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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친이란 ‘저항의 축’ 동시 보복 가능성… 방식·수위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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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이스라엘 직접 공격 지시

지도부, 하니야 장례식서 보복 다짐

이란군 드론·미사일 복합 공격 검토

예멘 등과 협력… 공습 극대화 노려

헤즈볼라도 거론되지만 전면전 부담

“확전은 네타냐후만 이롭게 하는 것”

중동 연구기관선 “억제적 대응해야”

CNN “이란, 이 공격 선택지 제한적”

아랍권 “이스라엘 규탄” 수천명 시위

이란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암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조만간 이스라엘 공격을 예고한 가운데 어떤 방식을 택할지를 놓고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스라엘에 대한 ‘의무적인 가혹한 보복’을 지시하면서 친이란 이슬람 무장세력 ‘저항의 축’이 동시다발적으로 보복 작전을 개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전면전 확전 우려 등을 감안하면 이란의 보복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일보

이슬람 국가들 ‘하니야 암살 규탄’ 시위 지난 7월 31일(현지시간) 모로코 수도 라바트에서 열린 이스마일 하니야 암살 규탄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의 이마에 구멍이 뚫린 포스터를 들어보이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라말라에서도 주민들이 하니야의 암살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했고, 파키스탄과 튀르키예, 예멘 등 이슬람권 국가 곳곳에서 하니야를 추모하며 이스라엘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라바트·라말라=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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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군 지도자들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및 하이파 인근의 군사 목표물에 대한 드론 및 미사일 복합 공격을 검토하고 있으나, 민간인 목표물에 대한 공격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공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예멘, 시리아, 이라크 등 다른 전선에서 동시에 공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대리 세력 중 가장 군사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동원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충돌을 거듭하고 있으며, 지난달 30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헤즈볼라 최고위급 지휘관 파우드 슈쿠르가 사망하기도 했다.

세계일보

지난 7월 31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의 팔레스타인 광장에서 이란 여성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사진이 담긴 초대형 현수막 앞을 지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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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보복 방식과 수위를 쉽게 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CNN방송은 “불과 4개월 전인 지난 4월 이스라엘 본토 공습이라는 강수를 뒀던 이란 입장에서 당장 꺼내 들 수 있는 보복의 카드가 마땅치 않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당시 이스라엘의 시리아 영사관 폭격으로 혁명수비대 고위 간부가 사망하자, 이스라엘 본토에 300여기의 드론과 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했다. 그러나 이 중 99가 이스라엘 방공망에 가로막히며 실질적인 피해를 입히진 못했다.

이란이 확전을 원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테헤란에 본부를 둔 과학조사·중동전략연구센터의 페르시아만학 담당 이사 자바드 헤이라니아는 “네타냐후는 이란을 끌어들여 전쟁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미국도 개입시키려 한다”며 “반면 이란은 이스라엘에 억제적 대응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쟁이 확대될 수 있고, 이는 네타냐후를 이롭게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악 시나리오는 친이란 무장세력 ‘저항의 축’의 동시다발 공격이 될 전망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현 상황에서 이란이 취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 중 하나는 ‘저항의 축’을 총동원해 이스라엘에 대규모 드론·미사일 공격을 가하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세계일보

장례식 주도하는 하메네이… 녹색 천 가려진 암살 현장 이란 테헤란에서 암살당한 이스마일 하니야 장례식이 열린 1일(현지시간)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왼쪽 사진 마이크 뒤)가 지도부 등과 함께 하니야 관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하니야가 암살당할 당시 머물던 테헤란 북부 자파라니예 지역의 6층 건물. 이란 정부가 귀빈 등을 맞이하는 행사에 사용되는 사다바드궁과 가까운 이 건물 상층부 한쪽이 훼손돼 얇은 녹색 천으로 가려져 있다. 테헤란=로이터연합뉴스, 뉴욕타임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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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등 이란 지도부는 는 1일 테헤란에서 치러진 하니야 장례식에서 이스라엘을 암살 주체로 지목하고 보복을 다짐했다. 서방 언론에 이날 공개된 하니야가 암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6층 건물 상층부 한쪽은 고도의 정밀타격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방증하듯 벽 등이 떨어져 나갔고, 훼손된 부분은 얇은 녹색 천으로 가려져 있다.

아랍권 민심은 들끓고 있다. 튀르키예와 파키스탄, 요르단 등에서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와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AP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시위대는 지난달 31일 하니야의 사진과 ‘순교자 하니야’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행진했다. 파키스탄 카라치에서는 수백명이 ‘무슬림이 승리한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에 나섰다.

세계일보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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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이스라엘은 이날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설전을 벌였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는 “이번 암살 행위는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며 지역 전체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전쟁을 확대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이란이 하마스와 후티, 헤즈볼라 등을 이용해 이스라엘 국민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보리 회원국들은 이번 사태로 인한 중동지역 긴장 고조를 우려했다. 로즈메리 디카를로 유엔 사무차장은 회의에서 “국제사회는 갈등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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