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스킨앤스킨이 과거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대표 일당이 빼돌린 150억원 규모의 횡령 피해금과 관련해 옵티머스 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소했다. 스킨앤스킨은 옵티머스 법인 외에 횡령 가담자들을 상대로도 별도의 소송들을 제기했는데, 이를 종합하면 현재까지 법원이 인정한 배상금액은 최대 20억원가량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3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고법 민사18-3부는 스킨앤스킨이 옵티머스 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심처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김재현 대표 일당은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 6월 스킨앤스킨이 보유한 현금 150억원을 마스크 유통사업에 사용할 것처럼 스킨앤스킨 이사회를 속여 빼돌렸다. 당시 김재현 대표가 스킨앤스킨과 마스크 도소매 업체 각사의 최대주주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재현 대표 일당은 빼돌린 돈을 옵티머스 펀드의 환매 중단을 막는 데 사용했다. 옵티머스 사태는 김재현 대표 일당이 안정적인 펀드 운용을 미끼로 모은 투자금을 실제로는 사모사채 매입 및 펀드 돌려막기 등에 활용했다가 대규모 환매 중단을 일으킨 사건이다.

이후 스킨앤스킨은 “횡령금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며 김재현 대표의 사용자인 옵티머스 법인에 18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파산 선고를 받은 옵티머스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 측을 상대로는 청구금액을 파산채권으로 확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옵티머스 법인은 “김재현 대표 개인의 불법행위일 뿐”이라고 맞섰다.

1심은 “스킨앤스킨은 옵티머스를 상대로 배상책임을 주장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스킨앤스킨으로서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마스크 대금 거래가 옵티머스의 업무상 집행에 관한 것이 아닌, 김재현 대표 등의 불법행위란 점을 알 수 있었다는 취지였다. 이번 항소심도 이 같은 판단이 옳다고 봤다.

다만 스킨앤스킨은 사건 가담자들을 상대로 다른 2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일부 배상금을 인정받았다. 우선 김재현 대표와 옵티머스 2대 주주, 옵티머스 이사 등을 상대로 낸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선 1심에서 승소를 확정받았다. 관련 형사재판에서 김재현 대표가 징역 40년을 확정받은 점 등이 판단 근거가 됐다. 김재현 대표 등이 항소하지 않아 이 재판은 1심에서 확정됐다.

횡령 사건 당시 스킨앤스킨 대표를 비롯한 과거 이사회 구성원 7명을 상대로 낸 1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1심에서 승소했다. 스킨앤스킨은 “김재현 대표 일당의 사기 행위를 당시 이사진이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150억원 지급 안건을 가결했다”며 배상을 요구했는데, 1심 재판부는 “실질적인 검토 없이 찬성 결의를 했고, 이에 회사 자금이 김재현 대표 일당의 의도에 따라 펀드 상환 대금으로 유용됐다”고 지적했다. 일부 이사진이 1심 판결에 불복하면서, 이 사건은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만약 스킨앤스킨이 옵티머스 법인에 대한 2심 패소 판결을 받아들일 경우, 총 3건의 소송을 통해 배상받을 수 있는 금액은 피해액에 한참 못 미치는 ‘최대 2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피해액 150억원은 사건 직전 스킨앤스킨이 보유한 현금자산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