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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전공의 공백 2~3년 갈 수도…근본 대안은 공공의료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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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하며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떠난 전공의들의 빈 자리는 급한 대로 간호사들과 전문의들이 메우고 있다. 의료계 총파업이라는 큰 산은 넘었지만, 전공의 부재로 인한 비상 진료 체제가 5개월 넘게 지속되면서 간호사들과 전문의들의 업무 과부하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그런데 전공의들이 돌아온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은 일어나선 안 될 일임이 분명하지만, 이미 벌어진 의료 공백 사태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사실 하나를 깨닫게 했다. 한국의 의료체계가 전공의들의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기대 굴러왔었다는 점이다. 지금 당장의 의료 공백 상황을 수습하겠다고 기존의 의료체계로 회귀하는 것은 이제 '해결책'이라 말할 수 없게 됐다. 새로운 의료체계에 대한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의정 갈등 이후의 의료체계는 어떻게 재편돼야 하는가. 이에 대한 고민을 풀어가기 위해 보건의료 전문가들을 만났다. 서울대학교 의대 교수 출신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만난 전문가는 대학병원 간호사 출신인 최희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정 갈등 국면에서 전공의 복귀와 의정 간 대화를 촉구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최 위원장은 앞으로도 2~3년 간은 전공의 공백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하며, 정부 시범사업에 근거를 두고 의사 업무를 하고 있는 진료지원(PA; 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합법화하고, 제대로 된 자격·교육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료지원 간호사는 이번 의정 갈등 이전 관련 법제가 미비한 상황에서 의사 업무를 해왔다. 최 위원장은 불법 영역에서 일해온 진료지원 간호사의 수가 1만3000명 ~ 2만 명에 육박한다는 사실 자체가 의사 부족 현상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의 전환에도 찬성했다. 다만 개원의들이 대형병원에의 필수의료 의사보다 많은 돈을 버는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전문의 충원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며, 의료 공공성 강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방안으로는 필수의료 수가 인상, 혼합진료 금지, 개원허가제와 함께 필수의료 담당 공공병원 확충 등을 이야기했다.

최 위원장은 그러나 정부의 필수의료정책패키지에 공공의료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앞으로도 의료개혁에 노조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의사 간 강대강 대치에서 비롯된 피해가 병원 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다음은 지난 31일 서울 영등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에서 진행된 최 위원장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프레시안

▲ 최희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 ⓒ프레시안(최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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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이번 의정갈등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나?

최희선 : 의대 증원은 전국민적 사안이고 국가적 사안인데 의료계와 정부 사이 강대강 대치가 너무 길어지고 있다. 정부와 의사들의 협상 부재로 환자들과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의대 증원 문제를 놓고 의사와 정부만 협의하는 것도 문제다. 윤석열 정부가 정말 의대 증원을 하려 했다면, 의사단체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나 전문가단체들과 함께 더 일찍 사회적 공론화 작업을 해야 했다. 좀 더 시간을 갖고 논의를 진행했으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프레시안 : 의대증원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최희선 : 의대 증원은 반드시 해야 된다. 의사가 부족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건 의사들뿐이다. 환자들 입장에서 보면, 지역에서 진료 볼 의사가 없어 서울로 KTX 타고 올라온다. 올라와서 30분, 1시간 대기하고 의사는 1분에서 3분 만나고 돌아간다. 아침부터 의사를 보겠다고 진료 전날 호텔에서 자는 환자들도 있다.

물론 증원만으로 다 되는 건 아니다. 의사 인력을 어떻게 배치할지도 중요하다. 그런데 의사들 요구를 들어서 증원 안 하고, 정부가 의사들을 필요한 곳에 배치하겠다고 하면 의사들이 가겠나. 안 갈 거다.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400명 의대 증원을 발표해 의사들이 파업했을 때 '의사는 공공재가 아니다'라는 피켓이 있었다. 의료 공공성은 무시하고 개인의 자유만 강조하는 태도다. 그런 걸 보면 답은 분명하다.

프레시안 : 보건의료노조는 의정갈등 국면에서 어떤 일을 해왔나?

최희선 : 의정 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져왔다.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을 띄우니, 전공의들이 집단적으로 사직하고, 정부는 안 돌아오면 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하겠다고 압박했다. 저희는 사회적인 공론화를 강조해 왔다. 의사들은 병원으로 돌아오고 정부는 대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기자회견, 서명운동 등을 통해 촉구했다. 여전히 사회적 공론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꾸렸는데 거기에도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우리는 빼고 보건의료노동자가 없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를 노동단체 대표로 넣었다. 그래도 의료개혁특위가 운영되고 있으니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여러 방식으로 우리 요구를 전달하고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프레시안 : 전공의 복귀율이 저조하다. 9월 전공의 모집도 제대로 안 됐다. 언제쯤 전공의 공백 사태가 해결될까?

