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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9 (월)

국민 과반 "정치성향 너무 다르면 연애·결혼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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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연 '2023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 보고서

사회통합도, 코로나19 유행시기인 2021년 '반짝' 올랐다가 2년째↓

응답자 33% "친구·지인이라도, 정치성향 다르면 술자리 같이 안 해"

국민 3명 중 2명 "우리사회 불공정"…사법·행정시스템 대한 불신 커

노컷뉴스

스마트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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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바라본 우리 사회의 통합 정도가 최근 2년 새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었던 시기 방역을 위해 사회 구성원들이 똘똘 뭉치며 잠시 반짝했던 응집력이 도로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10명 중 9명 이상은 특히 이념지향 차이로 인한 갈등이 제일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스스로의 정치성향과 다른 상대와는 연애하거나 결혼할 의향이 없다는 사람이 과반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내놓은 '사회통합 실태진단 및 대응방안(X)-공정성과 갈등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사회통합도에 대해 평균 4.2점을 매겼다('사회 통합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가 0점, '통합이 매우 잘 이뤄지고 있다'가 1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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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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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보사연은 지난해 6~8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만 19세 이상~75세 이하 남녀 3950명을 대상으로 '사회갈등과 사회통합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보사연은 2014년 이후 매년 이 조사를 이어오고 있다.

사회 통합도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8~2019년에는 4.17점을 기록했고, 2021년 4.59점으로 올랐다가 2022년엔 4.31점, 2023년 이보다 0.1점 이상 더 떨어져 연이어 하락했다.

보고서는 "제3차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가 출현한 전국 확산기에 사회통합도가 가장 높았지만 이후 다시 낮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감염병이라는 공공의 적과 싸우는 과정에서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면서 사회가 집단행동이 가능한 응집력 있는 사회로 변모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개개인의 행복도는 코로나19 방역체계가 '엔데믹'에 접어든 뒤 계속 오르는 추세다. 우울감은 반대로 하락 중이다.

지난 2022년 기준 6.63점이었던 행복도는 작년 기준 6.76점으로 증가했고, 삶의 만족도 또한 6.29점에서 6.46점으로 올랐다. 우울감은 2021년 2.93점으로 피크를 찍었다가 2022년 2.85점, 2023년 2.57점으로 내려갔다.

이밖에 사회 갈등도는 2018년 2.88점에서 2019년 2.93점으로 소폭 상승했는데, 이 같은 변화가 사회통합도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설문 응답자들은 여러 유형의 사회갈등 중 '진보와 보수 간 갈등'이 가장 극심하다고 봤다. 2018년(87.01%)에 이어 압도적 1위인데, 이번엔 5%p 이상 증가한 92.33%를 기록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은 82.21%, 노사갈등 79.1%, 빈부갈등 77.95%,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 71.80% 등으로 조사됐다.

가장 첨예한 갈등로 꼽힌 이념적 갈등은 사적인 교제의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큰 변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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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정치성향이 딴판인 사람과 연애나 결혼을 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은 58.20%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러한 응답은 인구집단별로 남성(53.90%)보다는 여성(60.85%), 청년(51.81%)보다는 중장년(56.62%)과 노년(68.64%)에서 더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였다.

비단 애정관계뿐 아니라, 정치적 성향이 다른 친구나 지인과는 술자리도 같이 하지 않겠다는 답변도 33.02%에 달했다. 71.41%는 나와 이념적 지향이 다른 이와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함께할 수 없다고 봤다.

보고서에서는 앞으로 사회갈등이 더 심화될 거라 본 응답자들의 시각과 관련, "사회갈등 조정을 위한 공론장(public sphere)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정치성향이 다른 이와의 교제 회피 등) 이처럼 서로 간의 대화와 소통이 계속 단절되면 갈등이 해결되기는커녕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구성원 간의 갈등과 대립, 긴장과 반목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나와 생각 및 입장이 다른 사람과 조우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한국형 공론장을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하게 조성하고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민 3명 중 2명은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반적으로 평가할 때 우리 사회는 공정한 편'이라는 명제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34.9%에 불과했다. 65.1%는 동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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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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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에 대해서는 매우, 혹은 비교적 공정하다는 평가가 70% 이상이었지만 사법·행정시스템과 기업성과 평가 및 승진심사 등의 경우 '공정하지 않다'는 평가가 절반을 넘겼다. 구체적으로 대입 공정성 관련 부정적 답변은 27.4%에 그친 데 반면 사법·행정시스템(56.7%)과 기업성과 평가 및 승진심사(57.4%)의 공정성에는 과반이 의문을 제기했다.

시스템적으로 불공정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37.84%가 '기득권의 부정부패'를 지목했다. 또 '지나친 경쟁 시스템'(26.57%), '공정한 평가체계의 미비'(14.99%), '공정에 대한 사람들의 낮은 인식'(13.01%), '계층이동 제한과 불평등 증가'(7.59%) 등이 뒤를 이었다.

여성에 대한 처우와 관련해선 남성의 71.3%가 공정하다고 평가한 데 반해 여성은 59.2%만이 공정하다고 답해 남녀 간 온도 차이가 컸다.

직장이나 일터에서 장애인에 대한 처우가 불공정하다는 인식은 여성·청년에 대한 처우보다 20%p 이상 높은 5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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