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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화성에서 초밥집 열겠다는 일본인…“사기극에 당하셨군요”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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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화성으로 떠날 수 없다, 아메데오 발비 지음, 장윤주 옮김, 북인어박스 펴냄

우주선 타고 화성까지 9개월
지구 100배 방사선 버텨야 도달
화성에 내려도 생존 위협
지표 온도 영하 60~150도
“화성보다 차라리 남극이 천국”
머스크 프로젝트도 실현 불가능


매일경제

영화 ‘마션’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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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의 거침없는 도약을 설명하는 숫자 가운데, 이만큼 경이로운 숫자도 없을 것이다.

‘11.2km/s.’

이 숫자는, 지구 탈출 속도다. 초당 11.2km의 속도로 질주하면 우리는 발 딛고 선 지구를 딛고 우주로 뻗어나가 푸른 지구를 조감할 수 있다. 인류는 이 속도를 계산했고, 결국 극복했으며, 오늘날 ‘행성 이주’라는 원대한 꿈을 품기 시작했다. ‘11.2km/s’는 그러므로 문명(文明)을 응축하는 절대적 숫자다.

행성 간 이주는 하나의 예정적 현실처럼 논의된다. 지구를 떠나 이주할 대상지는 화성. 잠시 지구의 바깥으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왕복여행이 아니라, 편도행 티켓이다.

과학자들의 저 청사진은 현실로 가능할까. 천체물리학자인 이 책의 저자 아메데오 발비는 ‘인간 식민지’ 건설을 둘러싼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세밀하게 검토한다. 우주 열망의 꿈 자체를 부정하진 않지만, 장밋빛 꿈을 냉정하게 돌아보라고 주장하는 논쟁적인 저서다.

화성까지의 거리는 5500만km. 이는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보다 140배쯤 된다.

화성까지 가려면 대략 9개월이 소요되는데, 이건 단지 지구 위 우주정거장에서 체류하는 일보다 더 고도의 기술적 난제가 발생한다. 이동중 우주 내 방사선량은 지구에서보다 100배, 플레어 등 태양활동의 영향까지 온몸으로 받는다. 이를 해결하려고 우주선 벽 두께를 늘리면 질량이 증가해 불가능에 가까운 열량이 소모된다. 대규모 화성 이주는 그야말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대모험인 것이다.

그럼에도 인류가 이윽고 화성 지표면에 내렸다고 가정해보자. 영화 ‘마션’에서 보여지는 것과 달리, 화성은 그저 ‘건조하고 험한 행성’이 아니다.

섭씨 -60도, 최악의 경우엔 섭씨 -150도가 화성의 온도다. 표면기압은 지구의 100분의 1로 이는 지구고도 30km 상공의 기압과 같다. 대기가 없으므로 방사능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것이며, 물과 식량 공급도 극도의 변수 위에서 수행된다.

저자는 “극도의 추위, 엄청난 방사선량에 비하면 오히려 인간이 지구를 떠나려는 본질적인 이유인 지구 온난화가 오히려 ‘가벼운’ 문제”라고 지적한다.

우리의 행성 지구의 남극은 참혹한 땅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공동으로 점유한 남극의 콩코르디아 기지를 예로 들어보자.

이 기지는 해발 3200미터에 섭씨 -80도를 오르내린다. 인류가 살기에 적합하지 못한 땅인데, 화성에 비하면 남극은 오히려 ‘천국’이다. 자유롭게 숨 쉴 수 있고, 얼음을 녹여 물을 얻는 일도 가능하다. 방사선 문제도 없다.

매일경제

그렇다면 이 책이 주장하려는 본질은 뭘까. 그건 ‘사이비 우주 장사꾼들’에 대한 경계다.

‘마스 원’이 대표적이다. 책에 따르면 마스 원은 ‘화성 편도 여행’을 티켓화해 상품으로 팔았다. 20만명이 신청했다고 광고했지만 실제론 3000명 미만에 불과했음이 추후 탄로났다. 마스원에 선발된 예비 승무원들은 ‘왜 화성에서 죽고 싶은가’란 질문을 받았고, 2015년 선발된 우주여행 최종 후보자들은 고작 ‘스카이프 대화 10분’으로 화성행을 약속받았다.

그중에는 “화성 최초의 초밥집을 열겠다”는 맹랑한 꿈에 부푼 50대 일본인도 포함돼 있었다.

이후 MIT는 “마스원의 계획은 절대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공언하면서 “만약 도착하더라도 ‘68일’ 만에 질식사할 것”이란 침울한 시뮬레이션을 내놓았다. 마스원 직원은 고작 4명이었고 기부금, 자금 모금, 홍보용 상품으로 수익을 올리다 2019년 파산을 선언했다.

‘우주 장사꾼’들이 낙관적 희망으로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음을, 저자는 이처럼 냉정한 시선으로 간파한다.

자, 이쯤에서 현존 지구 최대의 ‘영웅’ 일론 머스크가 거명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이 책은, 머스크의 비범함을 상찬한다. 머스크는 인류의 화성 이주 문제의 프레임을 ‘과학의 문제’에서 ‘경제의 문제’로 본격 전환시킨 최초의 인류다. 스타십을 재사용해 저비용으로 화성으로 떠나는 머스크의 계획은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머스크의 행성 식민지화 최대 프로젝트인 테라포밍이 가능할지에 대해 책은 강하게 고개를 젓는다.

원자폭탄으로 화성 극지 얼음을 녹여 대기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려면 수천 개의 고출력 핵탄두를 며칠 만에 폭발시켜야 한다. 이는 현존 전 세계 핵탄두 비축량보다 더 많은 핵무기가 필요하다. 핵탄두의 화성 이송도 문제지만 그만큼의 핵을 진짜로 터뜨렸다간 막대한 양의 먼지가 화성의 태양빛을 가려 화성을 더욱 냉각(핵겨울)시킬 것이 뻔하다고 본다.

저자의 주장은 간명하다. “우주에 대해 지나친 낭만을 경계하라.” 호모 사피엔스가 ‘다행성 인종’이 되려는 꿈은 언젠가는 현실이 되겠지만 이 꿈은 현실의 질서, 물리의 법칙 위에서만 가능하다. 수십억 년에 걸쳐 누적된 지구 생물권을 화성으로 옮기는 일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며, 그 한계를 정확하게 바라봐야 허위의 커튼과 진실의 장막을 가려내리라고 책은 일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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