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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북중러 핵 도전, 10년 전 계획에 반영 못한 움직임” 미국 고위 관리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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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 차관보, 싱크탱크 대담 참석
“한반도 분쟁, 역내 핵 확전 위험” 경고
“적들 핵무기 늘면 미국도 증강 불가피”
한국일보

비핀 나랑 미국 국방부 우주정책차관보 대행이 1일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워싱턴에서 주최한 대담에 참석해 ‘핵 위협과 동맹들의 역할’에 대한 미 정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CSIS 홈페이지 동영상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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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핀 나랑 미국 국방부 우주정책차관보 대행이 10년 전 자국 정부가 핵 군비 계획을 세울 때는 지금 같은 북한, 중국, 러시아의 핵 도전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나랑 차관보 대행은 1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워싱턴에서 주최한 대담에 참석해 이날 주제인 ‘핵 위협과 동맹들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지금 미국은 “중국, 러시아, 북한 등 다수 수정주의적 핵 도전국을 억제해야 하는 새로운 핵 시대를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군축이나 위험 감소 노력에 관심이 없고 각자 핵무기를 빠르게 현대화·확대하고 있는 데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핵무기를 쓰겠다고 공공연히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여건이 미국에 더 경쟁적인 접근을 강요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갈수록 핵 공격 억제에 필요한 최신 수단을 동원하거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인도·태평양 동맹에 한층 강화된 확장억제(핵우산)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군비 경쟁이 긴장을 키우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나랑 차관보 대행은 “북한의 지속적인 핵 및 탄도미사일 역량 개량과 다변화가 미국과 역내 동맹들을 ‘억제의 딜레마’에 빠뜨린다”고 평가했다. 억제를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결과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그는 “한반도에서의 분쟁은 역내 핵무장 국가들의 개입 때문에 확전될 위험이 다분하다”며 “북한과 러시아 간 전략적 협력은 핵으로 무장한 적대국들의 공조나 공모로 진전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핵무기 현대화 계획을 10년 전쯤 수립할 당시에는 적대국의 이런 동향을 반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에 따르면 미국이 당장 핵무기 비축량을 늘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망이 어둡다. 그는 “중국, 러시아, 북한의 핵 궤도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현재 배치된 우리 (핵) 전력의 규모나 태세를 조정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 올 것”이라며 “적들이 현재의 길을 계속 걸을 경우 배치된 역량의 숫자를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핵무기 증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핵 경쟁 채비는 군축 협상 재개 유도 수단이기도 하다는 게 나랑 차관보 대행의 주장이다. “미국의 핵 역량 현대화 및 미래 태세 조정 준비가 적들이 전략적 군축 대화에 참여하도록 유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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