는 박 장관과 마주 보고 대화했다.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 회의 때는 박 장관이 안 대사에게 “외무상이 이번에 참석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 안부를 전해달라”며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를 시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안 대사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엔티안 |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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