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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모두가 집을 가져야 해?"…중국 부동산시대 끝났다는 교수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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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젠화 전 인민대 경제연구소장·현 홍콩대 교수 현지 매체에 "가계부채가 가장 중요한 관리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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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젠화 인민대 경제연구소 공동이사(전 경제연구소장)가 홍콩대에서 강연하고 있다./사진=홍콩대경영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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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일시적 회복 조짐을 보이며 기대감을 갖게 했던 중국 경제가 다시 꺾이면서 지표들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내 전문가 중 부동산발 위기를 가장 먼저 예상했던 인물 중 하나인 마오젠화 인민대 경제연구소 공동이사(전 경제연구소장, 중국청신신용평가 설립자)는 "부동산이 중국의 경제 주역이라는 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촉발된 이유에 대해서는 "모든 성인이 자신의 집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 시기가 있었는데, 이는 사실 독특한 신념일 뿐"이라며 "가격은 언젠가 정점에 도달하며, 하락 궤도에 진입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여건이 절대적으로 동일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한국과 일본 등 주변 부동산 대국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홍콩대 교수로 임명된 마오 공동이사는 5일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게재된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나는 중국의 부동산 가격 하락 추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가장 먼저 촉구했다"며 "규제기관에 은행 관련 스트레스 테스트를 더 많이 실시할 것을 촉구했지만 정부는 중국 부동산 산업 총 부채 상환능력에 대해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스 테스트가 제대로 실시되지 않는 모습을 보며 마오 이사는 "에버그란데(헝다) 문제가 곧 다른 부동산 회사로 확산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위기대응책을 구체화한 건 에버그란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1년여가 지난 후였다. 그리고 당시엔 이미 많은 부동산 기업들이 파산에 직면해 있었다.

마오 이사는 중국 정부의 최근 부동산 구제책이 시점과 규모 면에서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보다 강력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이미 부동산이 경제의 주축이 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대형 부동산 기업에 의존하는 시장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거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개별 가계 악화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문제가 표면화한 후에 시작된 중국 정부의 정책은 기대만큼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공급에 제한을 가하고 새로운 건설현장과 프로젝트를 동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 공급이 제한적일 거라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지 못한다면 문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부동산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수년간 중국 부동산 투자와 연간 거래량은 급감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급량은 지난 2015~16년에 비해 많다. 상업용 부동산 총 공급면적은 올 1~5월 기준 2016년에 비해 16%가량 많다. 부동산 개발사들이 취득해놓은 땅이 천문학적으로 넓기 때문이다.

마오 이사는 "부동산기업들이 건설을 통해 경제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대형 부동산회사의 시대, 대규모 건설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마오 이사를 위시로 중국의 부동산 전문가들이 부동산대기업 꼬리자르기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중국 정부의 의지와 무관치 않다. 모든 공공행정과 민간이 정부의 통제 아래 움직이는 중국에선 전문가들의 의견 개진 역시 정부 정책 변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인 경우가 많다.

마오 이사가 가계부채 문제를 근거로 든 것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국의 부동산 버블이 한국이나 일본에서처럼 가계를 연쇄적으로 무너트리는 단계에 접어들기 전에 차단하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의지다. 문제는 시장이 꼭 중국 정부의 의지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요지부동 살아나지 않는 중국의 소비가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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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신화/뉴시스] 시진핑(앞) 중국 국가주석 등 최고 지도부가 18일 중국 베이징의 징시호텔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20기 3중전회)에 입장하고 있다. 이번 3중전회에서 발표된 사안들은 현존 정책에 대한 조정에 불과해 경제 살리기 대안이 제시될 것이라는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4.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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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 이사는 "증가한 중국 가계부채의 거의 대부분은 부동산을 사는 데 사용됐고, 부동산 가격이 대체로 30~40% 하락하면서 중산층 가계의 문제는 커지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돈이 없다고 느낄 것이며, 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저축을 늘리고 결과적으로 소비는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수출 주도 중국 경제의 가장 큰 고민인 수출부진이 심화하는 상황이어서 위기감은 더 크다. 마오 이사는 "누가 뭐래도 중국 경제성장의 세 엔진은 수출, 투자, 소비이며 특히 수출은 중국 경제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국외 여건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수출 의존도를 낮춰 경제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내 수요가 꼭 회복돼야 한다"고 말했다.

2000~22년 중국 가구 평균 소비율은 GDP(국내총생산)의 약 38%인데, 이는 글로벌 평균인 57.6% 비해 상당히 낮다. 미국(67.5%)에 비해서도 그렇다. 국민소득에서 주민에 분배되는 비중이 낮다는 건데, 지금 중국의 소비부진은 어떤 면에서 보면 이미 예견된거나 다름없었다.

마오 이사는 "나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10조위안(약 1905조원) 소비자 쿠폰 형태로 소비를 이어갈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중국 정부는 재정부담을 이유로 이런 의미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핵심은 돈을 얼마나 쓰느냐가 아니라 돈을 어떻게 쓰느냐"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홍콩대 교수로 임명된 그는 "홍콩이 금융 중심지 지위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홍콩은 그간 국제시장에 진출하는 중국 기업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성장해 왔는데 중국 본토와 미국 간 무역과 투자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홍콩은 주요 사업원천을 잃었다"며 "홍콩은 인증이나 시험, 국제중재 등 분야에서 강점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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