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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메타와 밀착한 엔비디아와 거리두기 애플, 공급망도 中서 인도로 갈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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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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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죽지세로 질주하던 엔비디아 성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애플이 개발한 자체 인공지능(AI)인 애플 인텔리전스 생태계에서 엔비디아를 완전히 배제하고 경쟁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구글의 TPU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현재 AI 학습과 추론(서비스)에 사용되는 AI 반도체는 엔비디아가 9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AMD·인텔이 만든 AI 반도체와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이 개발한 자체 서버용 AI 반도체가 경쟁 제품으로 꼽히긴 하지만 사실상 전 세계가 엔비디아 GPU만 바라보는 형국이었다. 엔비디아 제품 성능이 좋은 데다 기존 AI 연구자들이 엔비디아 제품을 바탕으로 AI를 개발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애플이 AI 학습을 위해 구글의 TPU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엔비디아로서는 구글이라는 강력한 경쟁 상대를 만나게 됐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애플이 구글을 선택한 이유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비용이다. 엔비디아의 GPU는 지난해 품귀 현상을 겪은 이후 줄곧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가 AI 반도체와 함께 사용되는 네트워크 장비를 비롯한 관련 부품들을 직접 만들어 수직계열화를 이룬 이후에는 경쟁 제품 대비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폰을 포함해 자사 디바이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 시스템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애플 인텔리전스를 개발할 때 엔비디아의 GPU를 선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두 회사 간 과거 악연을 이유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애플은 엔비디아의 GPU를 자사 맥북에 적용했는데 2008년과 2012년 엔비디아의 GPU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맥북 사용이 중단되는 곤욕을 치렀다. 이때 애플은 엔비디아와 완전히 거래를 끊고 기술적으로 독립하게 된다. 이 사건 이후 엔비디아와 애플의 관계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많다.

한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9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시그래프(SIGGRAPH) 2024'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대담을 나눴다. 메타는 엔비디아 GPU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다. 메타가 최근 공개한 오픈소스 AI 모델인 라마3.1은 엔비디아 GPU인 H100을 1만6000개 사용해 학습했다. 저커버그 CEO는 이 자리에서 "폐쇄적인 애플 생태계가 승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다"며 애플을 비판했다. 메타는 애플이 광고 관련 정책을 바꾸면서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은 적이 있다.

애플은 탈(脫)엔비디아뿐 아니라 탈중국 전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인터넷 매체인 나인투맥은 인도 현지 경제매체 머니컨트롤을 인용해 애플이 오는 9월 출시하는 아이폰16의 플래그십 모델을 인도에서 처음 생산한다고 보도했다. 머니컨트롤에 따르면 아이폰 위탁생산자인 폭스콘이 아이폰16 시리즈 고급 모델인 프로와 프로맥스를 인도에서 조립할 예정이다. 다만 초도 생산은 중국에서 먼저 시작한다. 애플은 아이폰15의 경우 기본 모델만 인도에서 생산하고 고급 모델은 제조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기본 모델부터 고급 모델까지 모두 중국과 인도 양쪽에서 생산이 이뤄지게 된다.

애플이 탈엔비디아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1·2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반도체 관련주가 영향권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특히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상승 랠리에 제동이 걸리면서 하락세로 전환했다.

올해 초 코스피에서 주당 14만원에 거래되던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함께 주가가 크게 상승해 7월 한때 24만원대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 이후 주가가 떨어지면서 현재는 20만원 선을 밑돌고 있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 김대은 기자 /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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