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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K뷰티 1시간 새 10억 완판…日 ‘라방’ 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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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재팬 라이브커머스 현장 가보니


일본 도쿄 시부야역 인근 타워레코드 사거리. 젊음의 거리로 유명한 이 일대가 최근 팝업의 성지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큐텐재팬(법인명 이베이재팬) 때문이다. 큐텐재팬은 인근 건물 1~2층에 올해 2월부터 라이브스튜디오를 열었다. 공개 라이브방송으로 물건은 파는 건 기본. 인기 브랜드 팝업스토어도 수시로 연다.

특히 눈길 끄는 건 올해 선보인 대부분의 브랜드가 K뷰티·패션이라는 사실. 한국에서도 인기인 에이피알 홈뷰티 디바이스인 ‘에이지알’, 승무원 미스트로 유명한 ‘달바’ 등은 올해 큐텐재팬 첫 라방(라이브방송)에서 1시간에 매출액 1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한국 연예인의 공항 패션에 꼭 등장하는 K패션·모자 브랜드 ‘바잘’ 역시 팝업·라방 행사를 열자 전시장 앞에 100여m 가까이 긴 줄이 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큐텐재팬 관계자는 “일본 소비자는 오프라인에서의 체험과 경험을 중시하는데 최근 K뷰티·패션 브랜드의 경우 한국에서 소셜미디어, 라이브커머스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비되는 걸 인지한 후 일본 1020 소비자도 비슷한 구매 행태를 보이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매경이코노미

라이브커머스를 적극 도입하고 있는 큐텐재팬.


큐텐재팬 어떤 회사?

미국 이베이가 2018년 인수

엔데믹 후 일본에서 K뷰티·패션이 뜨고 있다는 뉴스가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이런 트렌드를 만든 현지 회사 얘기는 그동안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본이 워낙 크고 다양한 유통 채널이 많다 보니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온라인·모바일 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뚜렷하게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있다. 큐텐재팬이다.

큐텐재팬은 일본 3위권 모바일 쇼핑 플랫폼이다. 한국과의 인연도 남다르다. 때는 한국 지마켓이 2010년 미국 이베이에 팔렸을 시절. 그쯤 해외에서 새롭게 출범한 온라인 커머스 회사 중 하나가 큐텐이다. 큐텐은 동남아, 일본, 중국 등에 진출,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가고 있었다. 일본에서 본격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10년 6월이다. 2년 후에는 모바일 전용 쇼핑 앱 ‘Qoo10’을 오픈하면서 현지 쇼핑몰과 차별화했다. 이후 계속 성장세를 보이자 미국 이베이가 2018년 4월 큐텐재팬(Qoo10 일본 사업 부문)만 인수해 오늘에 이른다.

이베이 인수 당시인 2018년 5월 기준 큐텐재팬의 일본 국내 회원 수는 1000만명 선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말 기준 2300만명을 돌파했고 일본 3위권 e커머스 플랫폼으로 올라섰다. 일본 내 큐텐재팬 인지도는 84%. 앱 누적 방문자 수는 5억2000만명, 모바일 방문율은 90%에 달한다. 참고로 큐텐재팬은 한국의 위메프, 티몬 등을 소유한 ‘큐텐’과는 대주주부터 완전 다른 별도 법인이다.

K커머스 성공 공식 日 열도 심어

경영진 대부분 이베이코리아 출신

일본 현지 언론들은 큐텐재팬을 두고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한 덕분에 ‘1020 여성 고객의 쇼핑 놀이터’가 됐다”고 평가한다. 분기별 대형 할인 행사인 ‘메가와리’는 젊은 여성 사이에서 ‘신상 쟁여두기’를 해야 하는 정례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만 따로 모아놓은 ‘무브(MOVE)’도 인기다. 눈길 끄는 건 메가와리나 무브에서 K뷰티·패션 브랜드가 압도적인 매출을 기록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열린 메가와리에서 K뷰티 제품이 나란히 1, 2, 3위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이다. 1위는 ‘VT코스메틱 시카 데일리 수딩 마스크’, 2위와 3위는 ‘넘버즈인 5번 글루타치온C 세트’ ‘아누아 피부 챌린지 세트’다. 모두 큐텐재팬이 기획하고 일본 소비자 취향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선보인 덕에 선전했다는 평가다. 그 밖에도 한국에서 ‘빨간통 다이어트’로 유명한 한국 푸드올로지가 푸드 카테고리에서 1위에 오르는 등 K브랜드의 선전이 확연히 눈길 끈다.

김유영 동덕여대 일본어과 교수는 “일본 1020세대는 해외 문화에 개방성이 크고 특히 K컬처 덕에 한국에 대한 호감, 관심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따라 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큐텐재팬은 서브컬처 캐릭터 상품부터 아이돌 굿즈, K뷰티·패션 등 1020세대 욕구를 충족시켜주면서 이들이 나이가 들어 일본 내에서 소비 주체가 됐을 때 현지 시장에서 더욱 영향력이 확대되는 영리한 전략을 쓰고 있다”고 평했다.

