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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취업과 일자리

‘묻지마 창업’ 막으려면...일자리 만들고 기술지원 나서야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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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차 영세 소상공인 생존율 34.3%

정부·지자체 무분별한 지원도 한몫

부족한 일자리가 ‘회전문 창업’으로

“사전 진입 경로에서 해결책 찾아야”

헤럴드경제

서울 한 빈 상가에 임대 현수막이 부착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

취업보다 낮은 창업 문턱은 자영업 비중을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매년 80만명에 달하는 개인사업자들이 사업을 정리하고 있지만, 신규 자영업자들의 유입이 지속되며, 자영업 과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집계된 신규 창업 사업자(법인사업자 제외) 수는 745만2000명으로 폐업자 수(496만9000명)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관련 경력이 없는 이들이 준비 없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기대보다 낮은 수익에 따라 경제적 사정이 더 악화된 채로 퇴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23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조사’의 비임금근로자 조사결과에서는 신규 자영업자의 67.1%가 1~6개월 미만의 사업 준비 기간을 거쳤다고 응답했다. 1년 이상 준비 기간을 가진 이는 17%에 불과했다.

‘묻지마 창업’이 지속되다 보니 빠르게 폐업까지 다다르는 경우도 많다. 서울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년차 전국 소상공인 생존률은 64.1%로 집계됐다. 35.9%의 소상공인이 창업 1년 이내에 폐업을 결정했다는 얘기다. 5년 차에 접어들 시 10곳 중 7곳 가량이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에 빚을 지고 사업을 시작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사업 실패에 따른 소득 여력이 줄어드는 데 더해, 상환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창업 당시 자기자본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비율은 48.4%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이들이 은행·비은행권, 혹은 개인간 차용 등 빚을 지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 셈이다.

정부의 무분별한 창업 지원도 이같은 문제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정부와 각 지자체 등은 창업 특례보증 사업 등을 통해 예비 창업자들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모집 요건 상에는 대부분 카페와 음식점 등 저부가가치 산업 대신 기술 창업을 지원하는 방향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같지 않다는 게 관련 업계의 시각이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정모(30) 씨는 올해 초 거주지 인근에 샐러드 가게를 창업했다. 창업 비용으로 총 5000만원 가량이 들었지만, 이 중 자기 자금은 단 1000만원에 불과했다. 2000만원 가량의 청년 창업 지원금을 받았고, 나머지 2000만원은 은행 대출로 충당했다.

그는 “처음 자영업을 시작한 것이었지만, 큰 어려움 없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외식업계 창업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애초에 진짜 기술형 창업이라고 볼 수 있는 비중이 높지 않고 지원금 지급을 하지 않을 수도 없으니, 주는 입장에서도 엄격히 심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무작정 창업에 뛰어들기 대신, 선택할 수 있는 임금근로자 일자리가 부족한 것 또한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통계청 2023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 사업을 시작한 신규 자영업자의 15.3%가 창업동기를 묻는 질문에 ‘임금근로자 취업이 어려워서’라고 답했다.

심지어 한 번 자영업에 발을 들인 순간,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기업 취업에 크게 도움 되지 않는 저부가가치 산업이 주를 이루는 데다, 재취업을 결정했을 때의 나이가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폐업과 재창업을 반복하는 굴레가 형성된다. 자영업 시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회전문 창업’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 서울신보에서 보증을 이용한 기업 중 폐업 후 재창업하거나 재창업을 준비 중인 이들에 그 이유를 물은 결과, 66.5%가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서’라고 응답했다. ‘실패를 극복하고 성공가능성이 있어서’라고 답한 비중은 17.8%에 불과했다. 애초에 준비 없는 ‘빚투’ 창업을 막고, 임금근로자 취업을 유도하는 방식의 정책 방향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이미 비대한 구조 안에서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는 자영업 시장에서 ‘실패’를 막을 방법은 없다”면서 “창업 후 사정이 악화됐을 때 안전망을 제공할 경우 향후 더 큰 비용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진입 경로에서 실패 가능성이 높은 자영업자들에 대안책을 제시하는 방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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