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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4년전보다 전셋값 20% 상승…내년은 역전세 우려”[임대차2법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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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선 NH농협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인터뷰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서울 주요 아파트 4년간 전세값 분석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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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62주 동안 한주도 쉼 없이 내달렸다.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이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이었다. 빌라 전세 사기 이후 사람들이 아파트 전세로 몰려든 것도 한몫했다. 전셋값이 껑충 뛰면서 이럴 바엔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며 매매가까지 밀어 올렸다.

올해 하반기에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은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만 4년이 되는 시점이었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의 주요 지역 대단지 아파트 전셋값을 분석한 자료를 통해 전셋값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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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이 서울 서대문 사무실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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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셋값, 4년 전보다 얼마나 올랐나

"2020년도에 서울 아파트 신규 전세 계약을 했던 사람들은 올해 계약한 지 4년이 돼서 새로 계약서를 쓰게 된다. 이들이 동일한 아파트를 다시 계약한다면 15~20% 정도 전셋값을 높여줘야 한다."

김 위원의 이 같은 분석처럼 서울 시내 주요 단지는 4년 전보다 전셋값이 올랐다. 전용 84㎡ 중위값(크기 순서대로 정렬 시 중앙값)을 기준으로 보면 노원구 청구3차는 5억7000만원에서 7억원으로, 성동구 텐즈힐은 7억5000만원에서 8억8000만원으로 상승했다.

주요 단지가 아니더라도 위치와 상태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최소 1억원에서 최대 3억원까지 더 내야 하는 세입자들이 생기고 있다. 전셋값이 오른 만큼 대출을 추가로 받는다면 이 가구들은 은행 빚을 갚는 데 월 40만~50만원씩 돈을 더 써야 한다.

임대차 2법으로 인해 전셋값은 하반기에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임대차 2법이 시행된 다음 해인 2021년을 보면 신규계약 시 보증금이 갱신계약에 따른 보증금보다 급격하게 높아졌다. 김 위원은 "2021년에는 신규계약 보증금이 갱신계약보다 40%가량 높았다"며 "임대인들이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인해 2년 후에 못 올릴 걸 대비해서 많이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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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역전세' 사태 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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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은 "내년 전셋값이 올해보다 더 오르더라도, 전셋값이 역대 최고점을 찍었던 2021년보다 낮으면 ‘역전세’ 문제가 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역전세는 재계약 시점의 전세가가 이전 계약의 전세가보다 낮아진 경우를 말한다. 이럴 경우 같은 세입자와 계약을 다시 할 때 집주인이 오히려 돈을 돌려줘야 한다. 새로운 세입자를 구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전세가는 이미 내려간 상태라서 기존에 받았던 전세금을 돌려주려면 집주인이 추가로 돈을 구해야 할 형편에 처한다.

최근 20년 동안 서울 아파트 전셋값 연평균 인상률은 약 3%였다. 내년에도 이만큼 전셋값이 오른다고 가정하면, 2025년 전세보증금은 2021년의 85~90%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2021년 8억4000만원을 기록한 청구3차의 경우 내년 전셋값은 7억2100만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집주인은 4년(2년+2년) 계약이 끝난 임차인에게 1억1900만원을 돌려줘야 한다. 텐즈힐은 1억2360만원, 반포자이는 2억5500만원을 내줘야 한다.

고가일수록 토해내야 하는 금액이 커진다. 집주인이 여윳돈이 없으면 대출을 받거나 집을 내놔야 한다. 보증금을 더 올릴 수 있다면 그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전셋값이 추가 상승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김 위원은 "올해 하반기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해서 2021년 수준과 비슷해지거나 더 올라간다면 역전세 우려는 사라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4년 동안 전셋값 안정을 보장하려고 임대차 2법을 도입했었는데 결국 한 바퀴 돌았을 때도 임차인들이 역대급 전셋값을 내야 한다면 그것 또한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전세에서 매입으로 갈아타면 집값 오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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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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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까지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되면 매매가도 계속 따라서 오를 수 있다. 2021년 전세가격과 현재 매매가격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게 이유다. 청구3차의 2021년 최고 전셋값은 10억원에 달했다. 현재 이 아파트의 매매가격은 11억 후반대다. 4년 전에 전세 살던 사람은 내년에 계약 기간이 끝날 때 즈음엔 매입 수요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은 "2021년에 역대급 보증금을 냈던 사람 중에는 집을 사는 걸 고려하는 경우가 꽤 나올 수 있다"며 "매매가 추가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전셋값이 오를 때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서민이다. 2020년에 빌라나 다세대 주택에 전세로 살던 사람들도 올해 신규 계약을 해야 한다. 지난해 전세 사기 사태 이후 이들도 빌라보다 소형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다. 서울 시내 중심보다는 노원구·도봉구·강북구 같은 곳을 중심으로 이 수요가 몰리게 된다. 이 지역의 전셋값 상승세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 위원은 "빌라에 살다가 아파트로 처음 옮기거나, 신혼부부처럼 아파트 신규 전세 계약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주거비 부담이 굉장히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임대차 2법은 세입자 보호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임대시장 불안이라는 부작용도 동반하고 있다"며 "신규계약 시 4년 치 전세보증금 인상분을 한꺼번에 올려 계약하는 것처럼 신규 또는 갱신 기간에 따른 시장 불안을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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