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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성전환' 선수가 女메달 뺏는다? 포용성과 평등 갈림길[파리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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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주먹' 이후 남→여 성전환, 간성 선수들 여성 대회 출전 논란 계속

IOC와 종목별 협회 간 이견이 논란 부채질

프로토스테론 테스트 불완전성도 도마 위에

현지 반응도 제각각…포용성과 공존 사이 균형 찾기 난점

"여성 스포츠 경계 없어질 것" vs "성별 테스트 나치 독일 같아"

노컷뉴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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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가 내세우는 파리 올림픽의 최대 자랑거리는 친환경 올림픽과 성 평등이다. 개막 전부터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선수단 성비 균형을 맞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역대급 'PC(정치적 올바름) 올림픽'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논란도 뒤따르고 있다. 특히 여자 복싱 이마네 켈리프 선수의 이른바 '돌주먹' 사태가 벌어지면서 성별 논란은 현지에서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커지는 반발, 완고한 IOC…기준은 오락가락

발단은 지난 1일(현지시간) 치러진 알제리 이마네 칼리프와 이탈리아 안젤라 카리니의 여자 66㎏급 16강전이었다. 칼리프의 강펀치에 카리니는 46초 만에 기권을 선언했다.

경기 직후 비판이 쏟아졌다. 당장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파리를 방문해 카리니를 만나 "언젠가는 공정한 경기에서 당신의 노력과 땀이 보상받을 것"이라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비판했다. '해리 포터' 작가 조앤 롤링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물론, 배리 맥기건, 제이크 폴 등 유명 복싱 선수들도 공개적으로 IOC 비판에 가세했다.

노컷뉴스

2024파리올림픽 개막일인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개선문 인근이 시민들과 개막식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4.7.26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JIN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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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와 종목 별 협회들의 기준이 오락가락하면서 비난에 더욱 불이 붙었다. 여성 종목 출전 기준에 대해 어떤 종목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기준으로 삼지만, 또다른 종목은 사춘기를 남성으로 보낸 경우 출전을 제한하기도 한다.

칼리프의 경우에는 사안이 좀더 복잡하다. 그는 여성으로 태어났지만(지정성별이 여성), 이후 검사를 통해 간성임이 드러났다.

지난 도쿄 올림픽을 비롯해 다수 복싱 경기에 여자부로 출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복싱 세계선수권에는 'XY' 염색체를 가진 선수의 참가를 금지한 국제복싱협회(IBA)의 결정에 따라 출전이 불발됐다. 칼리니 뿐만 아니라 대만의 린 위팅도 이 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 우마르 클레믈레프 IBA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칼리프와 린위팅은 XY 염색체를 갖고 있다"며 "금지 조치는 세계선수권대회의 '공정성과 성실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IBA가 지난해 IOC의 징계를 받으면서 파리 올림픽 복싱 종목에 대해 IOC 산하 임시기구인 파리 복싱 유닛(PBU)에 결정 권한이 넘어갔고, 두 선수 모두 출전권을 획득하게 됐다.

프로테스테론 테스트의 불완전성도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또 호르몬 주사 요법을 받더라도 지정 성별이 남성인 성전환 선수들이 신체적 이점을 완전하게 잃어버리게 되는지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IOC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운동할 권리가 있다"며 "파리 올림픽 복싱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는 대회 출전 자격과 참가 규정, 의료 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이번 대회는 이전과 동일하게 '여권'을 기준으로 성별과 나이를 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도쿄 올림픽, IBA가 승인한 세계선수권대회와 각종 국제대회 여자부 경기에 정상적으로 출전한 선수들"이라며 "두 선수는 2023 세계선수권대회 말미 정당한 절차 없이 실격 처분을 받았다. IBA의 갑작스럽고 자의적인 결정의 피해자였다"고 세간의 비판에 대해 반박했다.

엇갈린 현지 반응 "평등·공정 희생돼" vs "누구나 경쟁할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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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파리올림픽 개막을 이틀 앞둔 24일(현지시간) 파리 센강에서 개막식 사전 연습을 하고 있다. /2024.7.24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류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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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파리 시내 펍들(pub)에서도 해당 경기를 틀어놓거나 언론에서도 중점적으로 성전환 선수들의 출전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논쟁은 포용성과 공정의 가치 중 어느 가치를 더 우선해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피지컬 게임인 스포츠에 성 정체성이라는 멘탈적인 요소를 얼마만큼 반영해야 하는지도 사람들의 의견이 나뉘는 지점이다.

성전환 등 성소수자 선수들을 위한 포용성도 중요하고, 여성 선수들이 공정한 조건에서 경기를 펼치는 것도 포기할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미국인 데이비드는 "누구나 평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지만 그 경쟁은 공정해야 한다"며 "무엇이 가장 올바른 답일지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칼리프와 카리니의 경기를 보는 순간 '더 보고 있기 괴롭다'는 게 내 본능적인 반응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가치를 표방하는 민주당원(Democrat)이라고 강조하면서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하다가 오히려 여성 스포츠에 여성들끼리만 경쟁하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도 덧붙였다.

여성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나온다. 시몬은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강조하면서 "포용성을 보장하기 위해 평등, 공정을 얼마만큼 희생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의 친구 멜라니도 "여성 스포츠의 경계가 지금보다 더욱 흐릿해져서 이대로 가다간 아예 그 경계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멜라니는 테니스처럼 트렌스젠더 선수가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는 종목을 언급하면서 "테니스에도 트렌스젠더 선수가 조건에 따라 출전할 수는 있는데 왜 하지 않는 것이냐"며 "그랜드슬램 등 일부 대회를 제외하면 아직까지 남녀 대회 상금 격차가 있으니 여성 대회에 나올 필요가 없어서 그런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표했다.

반면 원칙론을 고수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브리짓은 "성별 테스트라는 개념 자체가 나치 독일을 떠오르게 해 끔찍했다"며 "누구나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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