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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한·미 감시정찰 의식했나…북한서 조기경보기 개조 정황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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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고려항공사가 운용하던 옛소련산 Il-76 수송기를 공중조기경보기로 개조하는 정황이 위성에 포착됐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1일(현지시간) 평양 순안공항 내 정비구역을 찍은 상업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세계일보

지난 7월 15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의 정비구역에 IL-76 수송기가 서 있다. 개조 중인 수송기 상부에 설치된 레이더 지지대가 보인다. 38노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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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촬영된 사진에는 순안공항에 있던 IL-76 수송기 3대 중 1대가 개조되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해당 기체는 지난해 10월 공항 정비구역으로 이동했고, 주변에 장벽이 설치됐다.

이후 개조작업이 이뤄졌는데, 주날개 바로 뒤 동체 윗부분에 개조가 진행되고 있다. 회전식 레이더를 설치하는데 필요한 받침대를 만드는 작업으로 추정된다.

옛소련은 1970년대 IL-76을 개조해서 A-50 공중조기경보기를 만들었다. 러시아 시절인 2003년엔 A-50U로 업그레이드됐다.

평양에서 개조 작업이 진행중인 IL-76은 레이더 받침대가 A-50U와 같은 위치에 설치된 모습이다. A-50U와 비슷한 형태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만들려는 의도로 보인다.

개조가 완료되면 북한은 처음으로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보유하게 된다. 러시아의 협조를 받아 개조를 진행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북한이 러시아로 무기를 수출하기 시작한 직후에 작업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참여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은 한미 감시정찰 전력에 맞서면서 공군력의 효율화를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군은 E-737 공중조기경보통제기 4대를 운용중이며, 추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군은 일본과 한반도에서 거의 매일 정찰기를 띄우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북한도 내륙 지역에서 지상 레이더의 사각지대까지 감시할 수 있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의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

공중에서 전투기를 지휘·통제하는 조기경보기를 확보해 공군의 전투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투기 도입이 어려운 북한으로선 먼 거리를 정찰하면서 한·미 공군을 감시할 능력을 지닌 공중조기경보기를 확보, 기존 전투기의 공중전을 지원하게 할 수 있다. 이는 북한 공군의 전투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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