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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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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울산 석유화학공단 잇단 화재에 주민 불안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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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에쓰오일 온산공장서 큰불
(울산=연합뉴스) 28일 오전 울산 울주군 에쓰오일 온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진화 중이다. 2024.7.28 [울산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anto@yna.co.kr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이사 때가 되면 공단과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28일 오전 4시 47분께 울산 울주군 에쓰오일 온산공장에서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불기둥이 치솟았다.

소방 당국은 대응 2단계를 발령, 인력 300명가량과 장비 56대를 동원해 화재 발생 4시간 40여분 만에 불을 완전히 진화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다량의 검은 연기가 긴 띠 형태로 퍼지면서 관련 신고가 잇따랐다.

울주군은 온산공장 인근 주민에게 창문을 닫고 야외활동을 자제해달라는 안전안내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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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난 에쓰오일 온산공장 설비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28일 오전 울산 울주군 에쓰오일 온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3시간여 만에 큰 불길이 잡혔다. 화재가 난 설비. 2024.7.28 canto@yna.co.kr



반복되는 석유화학 공단 화재에 울산지역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2년 전 결혼을 하며 울산 울주군으로 이사했다는 박모(26) 씨는 "고향에는 공단이 전혀 없어 화재나 사고에 대해 아예 생각하지 않고 지냈는데, 이젠 그런 뉴스가 다 내 얘기 같아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박 씨는 "임산부나 아이가 있는 집은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생기면 거주 자체를 다시 생각해보게 될 것 같다"며 "우리 부부도 지금은 둘이 살지만 앞으로 아이가 생긴다면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공단과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 입주업체 대부분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곳들이다 보니, 유해 물질 누출에 대한 두려움도 컸다.

남구 두왕동 주민 전모(28) 씨는 "지나가다 보면 공단에 연기 나오는 게 눈에 보이고 악취도 심하게 난다"며 "화학물질을 일상적으로 접하며 살아가다 보니 화재나 사고가 나면 유해 물질이 주거 지역까지 침투해 올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울주군이 화재 발생 1시간가량 지난 오전 5시 48분께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면서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울주군 주민 이모(31) 씨는 "1시간이면 재, 연기, 화학물질이 집으로 들어오고도 남았을 시간"이라며 "에어컨 때문에 창문을 닫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열고 잤다며 자다가 봉변을 당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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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난 에쓰오일 온산공장 설비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28일 오전 울산 울주군 에쓰오일 온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3시간여 만에 큰 불길이 잡혔다. 화재가 난 설비. 2024.7.28 canto@yna.co.kr



울산 석유화학 공단에서는 잊을 만하면 폭발 사고나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불이 난 에쓰오일 울산공장에서는 올해 2월에도 배관 파손으로 화재가 발생해 3시간 만에 진화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공단 내 소금 제조업체인 한주에서, 6월에는 고려아연 공장에서 불이 나 각각 약 22분, 50분 만에 진화됐다.

지난해 12월에는 한 공장 부지 아래를 지나가는 배관 보수 작업 중 불이 나 작업자 1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jjang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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