최희선 : 끝날 것 같지 않다. 정부가 처음에는 지난 6월까지 복귀하면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는데 안 돌아왔다. 오늘(지난 31일)이 9월 전공의 모집 마감일인데도 안 돌아온다. 지금까지 '빅5 병원'에서 복귀한 전공의가 1명도 없다고도 한다.

전공의들이 9월에 복귀해야 정부가 발표한 한시적 특례 조치에 따라 다음 연차 수련을 차질 없이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9월이나 내후년 3월에야 수련을 재개할 수 있다. 그러면 2~3년의 전공의 공백이 예상된다.

프레시안 : 생각보다 긴 공백이다.

최희선 : 9월 이후에 당장 전공의를 충원하려면, 정부가 내년 3월 복귀 전공의에게도 면허 획득이 늦어지지 않도록 특례를 줘야 한다.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다는 비판을 감수하고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끝내 안 돌아온 전공의들은 개원가나 페이닥터에 자리 잡게 될 거다.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응시율도 11퍼센트밖에 안 된다. 이대로면 내년에 전문의 수련받을 인턴도 안 나온다.

"전공의 공백 메우는 진료지원 간호사 제대로 제도화해야"

프레시안 : 앞으로도 상당 기간 병원에 남은 노동자들이 전공의 공백을 메꿔야 한다는 전망이다. 지금 전공의 공백은 누가 어떻게 메우고 있나?

최희선 : 이번 사태 이전에도 간호 면허를 갖고 의사 업무를 하던 간호사들이 있었다. 진료지원(PA, 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다. 그동안 이 분들의 존재가 잘 알려지지도 않았다. 보건의료노조도 이건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못하게 하거나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전공의들이 사직하면서 진료지원 간호사들의 역할이 확 커졌다.

정부가 진료지원 간호사를 1만3000명 정도로 추산한다. 그런데 자기가 의사 업무를 하고 있다는 걸 모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간호사도 많다. 그런 간호사까지 합하면 더 많을 거다. 우리는 진료지원 간호사가 2만 명 정도라고 추산한다.

프레시안 : 진료지원 간호사들이 하는 의사 업무는 어떤 것들인가?

최희선 : 수술동의서, 검사동의서를 받고, 처방을 내고, 드레싱(상처를 소독하고 깨끗한 거즈나 붕대로 싸매는 것)을 하는 것도 의사 업무다. 종합병원들이 전문의 몇 명 데리고 전공의 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했고, 그래도 사람이 모자라니 의사들이 해야 할 일을 간호사들에게 넘겨왔던 거다. 우리는 진료지원 간호사가 아니라 수술지원(SA, Surgeon Assistant) 간호사라고 하는데 수술실에서 수술하는 간호사도 많아졌다.

이런 사람들이 1만3000명 내지 2만 명이라는 건 그만큼 의사가 부족하다는 거다. 2000명 증원안은 정부가 5년 동안 1만 명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해도 부족한 의사 수를 메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프레시안 : 전공의 공백을 메우겠다며 정부가 '진료지원 간호사 시범사업'을 진행해 진료지원 간호사가 급하게 늘었다고 들었다. 이 과정에서 생긴 문제는 없나?

최희선 : 진료지원 간호사들이 어떤 자격을 갖고 일하는 것이 아니다. 정형외과에서 일하다 병원에서 '전공의가 부족하다. 진료지원 간호사가 필요하다'고 하면 바로 그 자리에 가서 일한다. 교육과정이나 자격 없이 간호사들이 의사 업무를 하고 있다. 불합리하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프레시안 : 어떻게 해야 할까?

최희선 : 자격과 책임, 권한을 명확하게 하고 교육과정도 마련해야 한다. 진료지원 간호사 제도화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간호법에 진료지원 간호사를 제도화하는 내용이 있다. 그런 법들로 진료지원 간호사를 불법의 테두리에서 합법의 테두리로 끌고 와야 한다. 의사들은 반대하는데, 그러면 의사를 더 뽑아야 맞지 않나. 의대 증원도 반대하고 진료지원 간호사 제도화도 반대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고 무책임한 태도다.

