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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年 227조 거래 '이커머스'…환불 주체조차 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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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판매자·중개자·PG
책임소재 불분명…혼란↑
"법적 미비점 재정비 시급"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티몬·위메프 정산·환불 지연 사태로 사실상 사용이 정지된 해피머니 상품권 피해자들이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우산 시위를 하고 있다. 해피머니 상품권은 최근 티몬과 위메프 등에서 7% 이상의 높은 할인율로 판매돼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티메프’ 미정산 사태 발발 이후 해피머니 가맹점 대부분이 해피머니를 활용한 결제를 차단하고 나서면서 상품권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2024.8.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사진=(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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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는 국내법 규제의 사각지대를 그대로 노출했다. 한해 동안 227조원 규모의 상품과 재화, 용역 등이 이커머스를 통해 거래되는데 환불 주체도 제대로 명시돼 있지 않다. 여행상품과 상품권에 대해 서로 환불할 의무가 없다며 '폭탄돌리기'를 하는 이유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관련 규정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전자상거래법 15조2항에 따르면 통신판매업자는 청약받은 재화 등을 공급하기 곤란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지체없이 그 사유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대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한 날부터 3영업일 이내에 환급하거나 환급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법에서 정의하는 통신판매업은 '통신판매를 업(業)으로 하는 자' 즉 판매자(셀러)다. 통상 이커머스는 통신판매중개업으로 분류된다.

이렇게 보면 여행상품의 경우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 사태로 인해 대금 정산이 어려워질 것이 예상됐을 때 여행상품을 판매한 여행사(통신판매업자)가 소비자들에게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에 필요한 환불 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여행사들은 이커머스로부터 대금을 정산받지 못했다며 환불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여행사들은 소비자들이 구매한 여행상품을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일부는 별도의 결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법은 이커머스도 통신판매자로 규정한다. '통신판매업자인 통신판매중개자'도 앞서 언급한 15조2항의 적용을 받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환불의 주체는 티몬과 위메프가 되게 된다.

통신판매자와 통신판매중개자의 역할이 제대로 구분돼 있지 않다 보니 문제가 생기면 책임 소재도 항상 모호해진다. 과거 숙박 중개 이커머스를 통해 예약한 호텔이 현지에 가보니 아예 없거나 예약한 숙소와 현지숙소가 달라 소비자 피해주의보가 내린 게 대표적 사례다. 해당 호텔을 판매한 판매자와 이를 중개한 통신판매중개업자의 책임 소재를 두고 논란이 있었으나 결국 책임소재를 가리지 못하고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주의보'만 내렸다. 규정을 정비하지 않은 규제 당국의 무관심 속에서 티몬 위메프 사태 혼란의 씨앗이 자라고 있던 셈이다.

PG사의 환불 규정도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에 따르면 물품의 판매나 서비스 제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 신용카드 이용자인 소비자가 환불을 요구하면 PG(결제대행)사가 이를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PG사들은 여행상품과 상품권에 대해서는 "환불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상품권의 경우에도 PG사들은 핀(PIN) 번호가 발행돼 소비자에게 전달됐으면 상품권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판매 절차가 끝났기 때문에 PG사가 아닌 상품권 발행사가 환불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티메프가 집중적으로 판매한 해피머니 상품권 발행사는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다른 PG사들과 달리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네카토)와 페이코는 여행상품 환불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지만 환불 가능 여부, 환불 주체를 둘러싼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커머스의 현실이 법에 반영돼 있지 않다 보니 이번 사태처럼 재화나 서비스 공급에 차질이 생겼을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커머스 업체가 통신판매자이자 통신판매중개자이자 에스크로(결제대행) 역할까지 하는 상황"이라며 "각각의 역할에 대한 법적 미비점을 재정비 하지 않으면 이같은 사태는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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