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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AI 소외' 인텔 곤두박질 보라…'돌아온 반도체'에도 비장한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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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특수 못누리고 시황 반사효과로 호실적…전영현 부회장 "근원 경쟁력 회복 절박"

AI 뒤처진 인텔, 2분기 연속 적자…배당 중단·직원 15% 감축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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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2024.7.5/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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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시황 회복으로 국내 업계의 호실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삼성전자(005930) 경영진이 여전히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있다. AI 특수를 누리고 있지 못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장(부회장)은 지난 1일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지금 DS 부문은 근원적 경쟁력 회복이라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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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4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을 마치고 행사장을 나오고 있다. 2024. 5. 31./뉴스1 ⓒ News1 한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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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호실적 '반사이익' 때문…파운드리도 적자

삼성전자 DS 부문은 2분기 매출 28조 5600억 원, 영업이익 6조 4500억 원을 기록했다. 2022년 2분기(9조 9800억 원) 이후 8개 분기 만에 가장 많은 수익을 냈으며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 TSMC의 2분기 매출(약 28조 5000억 원)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삼성전자가 정상궤도에 오르면서 증권업계에서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전 부회장은 "실적 개선은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보다 시황이 좋아진 데 따른 것"이라고 냉정한 진단을 내놨다.

삼성전자가 AI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2분기 호실적이 AI 메모리 반도체 호황의 반사이익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메모리 업계가 수익성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에 생산능력을 할당하면서 범용 제품의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HBM은 일반 D램 대비 웨이퍼 투입량이 일반 D램보다 60% 많다. HBM 생산량을 늘리면 그만큼 일반 D램 생산 물량은 적어져 수급이 빡빡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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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36GB 용량의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3E' 12H를 개발했다. 올해 상반기 중 양산에 돌입한다. (삼성전자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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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또한 HBM 판매량이 늘고 있지만 5세대(HBM3E) 제품이 아직 '큰손' 엔비디아의 성능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경쟁업체에 비해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000660)가 HBM 생산능력을 늘리면서 전체 D램 물량이 줄어들었다"며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은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 부회장이 "시황에 의존하면 또다시 작년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근원적 경쟁력 확보를 강조한 이유다.

삼성전자 DS 부문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8조 3600억 원이다. 생산능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SK하이닉스(8조 3545억 원)와 비슷한 수치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가장 많은 HBM 물량을 납품해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AI 반도체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삼성 파운드리는 2분기에도 적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대신증권은 삼성 파운드리와 시스템LSI가 2분기 2670억 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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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가 4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링 포럼에서 강연에 나서고 있다. 2024.06.04.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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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2분기 실적 쇼크…"AI 혜택 못 받았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인텔은 2분기 16억 1000만 달러(약 2조 2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분기째 적자다. 매출은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128억 3000만 달러(약 17조 7000억 원)다.

핵심 제품인 PC용 프로세서 매출은 성장했지만 다른 사업 부문에서 실망스러운 실적을 냈다. 인텔이 업계 2위를 목표로 재진입한 파운드리 또한 적자 폭이 커졌다. 인텔은 실적 악화에 따라 30년 이상 지속해 온 배당을 중단하고, 직원의 15% 이상을 감원하기로 했다.

외신은 인텔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을 AI 시장에서 소외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이 AI에서 더 나은 입지를 차지했다면 다른 사업 부문의 손실을 메꿀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인텔은 AI 가속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월 엔비디아 AI 가속기보다 가격이 저렴한 '가우디3'을 출시했지만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도 "우리는 아직 AI와 같은 강력한 트렌드의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기술 경쟁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기업 간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AI 반도체 시장의 둔화 우려에도 여전히 성장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클라우드 및 데이터센터 AI를 위한 반도체의 초고속 성장은 결국 둔화할 것"이라면서도 "시장 규모가 2029년 1510억 달러(약 205조 6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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