흥미로운 건 이런 경영 전략에서 ‘기시감’, 즉 ‘어딘가 한국에서 본 듯하다’는 느낌이 든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큐텐재팬 경영진 등 주요 구성원에서 알 수 있다.

구자현 큐텐재팬 대표부터 김재돈 마케팅본부장, 김태은 운영본부장 등 주요 경영진은 대부분 이베이코리아 출신이다. 또 300여명의 직원 중 200여명은 개발자인데 대부분 한국에서 근무하며 앱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이들은 예전 지마켓, 옥션 시절 한국 지방에 있는 무명 옷집 사장부터 식품 판매 업체까지 입점시켜 일약 전국구로 띄워본 경험이 있다. 또 인디 브랜드를 발굴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이런 전략을 큐텐재팬에도 그대로 이식했다. 2020년대 들어 여타 일본 플랫폼이 자국 브랜드 혹은 서양 브랜드를 발굴할 때 큐텐재팬만 한국에서 K브랜드를 발굴, 전진 배치했다. 마침 코로나19 때 K컬처가 떴고 엔데믹 때 한일 관계도 풀리면서 이 같은 전략은 적중했다.

더불어 한국에서는 활성화된 다양한 e커머스 판매 방식도 적극 도입했다. 2021년부터 라이브커머스를 정례화하고 이를 상품처럼 만들어 브랜드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특히 라이브커머스는 한국 현지에서 브랜드가 직접 일본 고객을 대상으로 ‘라방’을 하는 방식을 시도해 찬사를 받기도 했다.

큐텐재팬 관계자는 “일본 내 라이브커머스 지점 확대는 물론 한국에도 거점을 마련해 더 다양한 상품이 한일 양국에 소개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 | 김태은 큐텐재팬 운영본부장
“K뷰티·패션 다음 타자는 K푸드 될 것”
매경이코노미

Q. K컬처의 일본에서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A. 10년 전만 해도 서브컬처 정도였다.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는 주류 트렌드 중 하나가 됐다. 일례로 일본에서 가장 보수적인 대형 통신사들이 Z세대 고객 로열티 강화, 신규 가입 유도를 위해 K콘텐츠에 주력으로 투자하고 있다. 공영방송 중 가장 보수적인 NHK도 K팝 아이돌의 콘서트를 기획하고 티켓을 판매할 정도다.

Q. 유독 일본에서 K패션, 뷰티가 팔리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이도 많다. 현지에서 보니 그 이유는 뭔가.

A. 무엇보다 K팝, K드라마 등으로 대표되는 K컬처 역할이 컸다. K패션과 뷰티는 K팝과 드라마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일본 소비자에게 노출되면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K뷰티는 가격에 큰 상관없이 효과가 뛰어나고, K패션은 좋은 품질에 에지 있고 트렌디하다는 인식도 한몫한다.

Q. 큐텐재팬을 만나서 일본에서 큰 성과를 올린 K브랜드 사례가 있다면.

A. 클리오, VT코스메틱, 롬앤, 마녀공장 등이 큐텐재팬을 통해 소개됐다 일본 오프라인까지 진출했다. 인지도가 높지 않던 중소 뷰티 브랜드들이 일본에서 대박을 터트리며 글로벌 슈퍼스타가 돼서 한국으로 금의환향하는 사례도 많다. K패션 경우 한국 패션 셀러 ‘바잘(VARZAR)’은 무브 입점 이후 누적 매출 120억원을 달성했다. 유명 셀럽이 착용한 것으로도 유명한 바잘의 대표 상품 ‘스터드 로고 오버핏 볼캡’은 누적 매출 60억원, 상품 리뷰 수 2만2000개 이상 등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Q. K뷰티, 패션 외에 앞으로 뜰 섹터는.

A. K푸드 중 특히 건강보조식품, 먹는 화장품이 패션보다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례로 큐텐재팬의 최대 할인 행사 1분기 메가와리 기간 기준 전년 동기 대비 한국 다이어트 차 카테고리 판매량은 3배(206%), 한국 다이어트 음료는 4배(289%) 가까이 올랐다. 2분기 메가와리(6월)에서는 K뷰티 보조제인 ‘푸드올로지 콜레올로지’가 푸드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했다.

Q. 큐텐재팬은 앞으로 한국 브랜드와 어떤 상생 강화 전략을 펼칠 예정인가.

A. 큐텐재팬은 중소기업 브랜드의 일본 온라인 판매와 성장을 위한 마케팅, 물류, 영업을 전방위로 지원해나갈 것이다. 더불어 한국 브랜드가 일본 소비자와 접점을 확대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운영 등 다양한 채널 발굴 노력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도쿄 =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9호 (2024.07.24~2024.07.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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