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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인도산 되더니 저렇잖아"…중국이 본 미국 보잉 사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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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중국 인력은 줄이고 인도 엔지니어링 인력 크게 늘려…
중국언론 "추락사고 관련 코딩 비숙련 인도인에 맡긴 정황"

머니투데이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캘리 플레인이 제공한 영상 사진에 7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일본 오사카로 출발하는 보잉 777 여객기에서 타이어가 떨어지고 있다. 이 타이어는 공항 내 직원 주차장에 추락해 주차돼 있던 차량이 파손됐다. 승객 등 249명이 탑승한 해당 여객기는 로스앤젤레스에 비상 착륙했다. 202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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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대 5다."

중국 고급 과학기술 인력에 의존하던 미국의 첨단산업이 빠르게 인력 무게중심을 인도로 옮겨가고 있다는 내용을 반증하는 집계가 나왔다. 미국 항공방산 핵심이자 세계 1위 여객기 제조사 보잉이 중국에서 5개 직군을 채용할 동안 인도에서는 83개 직군에 대한 채용을 진행했다. 중국에선 최근 연이어지는 보잉사 여객기 사고가 중국 기술인력 외면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중국 현지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보잉 글로벌 채용사이트에는 중국 내 채용공고 5건이 게시됐고 그 중 3건이 엔지니어링분야였다. 반면 인도 내 채용공고는 83개, 그 중 58개가 엔지니어링분야였다.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런 기술인력 채용격차는 최근 계속되고 있으며, 보잉은 중국보다 인도에서 엔지니어를 20배 가까이 많이 채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잉은 사실 중국 기술인력과 함께 태어나 성장했다. 보잉은 지난 1916년 윌리엄 보잉이 시애틀에서 창업했는데, 창업과 동시에 채용했던 1호 엔지니어가 중국 베이징 출신의 MIT(매사추세츠공대) 졸업생 왕추(Wong Tsu)였다. 왕추는 보잉의 첫 작품인 모델C해군훈련기를 설계했고, 이를 시작으로 보잉은 10년 후 여객기 제조업체로 재탄생했다.

보잉의 전통적 최대 고객도 중국이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여객기 시장에 가장 많은 여객기를 납품했다. 중국은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미 땐 보잉 여객기 300대를 한 번에 사기도 했다. 중국이 여객기를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음에도 올 초 기준 잔여 납품 대수가 110대가 넘는다.

이런 역사를 감안하면 지금 상황은 아이러니다. 미중갈등이 본격화하고 중국산 여객기가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보잉과 중국의 사이는 급격하게 멀어지고 있다. 이를 가장 알기 쉽게 보여주는 게 바로 인력구조다.

보잉의 글로벌 엔지니어(여객기부문)는 맥더널 더글러스 인수와 실적경영으로 전환 이후 많이 줄었지만 최근 다시 충원되고 있다. 2022년 기준 약 1만4500여명에서 2023년 1만7000여명으로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그 중 인도인 엔지니어 수는 미국인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약 4000명 정도다. 반면 중국인 엔지니어는 지속적으로 줄어 이제는 불과 160명 정도다.

해외지사 비중도 달라졌다. 보잉차이나엔 약 2200명의 직원이 있는데 보잉인디아엔 6000명이 넘는다. 갭은 더 벌어질 전망이다. 보잉은 2억달러(약 2700억원)를 들여 가장 큰 해외 R&D(연구개발) 시설을 지난 1월 인도 벵갈루루에서 개장했다. 반면 보잉차이나는 중국 인력 충원을 묻는 현지 언론의 질문에 "고용계획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더 줄이겠다는 의사표현이다.

머니투데이

(상하이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30일 (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푸둥 국제 공항 인근의보잉 상하이 항공 서비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8.31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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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이어 발생한 보잉의 사고에 중국 언론이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는 건 이 때문이다. 관영언론을 중심으로 매번 상세한 분석이 이뤄진다. 두 번의 추락사고와 관련해 보잉737맥스 항공기 운영이 중단됐던 당시엔 말 그대로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관영 인민일보를 중심으로 보잉의 품질에 대해 재조명이 이뤄졌고 경제매체 차이신은 "저게 미국을 대표한다는 보잉의 기술력이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SCMP 역시 "비행기 운항 중 타이어가 떨어지거나 비상문 패널이 날아가는 등 보잉의 기술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며 "두 번의 추락사고와 관련해서는 보잉이 최근 인도 기업에 아웃소싱한 비행 테스트 장비용 소프트웨어에 대해 해당 인도기업이 미숙련 인도인 직원에게 코딩 작업토록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인도에 기댄 결과가 대형사고들이라는 뉘앙스가 짙게 읽힌다.

보잉의 사고가 인도 탓이라고 보는 건 일단 지금은 중국뿐이다. 한 때 '보잉이 아니면 가지않겠다'는 말로 요약됐던 보잉의 품질과 기술력을 흔들어놓은 건 과도한 효율경영이었다. 보잉은 핵심부서들을 독립시켜 협력사로 만든 후 공급단가를 후려쳤고, 당연히 운영난에 빠지고 연봉을 못 올려준 협력사에선 부르는 곳 많은 숙련공과 고급 엔지니어들부터 짐을 쌌다. 이 결과가 최근의 어처구니없는 사고들이다.

보잉은 사모펀드에 매각해 아웃소싱화했던 동체제조 사업부 스피릿에어로시스템즈를 매입한다고 최근 밝히고 다시 품질 다잡기에 들어갔다. 중국 언론의 또 다른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만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큰 숙제를 안게 됐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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