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주도로 이뤄진 이진숙 탄핵에는 "희대의 촌극"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으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하고 있는 김태규 방통위 부위원장이 이진숙 위원장의 탄핵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현재 공석인 방통위 상임위원 3명에 대한 추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직무대행은 5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표한 입장문에서 "무겁고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기관장이 임명되고 채 이틀이 지나기도 전에 탄핵이 가결되는 희대의 촌극을 목도했다"고 운을 뗐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야당의 반대 속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이 위원장의 부적격성을 주장하며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이 위원장은 임명 이틀 만에 직무 정지됐다.
김 직무대행은 이 위원장의 탄핵에 대해 "직무집행 정지를 노린 것이라는 점을 범부(凡夫)도 알 지경"이라며 "처음 탄핵 규정을 만들 당시에는 제대로 규정을 완비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데, 현재 이뤄지고 있는 탄핵들은 이러한 법적 공백을 파고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탄핵이 고위공무원의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징치(懲治·징계해 다스림)하고 국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함인지, 아니면 국정 발목잡기와 정치적 분풀이를 위함인지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야당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한 부처가 무기력하게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그 소속 공무원의 사기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은 국민의 불행"이라고 강조했다.
김 직무대행은 "2017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7년 동안 23건에 이르는 탄핵이 논의됐다"며 "대상도 국무위원, 판사, 검사, 방송통신위원장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탄핵 대상도 아닌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까지 문제삼았다"며 "이즈음 되면 거의 탄핵의 희화화는 완성됐다고 봐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야당은 앞서 자진 사퇴한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을 대신해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이상인 전 부위원장에 대해서도 탄핵안을 발의했다. 통상 부위원장은 탄핵 대상이 아니지만 야당은 이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이라는 이유로 탄핵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전 부위원장은 탄핵소추 표결 전 자진 사임했다.
김 직무대행은 현재 공석 중인 방통위 상임위원 3명에 대한 추천 절차가 진행돼 방통위가 다시 5인 체제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해 2명을 추천하고 여당이 1명, 야당이 2명을 추천하는데 현재는 대통령이 추천한 김태규 직무대행만이 남았다. 최소 정족수가 2인이니만큼 1인 체제에서는 전체회의를 열 수 없다. 그런 만큼 국회에서 조속히 상임위원을 추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직무대행은 "기관장이 복귀하고 상임위원이 충원돼 온전히 업무에 매진할 수 있는 날까지, 비록 제한된 범위이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잘 찾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탄핵소추 절차를 앞둔 헌법재판소에 대해서도 "신속한 심판을 통해 기관장 부재의 사태를 조속히 종식해 주시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윤선훈 기자 chakrel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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