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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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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폭우에 더 서러운 전세사기 아파트…붕괴 외벽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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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비 마련 어려워 열흘 가까이 폐허 방불…2차 피해 우려

연합뉴스

외벽 마감재 떨어진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
[촬영 황정환]



(인천=연합뉴스) 황정환 기자 = "한밤에 외벽 마감재가 떨어지는 소리에 전쟁 난 줄 알았어요. 조만간 태풍까지 온다니 불안해서 한숨도 잘 수가 없어요."

지난 25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모 아파트.

주민 A(43·여)씨는 1층 주차장에 한가득 쌓인 외벽 마감재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마감재들은 지난 18일 강한 비바람에 건물 외벽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열흘 가까이 주차장에 잔해가 방치되면서 아파트는 지진 피해 현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13층짜리 아파트 한쪽 벽면은 콘크리트가 훤히 드러났고 몇장 남지 않은 마감재만 위태롭게 군데군데 붙어 있다.

이 아파트에서 외벽 마감재가 떨어져 나간 것은 작년부터 벌써 세 번째다. 이번에는 마감재가 외벽 가스 배관까지 건드려 주민들은 하루 가까이 가스를 사용하지 못하기도 했다.

A씨는 "다른 벽면에 붙어있는 마감재도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라며 "주변에 숙박업소 등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2차 피해까지 우려된다"고 불안한 마음을 토로했다.

연합뉴스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에 핀 '곰팡이'
[촬영 황정환]



이 아파트는 이른바 '건축왕' 남모(62)씨 일당이 전세사기 범행에 사용한 아파트다.

수백억원대 전세 사기 혐의로 기소된 남씨는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외벽도 문제지만 아파트 내부 누수 피해도 심각하다.

한층에 여러 가구가 있는 아파트 복도에서는 물에 젖었을 때 나는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고 벽면 곳곳에는 금이 가 있었다.

한동안 아무도 살지 않았던 집안 내부 벽면에는 검은 곰팡이가 군데군데 피었다.

집중호우로 아파트 안팎은 엉망이 됐지만 복구 작업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수천만원에 이르는 복구 비용을 각 가구의 소유주가 분담해야 하지만 전체 70가구 중 59가구는 구속된 남씨 일당의 소유로 남아 있어 복구비 마련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세입자들 또한 대부분 전세사기 피해자여서 복구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없는 처지다.

한 세입자는 "전세사기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복구 비용을 세입자가 왜 내느냐"고 반발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집주인과 관리업체 등 모두 건물 관리를 뒷전으로 한다"며 "지자체에서 적극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은 공공기관의 지원을 호소하지만 미추홀구는 사유재산인 아파트에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실질적인 지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미추홀구는 다만 민간복지재단을 통해 가스 배관 복구비 165만원을 지원했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현행법에는 전세사기 피해 건물의 관리를 지원할 수 있는 규정이 마땅히 없다"며 "유관부서 회의를 통해 다른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에서 떨어진 외벽 마감재
[촬영 황정환]


h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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