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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우원식 “尹정부, 사도광산 등재관련 日정부와 협상과정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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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의장, 입장문 발표
“피해자 명부 제공도 일본 정부에 요청해야”


매일경제

우원식 국회의장이 5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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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은 6일 윤석열 정부를 향해 일본 사도광산 등재를 둘러싼 외교협상의 과정과 내용, 전모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우원식 의장은 이날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데 대한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밝힌 등재 동의 사유는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정부의 설명과 국민이 눈으로 확인하는 사실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우 의장은 “전시내용에 대한 사전합의가 있었다는 일본언론의 보도를 비롯해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며 “정부가 답해야 할 질문이 많습니다. 정부는 답변을 거부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직 국회의장이 외교 현안에 대해 단독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여야가 지난달 본회의에서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보류하라는 내용의 사도광산 결의안을 재석의원 전원의 찬성으로 통과시켰음에도 등재가 결정이 됐다”며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이에 대해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생각하신 것”이라고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우 의장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등 한일 역사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우 의장은 “이번 기회에 강제동원 피해자 명부 제공을 일본 정부에 요청하기 바란다”며 “숱한 사람들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로 노동자, 군인․군속으로 끌려갔다. 그렇지만 누가 어디서 얼마나 어디로 끌려갔는지, 어디서 어떻게 희생당했는지, 그 실태와 진실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올해부터 사도광산 추도식을 열겠다는 일본 정부의 약속에 의미를 뒀다”묘 “추도식에 앞서 누구를 추도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하지 않겠나. 사도광산이 위치한 니가타현 현립문서관에 있는 ‘반도노무자 명부’ 제공을 요청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그 유산이 현저한 보편적 가치를 지난 인류 공동의 유산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강제노동한 현장인 군함도와 사도광산이 미래세대에까지 물려줘야 할 유산이 되려면 강제동원의 역사가 분명히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우원식 국회의장 입장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원식 국회의장입니다.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결정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도광산은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현장입니다. ‘지옥섬’으로 불릴 만큼 처참했던 강제노동 현장인 군함도에 이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에 관해 제기된 의혹을 밝힐 책무가 국회에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사도광산 등재 결정에 앞서 여야 재석의원 전원 찬성으로, ‘일본 정부의 사도 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철회 및 일본 근대산업시설 유네스코 권고 이행 촉구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이 결의안은 일본 정부가 2015년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당시 국제사회와 한 약속을 지금까지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분명한 사실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군함도 등재 결정 직후부터 강제동원‧강제노동을 부인했고, 이후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여론전을 펼쳐왔습니다.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번 세계유산위원회에서도 일본 대표는 강제노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한반도 출신 노동자’라는 용어를 사용해 강제성을 재차 부정했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용인하고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동의했습니다. 불법 식민지배와 강제동원의 피해국인 ‘대한민국 정부’로서 합당한 대응을 촉구한 국회의 결정에 정면으로 반할 뿐만 아니라 국민적 상식과 보편적 역사 인식에서 크게 벗어났습니다. 매우 잘못된 일입니다. 심각하고 강력한 유감의 뜻을 밝힙니다.

강제동원‧강제노동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인생을 걸고 밝혀온 역사입니다. 그 누구에게도 이를 부정할 권한은 없습니다. 등재 동의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조치였다면, 더더욱 잘못됐습니다. 역사와 인권은 외교적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발전과도 거리가 멉니다.

“빼앗기면 되찾을 수 있으나, 내어주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빼앗길지언정 내어주지 마십시오.” 이번 일을 두고 온라인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는 드라마 대사입니다. 많은 국민이 지금 왜, 이 대사를 되새기고 있는지 정부 스스로 깊이 돌아봐야 합니다.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서 정부에 요구합니다.

첫째, 사도광산 등재를 둘러싼 외교협상의 과정과 내용, 전모를 공개하기 바랍니다.

정부가 밝힌 등재 동의 사유는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했습니다. 정부의 설명과 국민이 눈으로 확인하는 사실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의 선제조치라는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설치 자료만 봐도 그렇습니다. 가혹한 노동 환경과 생활상을 소개하고는 있지만, 우리가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인 강제동원, 강제노동 피해라는 사실은 없습니다. 모르고 등재에 동의했다면 외교협상의 실패이고, 알고도 동의했다면 더 큰 문제입니다.

전시내용에 대한 사전합의가 있었다는 일본언론의 보도를 비롯해 여러 의문이 제기됩니다. ‘군함도 권고 미이행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사도광산 등재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에 무엇을 요구했고 무엇을 확인했는가, 유네스코 회원국 상대로는 어떤 노력을 했는가.’, 이 외에도 정부가 답해야 할 질문이 많습니다. 정부는 답변을 거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둘째, 이번 기회에 강제동원 피해자 명부 제공을 일본 정부에 요청하기 바랍니다.

숱한 사람들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로 노동자, 군인․군속으로 끌려갔습니다. 굶고 매 맞고 다치고 죽은 사람이 부지기수였고,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 유골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누가 어디서 얼마나 어디로 끌려갔는지, 어디서 어떻게 희생당했는지, 그 실태와 진실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사도광산 추도식을 열겠다는 일본 정부의 약속에 의미를 뒀습니다. 추도식에 앞서 누구를 추도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도광산이 위치한 니가타현 현립문서관에 있는 ‘반도노무자 명부’ 제공을 요청하기 바랍니다. 역시 강제동원 실태를 확인해줄 자료인 유초은행 소장 한국인 노동자 통장도 인계받아야 합니다. 그것이 “사도광산 유산 등재에 ‘전체 역사’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일관되게 주장”했다고 한 정부의 설명에도 부합합니다. 정부가 강조하는 한일관계의 우호적 흐름이 강제동원 진상규명에도 좋은 기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그 유산이 현저한 보편적 가치를 지난 인류 공동의 유산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강제노동한 현장인 군함도와 사도광산이 미래세대에까지 물려줘야 할 유산이 되려면 강제동원의 역사가 분명히 담겨야 합니다. 강제동원 피해의 원상회복은 불가능하지만, 이를 대신하는 배상과 진실을 기억할 의무는 우리의 의지에 달려있습니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8월 6일

대한민국국회 의장 우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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