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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네이버 김남선 CFO “티메프 사태 본질은 경영실패...에스크로 문제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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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안적 외형 지표에만 집착한 결과
아마존·쿠팡 재투자 전략 소개해 눈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에스크로 도입 추진
이커머스 플랫폼 ‘무이자 유동성’사라질듯


매일경제

네이버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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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링크드인 게시물을 통해 티몬과 위메프 사태를 단순 경영 실패라고 6일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도덕적 문제나 제3자 보관 시스템인 에스크로 제도(Escrow) 부재 탓으로 돌리지만, 철저히 경영 문제라는 주장이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중장기적이고 펀더멘털한 소비자 가치의 제공보다는 근시안적인 외형 지표에 집착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CFO는 “모든 기업이 현금 전환 주기(cash conversion cycle)를 관리하고 있다”면서 “이를 성장에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선 재무 교육을 받은 초급 경영자라면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재고를 현금으로 전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김 CFO는 “매출 채권 회수 주기(회사가 고객에게서 돈을 받는 시간) 보다 재고 구매와 매입채무 상환 주기(회사가 공급자에게 돈을 지불하는 시간)가 길다면, 회사가 돈을 무이자로 사용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며 “이를 잘 기획하고 활용하면 경영자에게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으며, 아마존과 쿠팡이 이러한 전략을 통해 중장기적 소비자 가치를 증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전자상거래 업체 플랫폼은 공급 업체에 대금 결제 2개월 보류, 재고 보유분 1개월치를 요구한다.

또 김 CFO는 코스트코를 예로 들어 멤버십 가입비를 받아 이를 고정비와 전략적 상품 개발에 투자하는 방식을 소개했다. 그는 “코스트코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낮은 마진율에도 불구하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소비자와 코스트코의 납품사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마켓플레이스 사업자로서 당기의 수수료 수입을 변동비에 소진시켜 중장기적인 소비자 가치를 등한시했다”면서 “자본시장도 단기적인 지표에만 집중하며 이러한 행위를 부추겼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중장기적이고 펀더멘털한(근본적인) 소비자 가치를 창출하기란 어렵다”면서 “단기적인 수요를 유인하는 방법은 쉽고 달콤하기 때문에 경영자들이 이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전자상거래업체를 대상으로 에스크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앞서 “사태가 터진 지 2주가 지났는데 정치가 진짜 일해야 하는 시점은 지금부터”라며 “티몬이나 위메프 같은 위탁형 이커머스 업체에 ‘에스크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스크로’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제3의 금융기관이 들어가 정산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에스크로는 전자상거래 업체에서는 민감한 이슈다.

에스크로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는 추가 비용이 들 뿐더러, 구매자가 결제한 자금이 즉시 판매자에게 전달되지 않고 에스크로 계좌에 보관된다. 즉 전자상거래 업체나 판매자가 그 자금을 바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김 CFO가 말한 대로 매출채권 회수 주기보다 재고 구매와 매입채무 상환 주기가 긴 경우 기업은 ‘무이자 유동성’의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하면 이러한 혜택은 사라진다. 이는 특히 현금 흐름이 중요한 중소형 전자상거래 업체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온라인 쇼핑몰 스캠을 근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후생이 향상되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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