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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이슈 세계 금리 흐름

내수 부진·세수 결손에 재정 빠듯… 한은, 금리 인하 시기 ‘깊은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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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에 티메프 사태 겹쳐

중동전쟁 땐 유가 상승… 성장률 타격

부동산 시장 회복에 가계부채 급증

美보다 먼저 금리 인하는 쉽지 않아

미국발(發)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와 함께 중동, 일본 등에서 ‘글로벌 다중악재’가 몰아치면서 재정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에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까지 터져 내수 회복이 더딘 가운데 대외 충격까지 이중고를 겪게 돼서다. 세수 결손으로 재정 여력이 빠듯한 상황에서 경기 회복의 마중물로 쓸 돈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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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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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부진을 겪고 있다. 재화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는 2분기 들어 작년 동기보다 2.9% 줄어 2009년 1분기(-4.5%) 이후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설비투자는 1.3%, 건설기성(불변)은 2.4% 감소하는 등 투자도 부진한 모습이다.

티몬·위메프 사태도 소비심리를 한층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이 파악한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규모는 지난 1일 기준 2783억원이다. 정부는 미정산 금액이 최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대미 수출이 경제 성장을 견인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경제의 호황이 이어지면서 대미 수출액은 지난달까지 12개월 연속 월간 최대 실적을 경신해 왔다. 덕분에 한국 경제는 1분기 들어 전기 대비 1.3% ‘깜짝’ 성장했으나 2분기엔 역성장(-0.2%)했다. 미 경기침체와 함께 엔화 강세, 중동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까지 이어진다면 우리나라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정부의 대책은 마땅치 않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수 펑크’가 예상되면서 경기의 버팀목격인 재정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올해 상반기 국세수입은 168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9조9800억원(5.6%) 줄었다. 작년에 이어 세수 결손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22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리를 낮춰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난 2일 미국 뉴욕 주식시장을 강타한 ‘블랙 프라이데이’의 원인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실기론까지 확산하면서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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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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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상승률도 4개월째 한은의 목표치(2%)보다 조금 높지만 2%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 금통위 의결 직후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며 ‘금리 인하 검토’를 시사했었다.

다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 회복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는 가계부채 탓에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를 인하하면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고 결국 부채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현재 금리 인하는 좋은 시그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 경제가 침체하거나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신흥시장국이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지금 국내 경제는 내수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라 재정을 푸는 방향으로 정책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미영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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