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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은…" 다둥이 아빠의 생생 육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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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품은목소리⑳]

다둥이 아빠 이부성

편집자 주
분기별 합계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진 대한민국의 인구위기. 아이들과 함께 우리의 미래까지 사라지는 현실을 마주하며 그 해법을 찾는 데 온 사회가 골몰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인구위기를 극복하려 'Happy Birth K' 캠페인을 펼쳐온 CBS는 [미래를 품은 목소리] 연재 칼럼을 통해,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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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둥이네 이부성씨 가족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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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애국자네"

최근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애국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저출산의 심각성과 대책을 연일 외치지만, 우리 집은 예외다.

나는 바로 자녀 넷, 딸, 아들, 딸, 딸 요즘 말로 금메달이라는 딸부잣집의 가장이다. 우리 가족은 다둥이 가정이 되면서 많은 것을 포기했지만 그만큼 또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다.

쾌적한 아파트에서 생활하기엔 층간소음과 일상어가 되어버린 "뛰지마"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기에 과감하게 아파트에서 시골 주택으로 이사했다. 비록 편리함은 잃었지만, 여유와 자유로움을 얻었다. 소음으로 인해 이웃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 아이들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자신 있게 외치고 노래하며 뛰논다.

물론 자녀 넷을 양육한다는 것은 그 이상의 책무와 일거리가 늘겠지만, 아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없어도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있고 그 속에서 서로의 역할을 정립하며 안전한 곳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지만, 다둥이들에게는 첫째가 거울이다. 누이를 보고 구구단을 외우고, 주판을 튕기고 바이올린을 어깨너머로 배운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자립심과 함께하는 협동심, 타인을 위할 줄 아는 배려심이 자란다.

네 자녀, 다둥이 아빠의 고백

그러나, 우리 가정에도 어려움은 있다. 사람들은 입이 많으니 식비며 의복, 아이들의 니즈가 다양해 그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걱정한다. 옛말에 자기 먹을 밥그릇은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처럼 우리 부부가 맞벌이기도 하지만 알뜰하고 똑똑한 아내 덕분에 아직은 우리 집은 궁핍하진 않다. 오히려, 정부와 지자체에서 나오는 아이들의 각종 지원금으로 어쩔 때는 성과급을 받는 달처럼 여유롭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경제력이 좋아서 많이 낳은 것은 아니지만 연애할 때부터 아내는 다섯 명을 낳고 싶다고 했고, 자연스럽게 우리는 넷을 낳게 되었다. 부모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박사 과정을 밟으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 아이들을 낳을 때마다 우리 가정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그럼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할 터, 바로 초등학생인 큰딸의 초등돌봄공백이다. 시골 작은학교로 진학하면서 도시에서는 1~2학년만 할 수 있다는 돌봄교실을 3학년까지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방학이다. 도시 아이들은 학원 스케쥴을 짜고 일명'테트리스 학원 뺑뺑이'라도 한다지만 작은 시골에는 학원이 없기 부지기수이다. 있던 학원도 학령인구 감소를 반증하듯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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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은 보낼 수도 없는데 야속하게도 방학 때 돌봄은 4시까지만 운영된다. 맞벌이에 9시부터 6시까지 근무하는 우리 부부는 방학 때마다 비상이 걸린다. 다행히도 네 자녀 혜택(?)으로 회사에서 많은 이해와 배려를 받으며, 아내가 육아시간을 사용해 4시 퇴근과 돌봄 선생님의 도움으로 하루하루 겨우 아이를 돌보고 있다. 우리는 육아시간을 적극 권유하는 아내 회사 덕에 그나마 다른 맞벌이 부부에 비해 나은 편이다.

어서 빨리 늘봄학교가 정착되어 6학년 때까지 안전한 학교에서 양질의 공교육과 보살핌을 받길 바란다. 방학이면 고학년 부모들은 아이는 혼자 있을 수 있지만 '밥이 문제'라고 한다. 스마트폰 의존과 중독이 문제라고 걱정하지만, 일하는 부모는 아이의 안위와 소통을 위해 휴대폰을 허용해줄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은 차라리 어린이집을 다닐 때가 더 좋았다고 입을 모은다.

2023년 기준 합계 출산율 0.72명, 출생·사망통계 4분기 출산율은 0.65명으로 사상 처음 0.6명대로 떨어져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다. 전 세계적으로 낮은 출산율에도 아이를 낳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내 아이를 안전하게 돌봐줄 곳도 사람도 없는 불안한 현실, 그 외에도 수많은 이유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것


사람들은 우리 부부를 보고 다들 "용감하다", "대단하다", "존경한다"고 한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사실 정말 많은 용기와 노력이 필요한 일임은 분명하다. 예쁘게 봐주고 응원해주면 고맙지만, 아내가 내게 외출하고 돌아오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우리를 모르는 사람들 말이야. 도와주는 것도 없으면서 눈길만 보태. 꼭 불우이웃을 보는 눈빛 말이야" 우리가 아이를 많이 낳기로 결정하고 그에 따른 의무와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미래를 책임질 우리 아이들을 미개하듯 바라보는 놀라운 시선이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20~2070)에 따르면,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20년 전체 인구의 72.1%에서 2070년 46.1%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항아리형 인구 구조는 경제성장 둔화, 노인부양 부담 증가, 국가 경쟁력 약화 등 무수히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는 개인의 행복은 물론 나라의 미래를 위해 용감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 부부는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은 우리 아이들을 많이 낳은 것'이라고 확신한다. 힘든 하루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해서 현관문을 열었을 때, 두 팔 벌려 아빠를 부르며 달려오는 아이들을 마주할 때면 그 기쁨과 축복은 오직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건강관리도 열심히 하고, 맞돌봄과 맞살림으로 서로 배려하며 금실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계속 성장해 나간다. 모두 우리 아이들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부모가 되면 어른이 된다고 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서 힘든 일을 금세 잊고 웃는 법, 작은 것에도 행복하고 감사하는 법을 배운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세상이 다시금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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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곁에서 신나게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셋째 공주와 '하하 호호'하며 사이 좋게 놀고 있는 첫째 공주와 둘째 왕자님, 내 품에서 장난치는 넷째 공주까지, 행복의 원천이자 삶의 동력인 우리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은 바로 너희의 아빠가 된 것이란다. 아빠와 엄마는 언제나 너희 뒤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거야. 온 우주가 너희를 도와줄 테니 큰 꿈을 펼치고 훨훨 날아오르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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