지금은 정부가 시행령 개정에 따라 시범사업 형태로 진료지원 간호사를 하고 있으니 업무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그런데 의료사고에 대한 보호 장치가 없다. 의사에게 수술받는 줄 알았는데 간호사한테 수술 받은 환자가 의료사고를 당했다고 소송을 걸면 굉장히 큰 문제가 되지 않겠나.

게다가 정부가 시범사업할 때 89개 진료지원 업무를 간호사에게 열어주면서 구체적인 업무 범위는 병원별로 정하라고 했다. 정부가 일 시켜놓고 그에 따른 책임은 병원장이 지게 했다. 쉽지 않은 문제지만, 시행령 등으로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의사 업무 범위를 정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제대로 정리해야 한다. 지금 이미 2만 명이 넘는 진료지원 간호사들이 있다. 이 사람들 업무를 중단시키면 병원이 돌아가지 않는다.

프레시안 : 진료지원 간호사 처우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최희선 : 의사도 아니고 간호사도 아닌 중간 직역이라고 보이는데, 미국에 이와 비슷한 일을 하는 간호사를 위한 전문간호사 제도가 있다. 자격 조건도 더 까다롭고 처우도 낫다. 이런 제도를 참고해 고민을 좀 해야 할 것 같다. 다만 지금은 진료지원 간호사가 따로 교육과정이나 자격시험이 없다 보니 처우 문제에 대해서는 간호사들 내부에서도 의견 차이가 좀 있다.

또 원래 진료지원 간호사들은 교대 근무를 잘 안 했다. 지금은 전공의가 없기 때문에 교대 근무를 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수당이나 처우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전문의 중심병원도 지역·필수의료 강화도 의료 공공성 강화 없이 불가능"

프레시안 : 당장은 진료지원 간호사들이 전공의 공백을 메꾸고 있는데, 다른 편에서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공의들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던 의료체계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최희선 :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공의들이 일하는 것 보면 정말 살인적이다. 한 주에 80시간씩 일하고, 한번에 36시간씩 연속 근무를 한다. 아침에 출근해 낮 동안 진료보조하고, 드레싱하고, 수술 들어가고, 밤에는 당직실에서 자지만 환자 상태가 안 좋아져 콜을 받으면 또 내려가 일해야 한다. 자는 게 자는 게 아니다.

전공의들이 화나는 것도 이해할 수는 있다. 대학병원이 사실 전공의를 갈아 넣어서 움직였다. '빅5 병원' 전공의 비율이 3~40%였다. 어찌 보면, 국민들한테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큰 병원 오면 다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내 병을 봐줄 거라고 생각하는데, 수련 중인 전공의들이 치료의 일부를 맡았던 것 아닌가.

프레시안 :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희선 : 지금 같아서는 전문의를 뽑기도 어렵다. 의대 졸업하고 전공의 마쳐도 대학병원에 가거나 공공병원에 가는 사람은 적고, 죄다 개원가로 빠져나가는 일을 줄여야 한다.

의사들이 왜 개원가로 빠져나갈까. 결국 돈을 많이 벌기 때문이다. 대학병원 교수 평균 연봉이 1억5000만~2억 원, 지방병원 의사 평균이 4억~6억 원인데, 개원의들은 그보다 더 번다. 그러니 지금 대학병원에 있는 전문의들도 개원가로 빠져나가는 거다.

필수의료에 더 많은 수가를 주고, 혼합진료 금지 등 손쉽게 돈 버는 현실을 규제해야 한다. 무분별한 개원을 통제하기 위한 개원허가제도 필요하다. 이런 정책이 도입되지 않으면 의대 증원이 늘어도 진짜 필수적으로 의료를 제공해야 하는 곳에는 의사들이 부족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정부가 지역, 필수의료 영역의 의사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겠다며 내놓은 것이 필수의료정책패키지다. 어떻게 평가하나?

최희선 :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부족하다고 느낀다. 지역에 있는 의사들이 다 서울로 쏠리면서 지역의료가 무너졌다. 지역의료를 강화하려면 의사가 가야 하는데 그러기 어렵다. 시골 어느 군으로 가면, 분만 건수가 한 달에 몇 건 안 될 거다. 그러면 산부인과를 개원할 수가 없다. 개원해도 의사에 간호사에 직원까지 고용하려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 정부가 그걸 보전하지 않으면 의사가 못 버티고 나간다. 이를 해결하려면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 지역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진료과 운영은 정부가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

공공의대나 지역의사제도 필요하다. 공공의대를 졸업하면 공공기관이나 지역에 10년 이상 의무 복무하게 해야 한다. 물론 지금 정부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이야기하지만, 벌금만 내면 다른 데로 갈 수 있게 해놨다. 개원하면 많은 돈을 버는데 지역에 계속 있겠나. 보완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또 어떤 일이 필요할까?

최희선 : 공공병원 자체를 늘릴 필요도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교류하는 국가들 보면, 영국은 100% 공공의료고, 동남아시아나 카자흐스탄, 몽골도 다 의료는 공공이 책임진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해보면, 이번 전공의 집단행동 같은 문제를 이해를 못한다. 한국은 10%가 공공의료고, 90%가 민간의료다. 공공의료 비율을 더 높이지 않으면, 지금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가 '빅5 병원'을 중환자만 보는 4차 종합병원으로 만들고, 거기에 수십조 원을 들인다고 하는데, 그럴 거면 중환자를 보는 공공병원을 짓는 데 써야 한다. 4차 종합병원을 자칫 잘못 만들면, 관리는 안 되는데 돈만 쓰게 된다.

코로나 초기를 떠올려보면 된다. 서울에 있는 모 대학병원 직원 중 1명이 코로나에 걸리니 병원이 문을 닫으면서 손실을 봤다. 그걸 보고 코로나 환자를 아예 입구부터 차단하는 민간병원들이 나왔다. 공공병원은 코로나 환자들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받았다.

정말 위기상황일 때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려면 공공병원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필수의료정책패키지에는 공공의료 강화 방안이 없다.

프레시안 : 대형병원에서 일하던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며 대형병원 쏠림 현상도 같이 주목받았다. 이로 인해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를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희선 : 의료체계가 민간주도형으로 운영되다 보니 의료전달체계가 깨졌다고 생각한다. 환자들은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싶어 하는데 이에 대한 규제는 없다. '빅5'에 속하는 서울 한 대형병원의 하루 외래환자가 1만 6000명이라고 한다. 수도권에 있는 상급 종합병원이 지역에서 올라온 외래환자 진료로 돈을 벌게 하면 안 된다.

지역의 환자를 지역의 병원이 책임질 수 있게 네트워크를 잘 만들어야 한다. 지역에서 진료가 가능한 환자는 지역에서 보게 하고, 서울에 와야 하는 환자여도 경과를 지역에서 볼 수 있다면 지역에서 진료받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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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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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노동자 고통, 갈수록 심해지는데

프레시안 : 그밖에 전공의가 떠나며 드러난 병원의 문제에는 어떤 것이 있나?

최희선 : 무엇보다 환자들이 고통받고 있고, 병원 노동자들의 고통도 심해지고 있다. 병원들이 다 비상경영체계에 들어갔다. 무급휴가가 길어지면서 간호사들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삭감당하고 있다. 청소노동자들도 근무시간이 줄며 임금이 삭감당했다. 어떤 병원은 구조조정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일이 2~3년 이어지면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 것 같다.

전공의들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도 든다. 돌아오려는 마음을 갖고 있는 전공의들도 있다. 특히 4년차 전공의들은 조금만 더 수련받으면 전문의 자격증을 딸 수 있다. 그런데도 못 돌아오는 데는 도제식 교육이나 선후배 간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문화 같은 것들이 작용했다고 본다. 우리도 아는 전공의들이 있다. 만나서 복귀 문제를 물어보면, 지금 복귀하려면 정말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제는 정말 적응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저는 전공의들이 내년 3월이나 9월에라도 집단적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느끼는 때가 올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전공의들이 집단적 관계에 묶여 있어 쉽지는 않겠지만….

프레시안 : 앞으로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의정갈등 사태와 관련해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을 갖고 있나?

최희선 : 올해도 집회,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의대 증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을 계기로 올바른 의료개혁이 돼야 한다. 증원된 의사들이 개원가로 빠지지 않도록 지역, 필수, 공공의료가 제대로 자리잡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정부가 내세우는 정책도 100% 같지는 않지만, 저희가 이야기한 내용이 일부 반영돼 있다. 정부가 진행 중인 의료개혁특위 논의에서 부족한 부분도 계속 바꾸기 위해 노력할 거다.

정말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고 올바른 의료개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활동을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정부와 의사 간 갈등 때문에 다른 노동자들이 희생되면 안 된다는 입장도 분명하다. 오는 13일 쟁의조정신청, 14일 결의대회 등을 통해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계속 촉구하려 한다.

프레시안 : 앞으로도 의료개혁과 관련한 보건의료노조의 활동을 기대하겠다. 긴 시간 감사하다.(끝)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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